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명절’…기다림에 지친 ‘아바이 마을’

입력 2015.09.26 (06:33) 수정 2015.09.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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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절이 되면 가족이 더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쪽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이산가족들인데요.

오랜 기다림에 지친 상황에서도 살아 생전 단 한번만이라도 가족들 보고픈 마음은 간절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실향민촌, 아바이 마을을 고은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함경도식 젓갈 가게를 하는 김송순 할머니는 23살이던 1.4 후퇴 때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북에 두고 온 남동생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지만 고향 음식을 만들 때면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인터뷰> 김송순(88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친구도 보고 싶고, 동기(동생)도 보고 싶고, 집도 보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지. 말해서 뭐하겠어."

다리가 생기기 전 육지와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갯배, 김진국 할아버지는 지금이라도 배를 타면 금세 그리운 북녘땅에 닿을 듯합니다.

<인터뷰> 김진국(76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이렇게 해서 북쪽으로는 가는데 고향은 못 가잖아요. 여러 가지 그런 애환이..."

6.25 전쟁 중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조성된 속초 아바이 마을, 실향민의 아픔이 묻어 있는 이 마을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상봉 신청을 해도 대상자가 되는 게 쉽지 않았고 북측 가족에게 해가 될까 봐 아예 포기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국(76세) : "'공산주의 싫어서 나간 사람인데 네 형제 찾을 필요 있느냐' 해서 이런 소식도 듣다 보니까 완전히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희망을 저버렸어요."

이제 생존해 있는 일흔 살 이상 실향민은 불과 50여 명, 이번 상봉 대상자 선정에도 아무도 뽑히지 못했지만, 살아생전 혈육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여전합니다.

<인터뷰> 김필단(89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 봤으면 싶어요. 그렇게 해요. 마음이 그런데...그 전에 울고 나왔거든."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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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쪽 명절’…기다림에 지친 ‘아바이 마을’
    • 입력 2015-09-26 06:36:56
    • 수정2015-09-26 0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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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명절이 되면 가족이 더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쪽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이산가족들인데요.

오랜 기다림에 지친 상황에서도 살아 생전 단 한번만이라도 가족들 보고픈 마음은 간절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실향민촌, 아바이 마을을 고은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함경도식 젓갈 가게를 하는 김송순 할머니는 23살이던 1.4 후퇴 때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북에 두고 온 남동생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지만 고향 음식을 만들 때면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인터뷰> 김송순(88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친구도 보고 싶고, 동기(동생)도 보고 싶고, 집도 보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지. 말해서 뭐하겠어."

다리가 생기기 전 육지와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갯배, 김진국 할아버지는 지금이라도 배를 타면 금세 그리운 북녘땅에 닿을 듯합니다.

<인터뷰> 김진국(76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이렇게 해서 북쪽으로는 가는데 고향은 못 가잖아요. 여러 가지 그런 애환이..."

6.25 전쟁 중 피란민들이 하나둘 모여 조성된 속초 아바이 마을, 실향민의 아픔이 묻어 있는 이 마을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상봉 신청을 해도 대상자가 되는 게 쉽지 않았고 북측 가족에게 해가 될까 봐 아예 포기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국(76세) : "'공산주의 싫어서 나간 사람인데 네 형제 찾을 필요 있느냐' 해서 이런 소식도 듣다 보니까 완전히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희망을 저버렸어요."

이제 생존해 있는 일흔 살 이상 실향민은 불과 50여 명, 이번 상봉 대상자 선정에도 아무도 뽑히지 못했지만, 살아생전 혈육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여전합니다.

<인터뷰> 김필단(89살,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 봤으면 싶어요. 그렇게 해요. 마음이 그런데...그 전에 울고 나왔거든."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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