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요즘 음악에 미쳐…‘쟁이’되면 폴매카트니 안 부럽죠”

입력 2015.10.0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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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전인권(61)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요즘 딱 두 가지만 생각해요. 음악에 미치는 것, 음악을 살리는 것."

늘 맥락 없이 화두를 툭 던지고 부연하는 화법대로 설명이 이어진다.

"제가 이제는 음악에 미친 것 같아요. 마약도 완전히 끊었고 음악을 더 잘하고 싶으니 음악적으로 '쟁이'의 단계로 가고 있는 거죠. 쟁이의 삶이 끝내주거든요. 자기만의 세계가 완벽하고 자부심이 있으니 폴 매카트니 안 부럽죠. 하하."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은 록밴드 들국화로 '레전드'란 찬사를 받는 그가 "지금껏 노력을 안 했다. 음악을 더 잘하고 싶다"며 풀어놓는 얘기가 새삼스럽다.

'음악에 미쳤다'는 표현처럼 그의 음악 생산량은 지난 행보를 고려할 때 확연히 증가했다.

들국화가 2013년 드러머 주찬권의 별세로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되자 그는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지난해 앨범 '2막 1장'을 냈고 최근 신곡 '너와 나'를 발표했다. 발표는 안 됐지만 후배들에게 주기로 한 곡들도 써뒀다.

그의 자작곡인 '너와 나'는 지난해 포항 칠포 재즈 페스티벌에 갔을 때 영감을 얻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3개월이 지난 즈음이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포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서산에 해가 지는 풍경과 운전기사의 뒷모습에 이상하게 감정이 복받치더라"며 "이후 바닷가로 나갔는데 '나이 먹은 선배로서 세상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힘들고 아파서 똑같은 세상을 다르게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어요. 그중 세월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슬픔이죠. 그럼에도 가야할 길은 한에 머물기보다 용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너와 난 모두 버려도/ 힘이 넘치는 너와 난'이란 가사를 써내려갔다. 얄팍한 사랑, 찰나의 흥이 범람하는 요즘 노랫말과는 다른 울림이다.

그는 "내가 보통 삶을 산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껄껄' 웃었다.

"엄청난 삶을 살았죠. 과거 사주에 망신살이 있다던데 이제 끝났대요. 망신살은 무서웠죠. 얼굴을 들지 못한 채 고립되니 힘들었어요. 다시 음악을 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하고 건강해졌죠. 음악 작업은 '설정' 다음에 이 코드, 저 코드로 판단이 필요하거든요."

'너와 나'는 작곡할 때부터 여러 후배 가수들과 함께 부르고 싶었다. 그가 좋아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 자이언티 등이 목소리를 보탰다.

작곡가 강승원의 도움으로 처음 만난 자이언티는 '프로' 기질이 대단했다고 한다.

"두 시간 넘게 몇 마디를 반복하면서 보통 성의를 다해준 게 아니에요. 주위 사람들이 다 졸려 해도 연연하지 않고 완벽을 기하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그 친구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죠."

그는 목수가 집을 지을 때 기둥 하나도 튼튼히 하려고 오차 없이 재듯이 음악도 이 과정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음악 시장은 코드를 조금 변조해 장난을 치는 음악이 많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10곡을 만들 게 아니라 1곡이라도 자랑이 돼야 해요. 요즘 뮤지션들은 밀물 들어올 때 좋았다가 갑자기 썰물이 되면 히트에 연연해 이상한 멜로디와 가사를 쓰기 시작하죠. 우리나라에 닐 영이나 빌리 조엘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해요. '너나 잘해'라고 하면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대로 뭔가를 만들어 음악을 살리는 데 힘이 돼보고 싶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노래 연습을 하는 그는 "우린 아티스트라기 보다 그냥 뮤지션"이라며 "기타를 쳐도 최소한 5년 이상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뮤지션은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들므로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에게 이해를 바라면서 길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해요. 대중의 마음도 모르면서 대중음악을 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관객 없는 공연은 존재할 수 없잖아요."

그는 요즘 이달 선보일 전인권밴드의 새 앨범을 작업 중이다. 작업 중인 곡의 가사를 귀띔해준다.

"계속 음원을 많이 만들 겁니다. 가요도 만들 것이고 처음으로 조용필·임희숙 씨 등의 노래를 통기타, 드럼, 베이스 연주로 편곡해 리메이크 앨범도 내 볼 거예요. 우리 밴드 사운드로 만들어 보려 해요."

오는 20일이면 들국화 주찬권이 세상을 떠난 지 2주기다.

그는 "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난다. 찬권이는 특유의 기분 좋은 웃음이 있다"고 그리워했다.

이어 1997년 캐나다에서 세상을 떠난 들국화의 원년 멤버 허성욱이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떠오른다며 "그 친구와 6년을 살다시피 했다. 소양댐에 물놀이를 가고 청평사, 삼막골 등지를 다니며 연습하고 놀던 때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둘이 학교 담을 넘어 강당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우리 둘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거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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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인권 “요즘 음악에 미쳐…‘쟁이’되면 폴매카트니 안 부럽죠”
    • 입력 2015-10-08 07:21:43
    연합뉴스
다짜고짜 전인권(61)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요즘 딱 두 가지만 생각해요. 음악에 미치는 것, 음악을 살리는 것." 늘 맥락 없이 화두를 툭 던지고 부연하는 화법대로 설명이 이어진다. "제가 이제는 음악에 미친 것 같아요. 마약도 완전히 끊었고 음악을 더 잘하고 싶으니 음악적으로 '쟁이'의 단계로 가고 있는 거죠. 쟁이의 삶이 끝내주거든요. 자기만의 세계가 완벽하고 자부심이 있으니 폴 매카트니 안 부럽죠. 하하."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은 록밴드 들국화로 '레전드'란 찬사를 받는 그가 "지금껏 노력을 안 했다. 음악을 더 잘하고 싶다"며 풀어놓는 얘기가 새삼스럽다. '음악에 미쳤다'는 표현처럼 그의 음악 생산량은 지난 행보를 고려할 때 확연히 증가했다. 들국화가 2013년 드러머 주찬권의 별세로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되자 그는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지난해 앨범 '2막 1장'을 냈고 최근 신곡 '너와 나'를 발표했다. 발표는 안 됐지만 후배들에게 주기로 한 곡들도 써뒀다. 그의 자작곡인 '너와 나'는 지난해 포항 칠포 재즈 페스티벌에 갔을 때 영감을 얻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3개월이 지난 즈음이었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포항에서 택시를 탔는데 서산에 해가 지는 풍경과 운전기사의 뒷모습에 이상하게 감정이 복받치더라"며 "이후 바닷가로 나갔는데 '나이 먹은 선배로서 세상에 어떤 말을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힘들고 아파서 똑같은 세상을 다르게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어요. 그중 세월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슬픔이죠. 그럼에도 가야할 길은 한에 머물기보다 용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너와 난 모두 버려도/ 힘이 넘치는 너와 난'이란 가사를 써내려갔다. 얄팍한 사랑, 찰나의 흥이 범람하는 요즘 노랫말과는 다른 울림이다. 그는 "내가 보통 삶을 산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며 '껄껄' 웃었다. "엄청난 삶을 살았죠. 과거 사주에 망신살이 있다던데 이제 끝났대요. 망신살은 무서웠죠. 얼굴을 들지 못한 채 고립되니 힘들었어요. 다시 음악을 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하고 건강해졌죠. 음악 작업은 '설정' 다음에 이 코드, 저 코드로 판단이 필요하거든요." '너와 나'는 작곡할 때부터 여러 후배 가수들과 함께 부르고 싶었다. 그가 좋아하는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 자이언티 등이 목소리를 보탰다. 작곡가 강승원의 도움으로 처음 만난 자이언티는 '프로' 기질이 대단했다고 한다. "두 시간 넘게 몇 마디를 반복하면서 보통 성의를 다해준 게 아니에요. 주위 사람들이 다 졸려 해도 연연하지 않고 완벽을 기하는데 정말 멋있었어요. 그 친구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죠." 그는 목수가 집을 지을 때 기둥 하나도 튼튼히 하려고 오차 없이 재듯이 음악도 이 과정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음악 시장은 코드를 조금 변조해 장난을 치는 음악이 많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10곡을 만들 게 아니라 1곡이라도 자랑이 돼야 해요. 요즘 뮤지션들은 밀물 들어올 때 좋았다가 갑자기 썰물이 되면 히트에 연연해 이상한 멜로디와 가사를 쓰기 시작하죠. 우리나라에 닐 영이나 빌리 조엘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해요. '너나 잘해'라고 하면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대로 뭔가를 만들어 음악을 살리는 데 힘이 돼보고 싶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노래 연습을 하는 그는 "우린 아티스트라기 보다 그냥 뮤지션"이라며 "기타를 쳐도 최소한 5년 이상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뮤지션은 대중을 위한 작품을 만들므로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에게 이해를 바라면서 길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해요. 대중의 마음도 모르면서 대중음악을 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관객 없는 공연은 존재할 수 없잖아요." 그는 요즘 이달 선보일 전인권밴드의 새 앨범을 작업 중이다. 작업 중인 곡의 가사를 귀띔해준다. "계속 음원을 많이 만들 겁니다. 가요도 만들 것이고 처음으로 조용필·임희숙 씨 등의 노래를 통기타, 드럼, 베이스 연주로 편곡해 리메이크 앨범도 내 볼 거예요. 우리 밴드 사운드로 만들어 보려 해요." 오는 20일이면 들국화 주찬권이 세상을 떠난 지 2주기다. 그는 "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난다. 찬권이는 특유의 기분 좋은 웃음이 있다"고 그리워했다. 이어 1997년 캐나다에서 세상을 떠난 들국화의 원년 멤버 허성욱이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떠오른다며 "그 친구와 6년을 살다시피 했다. 소양댐에 물놀이를 가고 청평사, 삼막골 등지를 다니며 연습하고 놀던 때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둘이 학교 담을 넘어 강당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우리 둘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거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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