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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國記] 길거리에서 타자 치는데 ‘IT 강국’ 맞아?
입력 2015.10.04 (00:11) 수정 2015.10.04 (16:01) 7국기
인도 지도인도 지도


세계 160여 개국 정상들이 총출동한 뉴욕 유엔총회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있었다. 하지만 모디의 주무대는 뉴욕보다는 실리콘 밸리였다. 인도 출신인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IT계의 거물들과 만났다. 모디는 한결같이 '디지털 인디아'를 외쳤고 CEO들은 투자를 약속했다.

모디 총리와+ 마크 저커버그모디 총리와+ 마크 저커버그

▲ 타운홀 미팅에서 악수하는 모디 인도 총리와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


■ 실리콘밸리 뒤덮는 인도인...인도는 'IT' 강국인가?
인도는 'IT 강국'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강국의 조건이라면 말이다.
글로벌 IT 기업에는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가 즐비하고 실리콘밸리 연구원의 3분의 1이 인도계다. 명망 높은 인도공과대(IIT)를 비롯해 전국 대학의 IT 관련 학과와 교육 기관에서 해마다 12만 명의 IT 예비 전문가가 쏟아져 나온다. 영어에 능통한 이들은 세계 IT 산업의 허브인 미국으로 향하기도 하는데, 그 수가 해마다 4~5만 명이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는 패기에 찬 인도 청년들이 지금 실리콘밸리를 뒤덮고 있다.

또한 인도의 풍부한 IT 인력은 세계적 기업들을 인도로 끌어들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인도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000 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런 센터에서 일하는 인도인 IT 인력은 25만명에 달한다. 인도는 세계 연구개발 아웃소싱 산업의 약 23%를 차지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영어에 능통한 수많은 인도인 IT 전문가들이 국내외 IT 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 이것이 인도가 'IT 강국'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길거리 타자수길거리 타자수

▲ 길거리 타자기를 걷어차는 경찰과 부서진 타자기를 만지는 타자수


■ 'IT 강국'의 길거리 타자수
하지만 이런 장면도 있다. 인도 북부 럭나우 시 우체국 앞, 깡마른 60대 남자 키샨 쿠마르의 일터다. 그는 길가에 타자기를 놓고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타자를 쳐준다. 1 페이지에 180원 가량을 받는다. 그런데 경찰관 한 명이 노점 단속을 한다며 그의 타자기를 걷어차 부숴버렸다. 유일한 생계 수단을 잃은 노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부서진 타자기를 어루만진다. 관련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며 비난이 잇따르자 럭나우 경찰청은 새 타자기를 마련해 전달하고 해당 경찰관은 면직했다.
여기서 타자기는 기계식 타자기를 말한다. 이런 타자기는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가장 먼저 사라졌다. 대다수 나라에서 타자기는 박물관이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다. 타자수라는 직업도 함께 없어졌다. 하지만 'IT 강국' 인도에서는 쿠마르 같은 길거리 타자수를 흔히 볼 수 있다.

인도 농촌인도 농촌

▲ 인터넷과 거리가 먼 인도의 농촌


■ 10 명 중 8 명 인터넷 이용 못해... 'IT 강국' 맞아?
'IT 강국' 인도에는 구글 CEO와 길거리 타자수가 섞여 있다. 아니, IT에 관한한 인도의 본 모습은 길거리 타자수에 가깝다. 몇 가지 데이터를 보자.
현재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전체 인구에 비춰보면 24%에 불과하다. 세계 136위, 아주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80% 가까운 국민이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농촌 지역은 사정이 더 안 좋아 지난해 기준으로 주민의 6.7% 만이 인터넷을 정규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인구의 85%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지난해 집계한 전기통신기술 개발지수를 보면, 인도는 세계 166개 국 중 129위에 머물러 IT 보급과 활용이 매우 낮은 나라로 분류됐다. 개도국 평균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가장 연결이 안된 국가(Least Connected Countries) 42개국에 포함됐다.
즉, 인도는 IT 전문 인력과 관련 산업 측면에서는 강국이지만, IT 인프라 수준이나 국민들이 누리는 편리성 등에서는 형편 없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든 막연히 'IT 강국' 이미지를 갖고 인도에 갔다가는 영 딴판의 모습을 보게 된다.

디지털인디아 로고디지털인디아 로고


■ "'디지털 인디아'는 인류의 기회"
이런 극단적 IT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각 분야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주창하는 '디지털 인디아'다. '디지털 인디아'는 소수의 전문가와 대도시 전문직에 국한됐던 IT 접근성을 모든 시민의 공공서비스로 만들고자 한다. 말하자면 진정한 IT 강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략 20조원이 필요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모디 총리가 방미 기간 중에 유엔총회보다는 실리콘 밸리에 더 초점을 둔 이유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는 약 10억 명이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에 남은 가장 위대한 기회"라고 설파했다. 미국 IT 기업들도 호응했다. 구글은 내년 말까지 인도의 철도역 500 곳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골 마을 50만 곳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퀄컴, 시스코, 애플 역시 '디지털 인디아' 프로젝트에 협조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도인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한다. 고대에 '0'의 개념을 만들어 오늘날의 수학적 기초를 놓은 사람이 인도인이었다. 학교에서는 구구단을 넘어 십구단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수학적 유전자 덕분인지 현대에 들어와서는 우주개발과 IT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그 '두각'이 늘 소수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인도인이 성취한 빛에 주목하기에 그늘이 너무 크고 어둡다. 하지만 인도가 이제 '디지털 인디아'를 모토로 그늘을 없애겠다고 야심차게 나섰다. 한 때 인류 문명을 이끌었던 인도가 디지털이라는 언어로 무장하고 21세기 인류 문명의 중심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 [7國記] 길거리에서 타자 치는데 ‘IT 강국’ 맞아?
    • 입력 2015-10-04 00:11:14
    • 수정2015-10-04 16:01:49
    7국기
인도 지도인도 지도


세계 160여 개국 정상들이 총출동한 뉴욕 유엔총회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있었다. 하지만 모디의 주무대는 뉴욕보다는 실리콘 밸리였다. 인도 출신인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와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IT계의 거물들과 만났다. 모디는 한결같이 '디지털 인디아'를 외쳤고 CEO들은 투자를 약속했다.

모디 총리와+ 마크 저커버그모디 총리와+ 마크 저커버그

▲ 타운홀 미팅에서 악수하는 모디 인도 총리와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


■ 실리콘밸리 뒤덮는 인도인...인도는 'IT' 강국인가?
인도는 'IT 강국'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강국의 조건이라면 말이다.
글로벌 IT 기업에는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가 즐비하고 실리콘밸리 연구원의 3분의 1이 인도계다. 명망 높은 인도공과대(IIT)를 비롯해 전국 대학의 IT 관련 학과와 교육 기관에서 해마다 12만 명의 IT 예비 전문가가 쏟아져 나온다. 영어에 능통한 이들은 세계 IT 산업의 허브인 미국으로 향하기도 하는데, 그 수가 해마다 4~5만 명이다.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는 패기에 찬 인도 청년들이 지금 실리콘밸리를 뒤덮고 있다.

또한 인도의 풍부한 IT 인력은 세계적 기업들을 인도로 끌어들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인도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000 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런 센터에서 일하는 인도인 IT 인력은 25만명에 달한다. 인도는 세계 연구개발 아웃소싱 산업의 약 23%를 차지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영어에 능통한 수많은 인도인 IT 전문가들이 국내외 IT 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 이것이 인도가 'IT 강국' 이미지를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길거리 타자수길거리 타자수

▲ 길거리 타자기를 걷어차는 경찰과 부서진 타자기를 만지는 타자수


■ 'IT 강국'의 길거리 타자수
하지만 이런 장면도 있다. 인도 북부 럭나우 시 우체국 앞, 깡마른 60대 남자 키샨 쿠마르의 일터다. 그는 길가에 타자기를 놓고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타자를 쳐준다. 1 페이지에 180원 가량을 받는다. 그런데 경찰관 한 명이 노점 단속을 한다며 그의 타자기를 걷어차 부숴버렸다. 유일한 생계 수단을 잃은 노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부서진 타자기를 어루만진다. 관련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며 비난이 잇따르자 럭나우 경찰청은 새 타자기를 마련해 전달하고 해당 경찰관은 면직했다.
여기서 타자기는 기계식 타자기를 말한다. 이런 타자기는 컴퓨터가 보편화되면서 가장 먼저 사라졌다. 대다수 나라에서 타자기는 박물관이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다. 타자수라는 직업도 함께 없어졌다. 하지만 'IT 강국' 인도에서는 쿠마르 같은 길거리 타자수를 흔히 볼 수 있다.

인도 농촌인도 농촌

▲ 인터넷과 거리가 먼 인도의 농촌


■ 10 명 중 8 명 인터넷 이용 못해... 'IT 강국' 맞아?
'IT 강국' 인도에는 구글 CEO와 길거리 타자수가 섞여 있다. 아니, IT에 관한한 인도의 본 모습은 길거리 타자수에 가깝다. 몇 가지 데이터를 보자.
현재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억 5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전체 인구에 비춰보면 24%에 불과하다. 세계 136위, 아주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80% 가까운 국민이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농촌 지역은 사정이 더 안 좋아 지난해 기준으로 주민의 6.7% 만이 인터넷을 정규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인구의 85% 정도가 인터넷을 이용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지난해 집계한 전기통신기술 개발지수를 보면, 인도는 세계 166개 국 중 129위에 머물러 IT 보급과 활용이 매우 낮은 나라로 분류됐다. 개도국 평균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가장 연결이 안된 국가(Least Connected Countries) 42개국에 포함됐다.
즉, 인도는 IT 전문 인력과 관련 산업 측면에서는 강국이지만, IT 인프라 수준이나 국민들이 누리는 편리성 등에서는 형편 없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든 막연히 'IT 강국' 이미지를 갖고 인도에 갔다가는 영 딴판의 모습을 보게 된다.

디지털인디아 로고디지털인디아 로고


■ "'디지털 인디아'는 인류의 기회"
이런 극단적 IT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각 분야를 디지털화하려는 것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주창하는 '디지털 인디아'다. '디지털 인디아'는 소수의 전문가와 대도시 전문직에 국한됐던 IT 접근성을 모든 시민의 공공서비스로 만들고자 한다. 말하자면 진정한 IT 강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략 20조원이 필요하고 글로벌 IT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모디 총리가 방미 기간 중에 유엔총회보다는 실리콘 밸리에 더 초점을 둔 이유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는 약 10억 명이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에 남은 가장 위대한 기회"라고 설파했다. 미국 IT 기업들도 호응했다. 구글은 내년 말까지 인도의 철도역 500 곳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골 마을 50만 곳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퀄컴, 시스코, 애플 역시 '디지털 인디아' 프로젝트에 협조하겠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도인은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한다. 고대에 '0'의 개념을 만들어 오늘날의 수학적 기초를 놓은 사람이 인도인이었다. 학교에서는 구구단을 넘어 십구단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수학적 유전자 덕분인지 현대에 들어와서는 우주개발과 IT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그 '두각'이 늘 소수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인도인이 성취한 빛에 주목하기에 그늘이 너무 크고 어둡다. 하지만 인도가 이제 '디지털 인디아'를 모토로 그늘을 없애겠다고 야심차게 나섰다. 한 때 인류 문명을 이끌었던 인도가 디지털이라는 언어로 무장하고 21세기 인류 문명의 중심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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