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군인도 메달 경쟁 “운동으로 절망 극복”

입력 2015.10.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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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운동으로 새 삶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운동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 같았어요."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는 전투에서 크게 다친 상이군인이 51명 포함돼 있다.

한국 선수는 없다.

육상에 11개국의 32명, 양궁에 9개국의 19명이 온전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출전해 같은 조건의 상이군인과 경쟁한다.

이들에게도 순위에 따라 메달이 주어지지만 총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공식' 메달이다.

4일 오후 경북문경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 인근에서는 'USA'라고 적힌 운동복을 입은 두 백인 남성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로버트 브라운(32) 미국 육군 하사, 이반 시어스(25) 미국 해병대 병장이다. 소속이 다른 만큼 이번 대회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

브라운은 오른쪽 무릎 아래에 의족을 달았고, 시어스는 두 다리 무릎 위까지 절단돼 휠체어를 탔다.

이들은 모두 단거리 달리기에 나선다.

브라운은 23세이던 2006년 이라크에 주둔하던 중 작전 수행을 하다 적군의 총탄에 다리를 맞았다.

시어스는 20세이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던 중 경계 근무를 하다 급조폭발물(IED)을 밟았다.

둘 모두 입대한 지도 얼마 안 된 20대 초반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다.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브라운은 "상이군인이 나오는 영화도 많이 봤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닥칠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시어스는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예쁜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다리가 잘린 장애인이 돼 있었다"며 "당시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브라운은 운동으로 절망을 극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육체적인 활동을 좋아해 군인의 길을 선택한 그였다.

시어스에게는 가족과 친구가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너한테 두 다리가 있든 없든 우리에게는 똑같은 이반 시어스일 뿐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평소 군인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브라운은 의족을 달았지만 걷고 뛰는 데 문제가 없는 만큼 일반 군인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시어스는 자신처럼 임무 수행 중 다친 미군 해병대원의 가족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크고 작은 분쟁이 지구촌에서 없어져 우리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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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이 군인도 메달 경쟁 “운동으로 절망 극복”
    • 입력 2015-10-04 18:25:22
    연합뉴스
"한쪽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운동으로 새 삶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운동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 같았어요."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는 전투에서 크게 다친 상이군인이 51명 포함돼 있다. 한국 선수는 없다. 육상에 11개국의 32명, 양궁에 9개국의 19명이 온전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출전해 같은 조건의 상이군인과 경쟁한다. 이들에게도 순위에 따라 메달이 주어지지만 총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공식' 메달이다. 4일 오후 경북문경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 인근에서는 'USA'라고 적힌 운동복을 입은 두 백인 남성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로버트 브라운(32) 미국 육군 하사, 이반 시어스(25) 미국 해병대 병장이다. 소속이 다른 만큼 이번 대회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 브라운은 오른쪽 무릎 아래에 의족을 달았고, 시어스는 두 다리 무릎 위까지 절단돼 휠체어를 탔다. 이들은 모두 단거리 달리기에 나선다. 브라운은 23세이던 2006년 이라크에 주둔하던 중 작전 수행을 하다 적군의 총탄에 다리를 맞았다. 시어스는 20세이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던 중 경계 근무를 하다 급조폭발물(IED)을 밟았다. 둘 모두 입대한 지도 얼마 안 된 20대 초반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다.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브라운은 "상이군인이 나오는 영화도 많이 봤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닥칠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시어스는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예쁜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던 평범한 청년이었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다리가 잘린 장애인이 돼 있었다"며 "당시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브라운은 운동으로 절망을 극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육체적인 활동을 좋아해 군인의 길을 선택한 그였다. 시어스에게는 가족과 친구가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너한테 두 다리가 있든 없든 우리에게는 똑같은 이반 시어스일 뿐이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평소 군인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브라운은 의족을 달았지만 걷고 뛰는 데 문제가 없는 만큼 일반 군인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시어스는 자신처럼 임무 수행 중 다친 미군 해병대원의 가족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크고 작은 분쟁이 지구촌에서 없어져 우리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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