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 안된 책이 베스트셀러 11위에?

입력 2015.10.08 (00:05) 수정 2015.10.0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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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라면을 끓이며

▲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출판도 안 된 책이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작 '라면을 끓이며(작가 김훈, 출판사 문학동네)'를 둔 베스트셀러 조작 논란이 시끄럽다. 의혹 제기자와 출판사는 서로에게 '고소하겠다' '사과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순위를 발표하는 출판인회의는 집계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뉴스9] 유령 독자가 신간 주문에 베스트셀러까지

발단은 지난달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서 새움 출판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한국출판인회의인가, 문학동네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서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이정서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출판도 되지 않은 '라면을 끓이며'가 9월 4주차(9월17~23일)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고, 순위 조작이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라면을 끓이며'는 예약판매를 거쳐 지난달 30일 출판됐다. 이 대표는 "놀라워라. 대단한 김훈이다. 책도 아직 안 나왔는데 벌써 전국서점 11위란다"라며 "이와 같은 조작발표가 순위조작을 위해 벌이는 ‘사재기’와 도대체 뭐가 다른 건가?"라고 적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12위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12위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3~20위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3~20위


문학동네는 발끈했다. 방미연 문학동네 마케팅팀장은 "문학동네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없고 (이 대표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악의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베스트셀러 순위는 출판사 500여 개사를 회원사로 둔 출판인회의가 매주 발표한다. 전국 단위 베스트셀러 순위로는 유일하다.

문제는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이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판인회의는 매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영광도서, 계룡문고 등 서점 8곳의 종합판매 1~20위 순위를 이용해 베스트셀러를 산정한다. 1위(20점)부터 20위(1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3곳은 가중치(1.7배)를 주다.

즉, 판매량 숫자는 높지 않아도 몇 개 서점에서 종합 순위가 상위권에 속하면, 최종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이정서 대표는 "(현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의 맹점"이라며 "책을 본 독자들은 한 명도 없는데 전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지적했다.

'라면을 끓이며'는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4개 서점의 판매 순위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두 예약판매량이었다. 나머지 4개 서점은 예약판매를 종합순위에 넣지 않아 베스트셀러 집계에는 빠졌다.

9월 17일~23일 4주 주간 베스트셀러9월 17일~23일 4주 주간 베스트셀러


문학동네는 '라면을 끓이며'가 베스트셀러 11위에 오른 과정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이정서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이사는 "이정서 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은 이번에 우리도 처음 알았다. 순위를 조작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정서 대표는 "의혹 제기는 정당하다"며 강태형 문학동네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문학동네가) 순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법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라며 '적절한 해명과 사과의 글'을 게재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학동네가 '라면을 끓이며' 예약판매 기간 중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문학동네는 예약판매 사은품으로 라면과 양은냄비를 제공했는데, 사은품 가격이 도서 정가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혐의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하는 출판인회의는 순위 집계 산정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고, 현재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흥식 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가장 좋은 건 서점들이 실제 판매량 자료를 우리에게 주고 이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하는 식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이번 기회에 베스트셀러 집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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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8 00:05:18
    • 수정2015-10-08 01:38:23
    사회
라면을 끓이며
▲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


출판도 안 된 책이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신작 '라면을 끓이며(작가 김훈, 출판사 문학동네)'를 둔 베스트셀러 조작 논란이 시끄럽다. 의혹 제기자와 출판사는 서로에게 '고소하겠다' '사과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순위를 발표하는 출판인회의는 집계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뉴스9] 유령 독자가 신간 주문에 베스트셀러까지

발단은 지난달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서 새움 출판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한국출판인회의인가, 문학동네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서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출판도 되지 않은 '라면을 끓이며'가 9월 4주차(9월17~23일)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고, 순위 조작이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라면을 끓이며'는 예약판매를 거쳐 지난달 30일 출판됐다. 이 대표는 "놀라워라. 대단한 김훈이다. 책도 아직 안 나왔는데 벌써 전국서점 11위란다"라며 "이와 같은 조작발표가 순위조작을 위해 벌이는 ‘사재기’와 도대체 뭐가 다른 건가?"라고 적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12위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9월 4주 주간 베스트셀러 13~20위


문학동네는 발끈했다. 방미연 문학동네 마케팅팀장은 "문학동네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없고 (이 대표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악의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베스트셀러 순위는 출판사 500여 개사를 회원사로 둔 출판인회의가 매주 발표한다. 전국 단위 베스트셀러 순위로는 유일하다.

문제는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이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판인회의는 매주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영광도서, 계룡문고 등 서점 8곳의 종합판매 1~20위 순위를 이용해 베스트셀러를 산정한다. 1위(20점)부터 20위(1점)까지 점수를 매긴 뒤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3곳은 가중치(1.7배)를 주다.

즉, 판매량 숫자는 높지 않아도 몇 개 서점에서 종합 순위가 상위권에 속하면, 최종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이정서 대표는 "(현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의 맹점"이라며 "책을 본 독자들은 한 명도 없는데 전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지적했다.

'라면을 끓이며'는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4개 서점의 판매 순위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두 예약판매량이었다. 나머지 4개 서점은 예약판매를 종합순위에 넣지 않아 베스트셀러 집계에는 빠졌다.

9월 17일~23일 4주 주간 베스트셀러


문학동네는 '라면을 끓이며'가 베스트셀러 11위에 오른 과정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이정서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이사는 "이정서 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은 이번에 우리도 처음 알았다. 순위를 조작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정서 대표는 "의혹 제기는 정당하다"며 강태형 문학동네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문학동네가) 순위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법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상황"이라며 '적절한 해명과 사과의 글'을 게재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문학동네가 '라면을 끓이며' 예약판매 기간 중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문학동네는 예약판매 사은품으로 라면과 양은냄비를 제공했는데, 사은품 가격이 도서 정가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혐의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발표하는 출판인회의는 순위 집계 산정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고, 현재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고흥식 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가장 좋은 건 서점들이 실제 판매량 자료를 우리에게 주고 이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하는 식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이번 기회에 베스트셀러 집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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