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중국 벌떼의 습격…대처법은?

입력 2015.09.25 (15:04) 수정 2015.09.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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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47살 이 모 소방관은 경남 산청군 한 감나무 과수원에 신고를 받고 말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습니다. 벌집과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신고자와 얘기를 나누던 이 씨는 갑자기 말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잠깐 사이 얼굴과 손, 발 등 10여 곳을 쏘였습니다. 이 씨는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한 야산에서 62살 정 모 씨가 등산하다 벌에 쏘였습니다. 119 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정 씨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 잇따르는 말벌 쏘임 사망사고

말벌 쏘임말벌 쏘임


최근 벌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만 3명, 이달 들어서는 벌써 9명이 벌에 쏘여 숨졌습니다. 도심이나 주택가에 서식하는 벌의 수가 점차 늘고 있는 것도 벌 쏘임 사고가 늘고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119가 벌집 제거 작업을 위해 출동한 횟수가 3만 5천여 건입니다.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천 건이 넘는 벌 관련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벌 쏘임으로 인한 사상자 수는 2013년 9,837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28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 꿀벌보다 말벌이 위험한 이유는?

말벌 쏘임말벌 쏘임


흔히 꿀벌보다는 말벌의 독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면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말벌 독의 강도는 꿀벌의 독보다 약하다고 합니다. 그럼 왜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요? 그건 바로 벌 독의 양 때문입니다.
벌은 크기가 클수록 가지고 있는 독의 양도 많습니다. 일반 꿀벌은 몸속에 0.1㎕(마이크로리터)의 독을 가지고 있는데 말벌 중에서도 대형종인 장수말벌의 경우 100배인 10㎕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의 양이 많으니 쏘일 경우 우리 몸속에 퍼지는 독의 양도 많게 되는 겁니다.
말벌과 꿀벌은 침의 구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벌의 침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꿀벌의 경우에는 이 갈고리가 침의 양쪽에 모두 달려 있습니다. 한 번 피부에 박히면 쉽게 빠져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꿀벌은 한 번 침을 쏘고 나면 침과 몸이 분리되면서 죽습니다. 하지만 말벌은 침의 갈고리가 한쪽에만 나 있습니다. 말벌이 한 번 공격을 한 뒤 다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 신종 외래 말벌 확산

말벌 중에도 특히 무서운 게 최근 도심에서 자주 발견되는 '등검은말벌'입니다. 중국 남부 지역이 주요 서식지인데 지난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등검은말벌'은 공격성도 강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번식력입니다.
보통 벌집에는 여왕벌 한 마리가 낳은 벌들이 모두 함께 삽니다. 국내 토종 말벌집의 경우 보통 백 마리에서 많게는 천 마리가 삽니다. 그런데 '등검은말벌'의 벌집에는 적게는 천 마리에서 많게는 3천 마리까지 발견됩니다. '등검은말벌' 집을 잘못 건드리면 토종 말벌집보다 더 많은 벌에게 공격받게 되는 겁니다.
서식지도 차이가 있습니다. 토종 말벌은 깊은 숲 속에 주로 삽니다. 그런데 '등검은말벌'은 주로 도심이나 주택가에 서식합니다. 사람들이 더 쉽게 '등검은말벌'의 공격에 노출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 벌 독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말벌 쏘임말벌 쏘임


말벌 독에는 '포스포리파아제'와 '히스타민' 을 비롯해 수십 종의 독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벌에 쏘이면 이 독 성분 때문에 독성 반응과 면역 반응이 나타납니다. 몸이 붓거나 피부 괴사가 일어나고, 열이 나는 건 독성 반응입니다. 문제는 면역반응입니다.
벌독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단백질 효소에 대항해 우리 몸은 항체를 만들어 내는데 면역 반응은 이 항체를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만들어 내는 현상입니다. 벌에 쏘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건 대부분 이 면역반응 때문입니다. 면역반응은 한 번이라도 벌에 쏘여 본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처음 벌에 쏘여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가벼운 증상 정도로 나타날 수 있지만, 한 번 면역반응을 일으켰던 사람은 항원에 더 민감해져 다시 벌에 쏘일 경우 면역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강한 면역반응은 '아나필락시스'라고 불립니다.
'아나필락시스' 현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심한 경우 기관지 수축으로 호흡 곤란이 일어납니다. 또 혈관이 늘어지면서 혈액 내 수분이 빠져나가 저혈압이 나타나고, 심정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정지 상황이 지속되면 뇌에 혈액이 공급이 끊어집니다. 5분이 지나면 뇌사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게 됩니다.

■ 응급시 어떻게 대처?

말벌 쏘임말벌 쏘임


벌집을 건드려 벌이 달려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벌의 주요 공격 대상인 머리를 감싸고 벌집에서 빨리 멀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벌의 공격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119에 구조 신고를 해야 합니다. 또 벌이 쏘인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레르기 쇼크와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를 일단 호흡이 편안한 자세로 눕혀야 합니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놓아 혈액이 뇌와 심장으로 공급되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환자가 호흡 곤란을 겪으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비상 상황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벌에 쏘이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숲이나 초목이 많아 벌이 살 만한 곳을 갈 때는 주변에 벌집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말벌이 주로 검은색을 공격한다고 하니 되도록 밝은색 옷을 입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또 강한 향을 풍기는 화장품이나 향수는 사용을 자제하고, 청량음료나 과일 등 단 음식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한 번이라도 벌에 쏘여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하는데요. 벌초나 산에 갈 때는 비상 약품을 미리 챙기는 게 좋습니다. 혹시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쇼크로 혈관이 수축되는 것을 막아줄 '에피펜' 같은 비상 약품을 미리 준비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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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5 15:04:46
    • 수정2015-09-25 17:11:20
    취재후·사건후
# 지난 7일 47살 이 모 소방관은 경남 산청군 한 감나무 과수원에 신고를 받고 말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습니다. 벌집과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신고자와 얘기를 나누던 이 씨는 갑자기 말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잠깐 사이 얼굴과 손, 발 등 10여 곳을 쏘였습니다. 이 씨는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한 야산에서 62살 정 모 씨가 등산하다 벌에 쏘였습니다. 119 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정 씨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 잇따르는 말벌 쏘임 사망사고

말벌 쏘임


최근 벌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만 3명, 이달 들어서는 벌써 9명이 벌에 쏘여 숨졌습니다. 도심이나 주택가에 서식하는 벌의 수가 점차 늘고 있는 것도 벌 쏘임 사고가 늘고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119가 벌집 제거 작업을 위해 출동한 횟수가 3만 5천여 건입니다. 이달 들어서도 하루 평균 천 건이 넘는 벌 관련 신고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벌 쏘임으로 인한 사상자 수는 2013년 9,837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4,28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 꿀벌보다 말벌이 위험한 이유는?

말벌 쏘임


흔히 꿀벌보다는 말벌의 독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면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말벌 독의 강도는 꿀벌의 독보다 약하다고 합니다. 그럼 왜 말벌에 쏘여 숨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요? 그건 바로 벌 독의 양 때문입니다.
벌은 크기가 클수록 가지고 있는 독의 양도 많습니다. 일반 꿀벌은 몸속에 0.1㎕(마이크로리터)의 독을 가지고 있는데 말벌 중에서도 대형종인 장수말벌의 경우 100배인 10㎕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의 양이 많으니 쏘일 경우 우리 몸속에 퍼지는 독의 양도 많게 되는 겁니다.
말벌과 꿀벌은 침의 구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벌의 침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습니다. 꿀벌의 경우에는 이 갈고리가 침의 양쪽에 모두 달려 있습니다. 한 번 피부에 박히면 쉽게 빠져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꿀벌은 한 번 침을 쏘고 나면 침과 몸이 분리되면서 죽습니다. 하지만 말벌은 침의 갈고리가 한쪽에만 나 있습니다. 말벌이 한 번 공격을 한 뒤 다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 신종 외래 말벌 확산

말벌 중에도 특히 무서운 게 최근 도심에서 자주 발견되는 '등검은말벌'입니다. 중국 남부 지역이 주요 서식지인데 지난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등검은말벌'은 공격성도 강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번식력입니다.
보통 벌집에는 여왕벌 한 마리가 낳은 벌들이 모두 함께 삽니다. 국내 토종 말벌집의 경우 보통 백 마리에서 많게는 천 마리가 삽니다. 그런데 '등검은말벌'의 벌집에는 적게는 천 마리에서 많게는 3천 마리까지 발견됩니다. '등검은말벌' 집을 잘못 건드리면 토종 말벌집보다 더 많은 벌에게 공격받게 되는 겁니다.
서식지도 차이가 있습니다. 토종 말벌은 깊은 숲 속에 주로 삽니다. 그런데 '등검은말벌'은 주로 도심이나 주택가에 서식합니다. 사람들이 더 쉽게 '등검은말벌'의 공격에 노출되는 건 이 때문입니다.

■ 벌 독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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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독에는 '포스포리파아제'와 '히스타민' 을 비롯해 수십 종의 독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벌에 쏘이면 이 독 성분 때문에 독성 반응과 면역 반응이 나타납니다. 몸이 붓거나 피부 괴사가 일어나고, 열이 나는 건 독성 반응입니다. 문제는 면역반응입니다.
벌독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단백질 효소에 대항해 우리 몸은 항체를 만들어 내는데 면역 반응은 이 항체를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만들어 내는 현상입니다. 벌에 쏘인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건 대부분 이 면역반응 때문입니다. 면역반응은 한 번이라도 벌에 쏘여 본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처음 벌에 쏘여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가벼운 증상 정도로 나타날 수 있지만, 한 번 면역반응을 일으켰던 사람은 항원에 더 민감해져 다시 벌에 쏘일 경우 면역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강한 면역반응은 '아나필락시스'라고 불립니다.
'아나필락시스' 현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심한 경우 기관지 수축으로 호흡 곤란이 일어납니다. 또 혈관이 늘어지면서 혈액 내 수분이 빠져나가 저혈압이 나타나고, 심정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정지 상황이 지속되면 뇌에 혈액이 공급이 끊어집니다. 5분이 지나면 뇌사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게 됩니다.

■ 응급시 어떻게 대처?

말벌 쏘임


벌집을 건드려 벌이 달려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벌의 주요 공격 대상인 머리를 감싸고 벌집에서 빨리 멀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벌의 공격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119에 구조 신고를 해야 합니다. 또 벌이 쏘인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는 등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레르기 쇼크와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를 일단 호흡이 편안한 자세로 눕혀야 합니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놓아 혈액이 뇌와 심장으로 공급되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환자가 호흡 곤란을 겪으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비상 상황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벌에 쏘이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숲이나 초목이 많아 벌이 살 만한 곳을 갈 때는 주변에 벌집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말벌이 주로 검은색을 공격한다고 하니 되도록 밝은색 옷을 입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또 강한 향을 풍기는 화장품이나 향수는 사용을 자제하고, 청량음료나 과일 등 단 음식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한 번이라도 벌에 쏘여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하는데요. 벌초나 산에 갈 때는 비상 약품을 미리 챙기는 게 좋습니다. 혹시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쇼크로 혈관이 수축되는 것을 막아줄 '에피펜' 같은 비상 약품을 미리 준비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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