[뉴스 따라잡기] 불법 도박에 승부 조작 의혹…위기의 스포츠
입력 2015.09.09 (08:31)
수정 2015.09.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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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라는게 있습니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일종의 배당금을 따는 도박인데, 문제는 경기에 직접 뛰는 일부 선수나 감독이 돈을 벌기 위해 승부까지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어제 경찰은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프로 농구 선수와 상습 도박을 한 국가 대표 선수 등 20여 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팬들은 경기장에서 아예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스포츠 정신을 멍들게 하고 있는 이 도박 문제를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올 초에 열렸던, 한 프로농구 경기입니다.
한 팀이 연달아 3점 슛을 시도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가 않습니다.
<녹취> 중계멘트 : "또 던지네요. 들어가지 않습니다."
골대조차 맞히지 못하고 떨어지는 이른바 ‘에어볼’
실망스런 경기에 팬들의 얼굴의 굳어져 버립니다.
4쿼터 초반 10점 차이로 지고 있던 점수는 경기가 끝날 무렵엔 무려 22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결국, 패하고 만 이 팀.
그런데,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 이버수사대) : “농구 경기에서 고의로 승부를 조작 한 농구 선수 A 모 씨와 유도 선수 B 모 씨등 두 명을 국민 체육 진흥법 위반으로 검거하 고……. ”
수사 브리핑을 연 경찰은 이 경기에서 일부 승부 조작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선수가 자신의 팀이 지도록, 일부러 골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경찰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연해보면 이렇습니다.
프로 농구선수인 A씨와 유도 선수인 B씨가 서로 알게 된 건, 국군 체육부대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유도선수가 먼저 입대하고 A선수가 나중에 입대해서 서로 왔다 갔다 친분을 쌓다 보니까 제대하면서도 서로 연락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운동을 계속하게 된 두 사람.
제대를 한 이후에도 수시로 연락을 하며 긴밀하게 지냈다고 하는데요,
그런 두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
바로 스포츠 도박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유도 선수 B씨가 농구 선수 A씨를 통해 경기 관련 정보를 미리 얻은 다음, 이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 “주요 선수 어느 선수인데 그 선수 오늘 분위기가 어떠냐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서 그게 어떤 정보잖습니까. 그런 정보를 얻어서 자기가 베팅하고 또 자기랑 친분 있는 유도 친구들한테 이런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사 결과, 그렇게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대화는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맙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해당 게임에 베팅했으니까 그 게임을 출전하면 져달라 그랬고 본인도 끝나면 술을 사겠다. 이런 쪽으로 얘기를 했고 농구 선수는 거기에 화답해서 좋다. 내가 경기에 출전하면 슛을 난사하겠다.”
지금 보시는 것이 경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자신도 100만 원을 걸겠다며 믿어 보라는 A씨의 말에 유도선수 B씨는 300만 원을 걸겠다고 나섭니다.
게다가 B씨는 주변의 다른 선수에게까지, 이런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지는데 돈을 걸겠다는 프로 선수.
다음날, 경기에 출전한 A선수는 정말인건지, 우연인건지 골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슛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감독과 다르게 선수잖습니까. 5명이 끼는 경기에 본인에게 슛 찬스가 왔을 때 슛을 안 넣었던 거죠. 3번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현직 선수의 충격적인 승부조작 의혹 사건.
하지만 당사자인 A선수는 관련 대화를 나눈건 맞지만, 골을 넣지 못한 건 단순한 실수였다며, 승부 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법정에서 명확히 가려져야 할 사안입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에어 볼은 자기가 고의성이 아니라 실수다. 이러는데 일단은 주고받은 이야기 그 부분까지는 인정을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들이 그게 승부 조작이 되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일단은 그 선수가 슈팅 가드고요. 또 일부 운동선수들도 그건 좀 슈팅 가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승부조작 이외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던 운동선수 26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한 농구 선수 12명에, 유도선수 13명, 그리고 레슬링 선수 1명이 들어 있었는데요,
이들의 누적 배팅 금액이 모두 합쳐 3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스포츠 토토를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합법적으로 해야 되는데 합법적이지 않고 다들 사설 토토를 해서 불법 배팅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좀 올바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박의 유혹에 물들고 있는 운동선수들, 그리고 스포츠 정신.
반복되는 악재에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는 건, 팬들입니다.
<인터뷰> 농구팬 : “알고 나니까 굉장히 실망스럽죠. 왜냐하면 팬으로서는 경기 하나 이기고 지는 것에 일희일비하는데 (조작이 있다니) 그게 굉장히 아쉬웠어요.”
<인터뷰> 농구팬 : “농구 좋아하고 우리나라 농구 리그 보고 싶은데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보니까 애정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승부 조작이나 불법 도박은 일부 선수들의 얘기입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한 프로 선수는 대다수의 선수는 정정당당한 승리와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녹취>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팬들한테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올 시즌 좋은 경기로 정말 가짜 농구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방법밖엔 없을 것 같아요.”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운동선수 2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라는게 있습니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일종의 배당금을 따는 도박인데, 문제는 경기에 직접 뛰는 일부 선수나 감독이 돈을 벌기 위해 승부까지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어제 경찰은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프로 농구 선수와 상습 도박을 한 국가 대표 선수 등 20여 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팬들은 경기장에서 아예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스포츠 정신을 멍들게 하고 있는 이 도박 문제를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올 초에 열렸던, 한 프로농구 경기입니다.
한 팀이 연달아 3점 슛을 시도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가 않습니다.
<녹취> 중계멘트 : "또 던지네요. 들어가지 않습니다."
골대조차 맞히지 못하고 떨어지는 이른바 ‘에어볼’
실망스런 경기에 팬들의 얼굴의 굳어져 버립니다.
4쿼터 초반 10점 차이로 지고 있던 점수는 경기가 끝날 무렵엔 무려 22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결국, 패하고 만 이 팀.
그런데,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 이버수사대) : “농구 경기에서 고의로 승부를 조작 한 농구 선수 A 모 씨와 유도 선수 B 모 씨등 두 명을 국민 체육 진흥법 위반으로 검거하 고……. ”
수사 브리핑을 연 경찰은 이 경기에서 일부 승부 조작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선수가 자신의 팀이 지도록, 일부러 골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경찰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연해보면 이렇습니다.
프로 농구선수인 A씨와 유도 선수인 B씨가 서로 알게 된 건, 국군 체육부대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유도선수가 먼저 입대하고 A선수가 나중에 입대해서 서로 왔다 갔다 친분을 쌓다 보니까 제대하면서도 서로 연락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운동을 계속하게 된 두 사람.
제대를 한 이후에도 수시로 연락을 하며 긴밀하게 지냈다고 하는데요,
그런 두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
바로 스포츠 도박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유도 선수 B씨가 농구 선수 A씨를 통해 경기 관련 정보를 미리 얻은 다음, 이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 “주요 선수 어느 선수인데 그 선수 오늘 분위기가 어떠냐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서 그게 어떤 정보잖습니까. 그런 정보를 얻어서 자기가 베팅하고 또 자기랑 친분 있는 유도 친구들한테 이런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사 결과, 그렇게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대화는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맙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해당 게임에 베팅했으니까 그 게임을 출전하면 져달라 그랬고 본인도 끝나면 술을 사겠다. 이런 쪽으로 얘기를 했고 농구 선수는 거기에 화답해서 좋다. 내가 경기에 출전하면 슛을 난사하겠다.”
지금 보시는 것이 경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자신도 100만 원을 걸겠다며 믿어 보라는 A씨의 말에 유도선수 B씨는 300만 원을 걸겠다고 나섭니다.
게다가 B씨는 주변의 다른 선수에게까지, 이런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지는데 돈을 걸겠다는 프로 선수.
다음날, 경기에 출전한 A선수는 정말인건지, 우연인건지 골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슛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감독과 다르게 선수잖습니까. 5명이 끼는 경기에 본인에게 슛 찬스가 왔을 때 슛을 안 넣었던 거죠. 3번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현직 선수의 충격적인 승부조작 의혹 사건.
하지만 당사자인 A선수는 관련 대화를 나눈건 맞지만, 골을 넣지 못한 건 단순한 실수였다며, 승부 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법정에서 명확히 가려져야 할 사안입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에어 볼은 자기가 고의성이 아니라 실수다. 이러는데 일단은 주고받은 이야기 그 부분까지는 인정을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들이 그게 승부 조작이 되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일단은 그 선수가 슈팅 가드고요. 또 일부 운동선수들도 그건 좀 슈팅 가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승부조작 이외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던 운동선수 26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한 농구 선수 12명에, 유도선수 13명, 그리고 레슬링 선수 1명이 들어 있었는데요,
이들의 누적 배팅 금액이 모두 합쳐 3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스포츠 토토를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합법적으로 해야 되는데 합법적이지 않고 다들 사설 토토를 해서 불법 배팅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좀 올바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박의 유혹에 물들고 있는 운동선수들, 그리고 스포츠 정신.
반복되는 악재에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는 건, 팬들입니다.
<인터뷰> 농구팬 : “알고 나니까 굉장히 실망스럽죠. 왜냐하면 팬으로서는 경기 하나 이기고 지는 것에 일희일비하는데 (조작이 있다니) 그게 굉장히 아쉬웠어요.”
<인터뷰> 농구팬 : “농구 좋아하고 우리나라 농구 리그 보고 싶은데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보니까 애정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승부 조작이나 불법 도박은 일부 선수들의 얘기입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한 프로 선수는 대다수의 선수는 정정당당한 승리와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녹취>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팬들한테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올 시즌 좋은 경기로 정말 가짜 농구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방법밖엔 없을 것 같아요.”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운동선수 2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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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불법 도박에 승부 조작 의혹…위기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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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9-09 08:36:23
- 수정2015-09-09 11:09:54
<기자 멘트>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라는게 있습니다.
각종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일종의 배당금을 따는 도박인데, 문제는 경기에 직접 뛰는 일부 선수나 감독이 돈을 벌기 위해 승부까지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입니다.
어제 경찰은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프로 농구 선수와 상습 도박을 한 국가 대표 선수 등 20여 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팬들은 경기장에서 아예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스포츠 정신을 멍들게 하고 있는 이 도박 문제를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올 초에 열렸던, 한 프로농구 경기입니다.
한 팀이 연달아 3점 슛을 시도하지만, 게임이 잘 풀리지가 않습니다.
<녹취> 중계멘트 : "또 던지네요. 들어가지 않습니다."
골대조차 맞히지 못하고 떨어지는 이른바 ‘에어볼’
실망스런 경기에 팬들의 얼굴의 굳어져 버립니다.
4쿼터 초반 10점 차이로 지고 있던 점수는 경기가 끝날 무렵엔 무려 22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결국, 패하고 만 이 팀.
그런데,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 이버수사대) : “농구 경기에서 고의로 승부를 조작 한 농구 선수 A 모 씨와 유도 선수 B 모 씨등 두 명을 국민 체육 진흥법 위반으로 검거하 고……. ”
수사 브리핑을 연 경찰은 이 경기에서 일부 승부 조작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선수가 자신의 팀이 지도록, 일부러 골을 제대로 넣지 않았다는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경찰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연해보면 이렇습니다.
프로 농구선수인 A씨와 유도 선수인 B씨가 서로 알게 된 건, 국군 체육부대에서였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유도선수가 먼저 입대하고 A선수가 나중에 입대해서 서로 왔다 갔다 친분을 쌓다 보니까 제대하면서도 서로 연락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운동을 계속하게 된 두 사람.
제대를 한 이후에도 수시로 연락을 하며 긴밀하게 지냈다고 하는데요,
그런 두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
바로 스포츠 도박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유도 선수 B씨가 농구 선수 A씨를 통해 경기 관련 정보를 미리 얻은 다음, 이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 “주요 선수 어느 선수인데 그 선수 오늘 분위기가 어떠냐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해서 그게 어떤 정보잖습니까. 그런 정보를 얻어서 자기가 베팅하고 또 자기랑 친분 있는 유도 친구들한테 이런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사 결과, 그렇게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던 두 사람의 대화는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맙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해당 게임에 베팅했으니까 그 게임을 출전하면 져달라 그랬고 본인도 끝나면 술을 사겠다. 이런 쪽으로 얘기를 했고 농구 선수는 거기에 화답해서 좋다. 내가 경기에 출전하면 슛을 난사하겠다.”
지금 보시는 것이 경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당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자신도 100만 원을 걸겠다며 믿어 보라는 A씨의 말에 유도선수 B씨는 300만 원을 걸겠다고 나섭니다.
게다가 B씨는 주변의 다른 선수에게까지, 이런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팀이 경기에서 지는데 돈을 걸겠다는 프로 선수.
다음날, 경기에 출전한 A선수는 정말인건지, 우연인건지 골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슛을 보여줍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감독과 다르게 선수잖습니까. 5명이 끼는 경기에 본인에게 슛 찬스가 왔을 때 슛을 안 넣었던 거죠. 3번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현직 선수의 충격적인 승부조작 의혹 사건.
하지만 당사자인 A선수는 관련 대화를 나눈건 맞지만, 골을 넣지 못한 건 단순한 실수였다며, 승부 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법정에서 명확히 가려져야 할 사안입니다.
<인터뷰> 박민순(경감/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 : “에어 볼은 자기가 고의성이 아니라 실수다. 이러는데 일단은 주고받은 이야기 그 부분까지는 인정을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들이 그게 승부 조작이 되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일단은 그 선수가 슈팅 가드고요. 또 일부 운동선수들도 그건 좀 슈팅 가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승부조작 이외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던 운동선수 26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한 농구 선수 12명에, 유도선수 13명, 그리고 레슬링 선수 1명이 들어 있었는데요,
이들의 누적 배팅 금액이 모두 합쳐 3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스포츠 토토를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합법적으로 해야 되는데 합법적이지 않고 다들 사설 토토를 해서 불법 배팅 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이 좀 올바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박의 유혹에 물들고 있는 운동선수들, 그리고 스포츠 정신.
반복되는 악재에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있는 건, 팬들입니다.
<인터뷰> 농구팬 : “알고 나니까 굉장히 실망스럽죠. 왜냐하면 팬으로서는 경기 하나 이기고 지는 것에 일희일비하는데 (조작이 있다니) 그게 굉장히 아쉬웠어요.”
<인터뷰> 농구팬 : “농구 좋아하고 우리나라 농구 리그 보고 싶은데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보니까 애정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승부 조작이나 불법 도박은 일부 선수들의 얘기입니다.
취재팀이 접촉한 한 프로 선수는 대다수의 선수는 정정당당한 승리와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녹취>현직 프로농구 선수(음성변조) : “팬들한테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올 시즌 좋은 경기로 정말 가짜 농구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방법밖엔 없을 것 같아요.”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운동선수 2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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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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