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제주 어린이집 원장 일가족 4명 사망…진실은?

입력 2015.09.23 (08:32) 수정 2015.09.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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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월요일 오전,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은 집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고, 남편은 집 밖에서 목은 맨 채 발견됐는데요.

경찰은 남편이 아내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의 한 어린이집 건물.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이틀 전인 지난 월요일 아침입니다.

<녹취> 최초 발견 교사(음성변조) : "원장님이 전화 안 받고 해서 2층으로 올라갔죠. 입구 문은 닫혀있었고 그 앞에 남자분이..."

아이들을 등원시키려 어린이집에 온 학부모들.

어린이집 문이 잠긴데다 전화도 받지 않자 인근에 사는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했고, 부랴부랴 출근한 교사가 제일 먼저 원장의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보육교사가 출근하셨는데 7시 55분경에 (어린이집 원장의) 남편분께서 난간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숨진 남편, 52살 고 모 씨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 운행을 맡아왔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원장 가족들이 살았던 건물 2층으로 향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선 경찰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좌측에는 침실이 있고 우측으로 쭉 끝으로 가면 아이들 방 둘이 있는데 각자의 방에서 흉기에 찔린 채 사망한 상태고 이불에 덮여있던 상황입니다.”

다른 가족들도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어린이집 원장인 부인 40살 양 모 씨,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 모두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습니다.

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신이 발견되기 불과 이삼일 전까지만 해도 이들 가족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보육교사께서 토요일 날 일직을 서십니다. 일직 서실 때 변사자 부인께서 2시 반경에 마지막으로 봤고…….”

<녹취> 유족(음성변조) : “이번 주 주말에 부모님 농사를 지으시는데 애들 데리고 갈게, (부모님께서는) 바쁜데 오지마라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에요. 그때 통화할 때도 별 이야기가 없었으니까…….”

건물의 외부 출입문은 모두 잠겨 있던 상황.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건물을 출입할 수 있는 출입문이 있는데 거기는 잠겨 있었고 전체적으로 침입 흔적은 없었어요.”

외부 침입 흔적도, 집안에서 다툼이 있었던 흔적도 없었습니다.

가족들의 시신에서도 별다른 저항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육안으로는 저항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동하면서 낙하 혈흔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 그 방안에서 사망하신 채로 발견된 거죠.”

정황상 제3의 인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낮아보였습니다.

이때, 집안을 살피던 경찰이 유서 한 장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신발장 밑바닥에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미안하다. 가게 되어서’ 그런 식의 내용이죠.”

숨진 남편 고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부엌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남편 고 씨가 가족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어제 진행된 부검 결과도 경찰의 추론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사망 원인이 남편은 목을 매 숨졌고 부인과 두 자녀는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나온 겁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단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봐서는 남편분께서 부인하고 자녀들 살해하고 사망한 거로 추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남편 고 씨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갑작스레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고 씨 가족을 지켜봐왔던 주변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한 번씩 볼 때는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녹취> 유족(음성변조) : “모르겠어요. 갑자기 일어나 버리니까…….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4년 전부터 이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지냈다는 고 씨 부부.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어린이집) 지은 지 한 4년 됐죠. 이 원장이 되게 열심히 하셨고…….”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조심스레 내놨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벌이도 시원치 않고 내놔도 안 팔리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건물 내놓은 지가 3년 다 돼가는데 나가지를 않으니까 돈이 나오지 않죠.”

최근 들어 고 씨 부부 사이에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4년 전 재혼으로 맺어진 고 씨 부부가 이혼 소송을 진행할 만큼 사이가 악화됐다는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가정불화로 이혼 중이라고는 들었어요. 소송 중이었다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한 번씩 싸우는 소리가 났다고 그러더라고? 부부싸움 하는 소리도 막 나고…….”

그러다 사건의 중요한 단서 하나가 새롭게 포착됐습니다.

숨진 고 씨가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는 겁니다.

고 씨는 재혼한 이듬해인 2013년 2월부터 한 달 간 당시 9살이던 의붓딸을 10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 다음달 22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고 씨는 재판에 대비해 변호사까지 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불구속 기소가 된 거로 그렇게 알고 있어요. 우리 쪽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게. (8월) 21일 날은 검사가 기소했고.”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재판 결과 따져서 판단되겠지만 요즘은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조사를 하고 조사한 내용을 또 의견서를 다 붙여서 전문 인력들이 그렇게 기소를 하는 거니까 그게 그렇게 쉽게 무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 사건이 왜 이제 와 불거진 건지, 어떻게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지내왔던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인 남편과 피해자인 의붓딸, 오빠, 엄마까지 모두 숨지면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은 이제 영원히 가릴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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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3 08:34:28
    • 수정2015-09-23 1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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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오전,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장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은 집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고, 남편은 집 밖에서 목은 맨 채 발견됐는데요.

경찰은 남편이 아내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의 한 어린이집 건물.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건 이틀 전인 지난 월요일 아침입니다.

<녹취> 최초 발견 교사(음성변조) : "원장님이 전화 안 받고 해서 2층으로 올라갔죠. 입구 문은 닫혀있었고 그 앞에 남자분이..."

아이들을 등원시키려 어린이집에 온 학부모들.

어린이집 문이 잠긴데다 전화도 받지 않자 인근에 사는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했고, 부랴부랴 출근한 교사가 제일 먼저 원장의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보육교사가 출근하셨는데 7시 55분경에 (어린이집 원장의) 남편분께서 난간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숨진 남편, 52살 고 모 씨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 운행을 맡아왔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원장 가족들이 살았던 건물 2층으로 향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선 경찰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좌측에는 침실이 있고 우측으로 쭉 끝으로 가면 아이들 방 둘이 있는데 각자의 방에서 흉기에 찔린 채 사망한 상태고 이불에 덮여있던 상황입니다.”

다른 가족들도 모두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어린이집 원장인 부인 40살 양 모 씨,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 모두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습니다.

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신이 발견되기 불과 이삼일 전까지만 해도 이들 가족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보육교사께서 토요일 날 일직을 서십니다. 일직 서실 때 변사자 부인께서 2시 반경에 마지막으로 봤고…….”

<녹취> 유족(음성변조) : “이번 주 주말에 부모님 농사를 지으시는데 애들 데리고 갈게, (부모님께서는) 바쁜데 오지마라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에요. 그때 통화할 때도 별 이야기가 없었으니까…….”

건물의 외부 출입문은 모두 잠겨 있던 상황.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건물을 출입할 수 있는 출입문이 있는데 거기는 잠겨 있었고 전체적으로 침입 흔적은 없었어요.”

외부 침입 흔적도, 집안에서 다툼이 있었던 흔적도 없었습니다.

가족들의 시신에서도 별다른 저항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육안으로는 저항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동하면서 낙하 혈흔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 그 방안에서 사망하신 채로 발견된 거죠.”

정황상 제3의 인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낮아보였습니다.

이때, 집안을 살피던 경찰이 유서 한 장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신발장 밑바닥에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미안하다. 가게 되어서’ 그런 식의 내용이죠.”

숨진 남편 고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부엌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남편 고 씨가 가족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어제 진행된 부검 결과도 경찰의 추론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사망 원인이 남편은 목을 매 숨졌고 부인과 두 자녀는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나온 겁니다.

<인터뷰> 김향년(형사과장/제주 서부경찰서) : “단정을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봐서는 남편분께서 부인하고 자녀들 살해하고 사망한 거로 추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남편 고 씨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갑작스레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고 씨 가족을 지켜봐왔던 주변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한 번씩 볼 때는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녹취> 유족(음성변조) : “모르겠어요. 갑자기 일어나 버리니까…….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죠.”

4년 전부터 이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지냈다는 고 씨 부부.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어린이집) 지은 지 한 4년 됐죠. 이 원장이 되게 열심히 하셨고…….”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면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조심스레 내놨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벌이도 시원치 않고 내놔도 안 팔리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건물 내놓은 지가 3년 다 돼가는데 나가지를 않으니까 돈이 나오지 않죠.”

최근 들어 고 씨 부부 사이에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4년 전 재혼으로 맺어진 고 씨 부부가 이혼 소송을 진행할 만큼 사이가 악화됐다는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가정불화로 이혼 중이라고는 들었어요. 소송 중이었다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한 번씩 싸우는 소리가 났다고 그러더라고? 부부싸움 하는 소리도 막 나고…….”

그러다 사건의 중요한 단서 하나가 새롭게 포착됐습니다.

숨진 고 씨가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는 겁니다.

고 씨는 재혼한 이듬해인 2013년 2월부터 한 달 간 당시 9살이던 의붓딸을 10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 다음달 22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고 씨는 재판에 대비해 변호사까지 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불구속 기소가 된 거로 그렇게 알고 있어요. 우리 쪽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게. (8월) 21일 날은 검사가 기소했고.”

<녹취>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재판 결과 따져서 판단되겠지만 요즘은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조사를 하고 조사한 내용을 또 의견서를 다 붙여서 전문 인력들이 그렇게 기소를 하는 거니까 그게 그렇게 쉽게 무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2년 전 사건이 왜 이제 와 불거진 건지, 어떻게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지내왔던 건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인 남편과 피해자인 의붓딸, 오빠, 엄마까지 모두 숨지면서, 성추행 사건의 진실은 이제 영원히 가릴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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