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교황…‘낮은 자세’에 미국인들 감동

입력 2015.09.24 (10:21) 수정 2015.09.24 (14: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낮은 자세로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다’(미국 CNN방송)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자세’가 미국인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날짜) 아침 9시 워싱턴D.C의 교황청 대사관저 앞에서 미국 시민들과 첫 대면을 했다.

선대 교황들이 입던 붉은 망토 대신 흰색 '수단'(카속·cassock)에 '주케토'(교황 모자)를 쓴 채 등장한 교황은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기 전 10여 분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대중적 행보를 보였다.

교황은 한 남성이 자신의 볼과 이마에 입맞춤하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일부 시민들을 안고 가볍게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 흑인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몇몇 젊은이들과 셀카(자기촬영사진)를 찍는 장면이 방송 화면에 그대로 포착됐다.

교황 키스교황 키스


교황은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차량은 전날 메릴랜드 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부터 교황청 대사관저까지 타고 온 이탈리아 산 검은색 소형 피아트 500L이었다. 교황은 지난해 우리나라 방문 때도 고급 의전 차량을 사양하고 소형차인 '쏘울'을 탄 바 있다.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건물 정문 앞 레드카펫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전 9시22분쯤 도착한 교황을 반갑게 맞이했다. 백악관에는 성조기와 교황청 기가 빼곡히 내걸렸다. 백악관은 애초 예포 21발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교황 방문의 성격을 감안해 감안해 이를 취소했다.

교황이 피아트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가톨릭 신자를 포함해 남쪽 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1만5000 명의 시민들은 환호했다. 미리 입장권을 받은 1만1000 명은 교황이 잘 보이는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고 새벽 5시30분부터 몰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시민 환호시민 환호


교황은 뜨거운 환대 속에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차례로 악수하고서 곧바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단상으로 향했다. 의장대 사열에 이어 군악대의 짧은 연주가 이어졌고 바티칸 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됐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먼저 환영인사를 하고 교황이 10분간에 걸쳐 비교적 길게 답사를 했다.

교황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고서, 미국 시민에게 예의를 갖추려는 듯 '익숙지 않은' 영어로 미국에서의 역사적인 첫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특히 야당이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민문제와 기후변화 대책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교황은 먼저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 뒤 프란치스코를 낳았다.

프란치스코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을 "용기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하느님의 은총을!'(God Bless America!)이라는 인사말로 교황이 연설을 마치자, 흑인 성가대의 찬송가 합창과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으며 40여 분간의 환영행사는 끝이 났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내로 레드카펫을 따라 백악관 건물로 들어간 뒤 백악관 곳곳을 돌아봤다. 교황을 위한 선물로는 비상하는 비둘기 조각상과 미국 태생 첫 성인인 엘리자베스 앤 세톤의 메릴랜드 집 등 2개를 준비했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 회동 이후 백악관 앞 내셔널 몰 인근 컨스티튜션 애비뉴 등을 따라 퍼레이드를 했다.

양옆이 개방된 '포프모빌'에 탑승한 교황은 일어선 채로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 인파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으며 가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손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퍼레이드 초반 수행 경호팀의 한 경찰이 인파 속에 있던 한 백인 아이를 건네받아 다가가자 이 아이의 머리에 입맞춤하는 등 두 명의 아이와 한 소녀 등 총 3명에게 '축복'을 줬다.
로스앤젤레스 거주 소피 크루즈(5)로 알려진 이 소녀는 애초 교황에 접근하려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으나, 교황이 이를 허용해 영광을 안았다. 이 소녀는 경호원을 통해 이민 관련 메시지가 담긴 편지도 교황에게 전달했다.

시민들은 큰 환호와 함께 성조기와 교황청 기를 흔들며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의 '짧은' 시내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해 워싱턴D.C.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교황은 퍼레이드 직후 성 매튜성당으로 이동해 주교들과 함께 기도했으며, 이어 오후에는 바실리카 국립대성당을 찾아 미국 첫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국립대성당 이동 시에도 포프모빌로 이동하며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교황은 이날 선교사인 후니페로 세라(1713∼1784)를 성인으로 선포함으로써 미국 땅에서 이뤄지는 첫 시성(諡聖)을 주관했다.

스페인 출신인 세라 신부는 1769년 스페인의 캘리포니아 통치 당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주해 온 뒤 이곳에 선교원을 세우고 원주민들을 대거 개종시켜 가톨릭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원주민 후손들은 세라 신부가 원주민을 잔혹하게 강제 개종시켰다며 시성에 반대해 왔다.

[연관 기사]

☞ [GO! 현장] 바리케이드 넘어 교황에게 간 소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인간미 넘치는 교황…‘낮은 자세’에 미국인들 감동
    • 입력 2015-09-24 10:21:57
    • 수정2015-09-24 14:09:07
    국제
‘낮은 자세로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다’(미국 CNN방송)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자세’가 미국인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날짜) 아침 9시 워싱턴D.C의 교황청 대사관저 앞에서 미국 시민들과 첫 대면을 했다.

선대 교황들이 입던 붉은 망토 대신 흰색 '수단'(카속·cassock)에 '주케토'(교황 모자)를 쓴 채 등장한 교황은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기 전 10여 분간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대중적 행보를 보였다.

교황은 한 남성이 자신의 볼과 이마에 입맞춤하도록 허용하는가 하면 본인이 직접 일부 시민들을 안고 가볍게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 흑인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과 몇몇 젊은이들과 셀카(자기촬영사진)를 찍는 장면이 방송 화면에 그대로 포착됐다.

교황 키스


교황은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백악관으로 향하는 차량에 올랐다. 차량은 전날 메릴랜드 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부터 교황청 대사관저까지 타고 온 이탈리아 산 검은색 소형 피아트 500L이었다. 교황은 지난해 우리나라 방문 때도 고급 의전 차량을 사양하고 소형차인 '쏘울'을 탄 바 있다.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건물 정문 앞 레드카펫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전 9시22분쯤 도착한 교황을 반갑게 맞이했다. 백악관에는 성조기와 교황청 기가 빼곡히 내걸렸다. 백악관은 애초 예포 21발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교황 방문의 성격을 감안해 감안해 이를 취소했다.

교황이 피아트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가톨릭 신자를 포함해 남쪽 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1만5000 명의 시민들은 환호했다. 미리 입장권을 받은 1만1000 명은 교황이 잘 보이는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고 새벽 5시30분부터 몰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시민 환호


교황은 뜨거운 환대 속에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와 차례로 악수하고서 곧바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단상으로 향했다. 의장대 사열에 이어 군악대의 짧은 연주가 이어졌고 바티칸 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됐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먼저 환영인사를 하고 교황이 10분간에 걸쳐 비교적 길게 답사를 했다.

교황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고서, 미국 시민에게 예의를 갖추려는 듯 '익숙지 않은' 영어로 미국에서의 역사적인 첫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특히 야당이 공화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민문제와 기후변화 대책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교황은 먼저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교황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온 뒤 프란치스코를 낳았다.

프란치스코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을 "용기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하느님의 은총을!'(God Bless America!)이라는 인사말로 교황이 연설을 마치자, 흑인 성가대의 찬송가 합창과 의장대 사열이 이어졌으며 40여 분간의 환영행사는 끝이 났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내로 레드카펫을 따라 백악관 건물로 들어간 뒤 백악관 곳곳을 돌아봤다. 교황을 위한 선물로는 비상하는 비둘기 조각상과 미국 태생 첫 성인인 엘리자베스 앤 세톤의 메릴랜드 집 등 2개를 준비했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 회동 이후 백악관 앞 내셔널 몰 인근 컨스티튜션 애비뉴 등을 따라 퍼레이드를 했다.

양옆이 개방된 '포프모빌'에 탑승한 교황은 일어선 채로 거리를 가득 메운 환영 인파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으며 가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손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퍼레이드 초반 수행 경호팀의 한 경찰이 인파 속에 있던 한 백인 아이를 건네받아 다가가자 이 아이의 머리에 입맞춤하는 등 두 명의 아이와 한 소녀 등 총 3명에게 '축복'을 줬다.
로스앤젤레스 거주 소피 크루즈(5)로 알려진 이 소녀는 애초 교황에 접근하려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으나, 교황이 이를 허용해 영광을 안았다. 이 소녀는 경호원을 통해 이민 관련 메시지가 담긴 편지도 교황에게 전달했다.

시민들은 큰 환호와 함께 성조기와 교황청 기를 흔들며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의 '짧은' 시내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해 워싱턴D.C.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교황은 퍼레이드 직후 성 매튜성당으로 이동해 주교들과 함께 기도했으며, 이어 오후에는 바실리카 국립대성당을 찾아 미국 첫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국립대성당 이동 시에도 포프모빌로 이동하며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교황은 이날 선교사인 후니페로 세라(1713∼1784)를 성인으로 선포함으로써 미국 땅에서 이뤄지는 첫 시성(諡聖)을 주관했다.

스페인 출신인 세라 신부는 1769년 스페인의 캘리포니아 통치 당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주해 온 뒤 이곳에 선교원을 세우고 원주민들을 대거 개종시켜 가톨릭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원주민 후손들은 세라 신부가 원주민을 잔혹하게 강제 개종시켰다며 시성에 반대해 왔다.

[연관 기사]

☞ [GO! 현장] 바리케이드 넘어 교황에게 간 소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