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맛의 고장에서 본 한식 세계화 성공 조건

입력 2015.10.10 (08:45) 수정 2015.10.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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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한식을 수출하겠다며,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한식 세계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정부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축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야심 차게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사업이 위기를 맞은 건데요, 그렇다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말들도 과장된 것이었을까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정화 순회특파원이 미식의 본고장이라는 밀라노에서 한식의 세계화, 그 조건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장의 한국관.

관람객들이 시선이 한 곳에 몰립니다.

천장까지 닿은 초대형 장독대 때문입니다.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관은 한식의 특징인 '발효' 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장독대를 설치했습니다.

<녹취> 관람객 : "(이번 전시에는)기술과 우아함 등이 펼쳐집니다. 한국에 가서 봤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제가 찾던 전시입니다."

한쪽에는 첨단 영상이 펼쳐집니다.

한식이 여러 재료가 합쳐진 '조화로운 음식' 이고, 또 신선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밀라노 전통도자기인 달항아리를 활용한 한국관의 모습입니다. 이번 엑스포에서 한식은 발효와 저장의 음식, 즉 건강한 음식을 주제로 관람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밀라노 엑스포관에서는 이런 한식을 미래 음식으로 제안합니다.

식량 공급 부족의 위기와 위협받는 식생활의 대안으로서 한식이 제격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조덕현(한국관 관장) : "한식은 자연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이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고..'발효'라는 특성 때문에 미래 음식의 대안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엑스포관의 메시지는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시작된 전시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넘어섰는데,

200만 돌파는 예상보다 한 달이나 빠른 겁니다.

하루 평균 만 2천여 명이 한국관을 찾았는데, 전체 엑스포 관람객의 15%를 차지합니다.

<녹취> 관람객 : "새로운 한식을 더 먹어보고 싶고, 요리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요리가 발달해 미식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밀라노.

엑스포의 열기에서 보듯 한식은 세계 진출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화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세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현지인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밀라노에 사는 회사원 발레리오 주끌로 씨.

3년 전 한국에 와 처음 한식을 맛본 후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푹 빠졌습니다.

오늘은 친구도 초대해 함께 한식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메뉴는 육개장과 오징어 볶음.

한인 마트에 가서 사온 재료들을 정성스럽게 씻고 다듬어 음식을 준비합니다

서툰 솜씨지만, 완성된 음식 모습은 한국인이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 many 맛있어"

하지만, 한식에 빠져있는 주끌로 씨도 음식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즐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마늘, 고춧가루와 같은 강한 맛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매운맛의 한식을 만들 때 올리브유를 넣는 것은 강한 맛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한 그만의 비법입니다.

<인터뷰> 발레리오 주끌로(한식 마니아) : "마늘 등 강한 맛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식이 더 많이 사랑 받으려면)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이 곳 사람들 입맞에 맞게 바뀌어야.."

한국인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겐 부담스러운 맵고 짠 맛을, 더욱 부드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식과 비슷한 현지 음식을 함께 내놔 현지인들이 한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세계화 전략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터뷰> 다비드 올토리니(푸드 칼럼니스트) : "지금까지 서양인들이 동양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먼저 소개한 뒤 한식을 소개해야 현지인들의 거부감이 없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한식 홍보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식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하면서, 외국인이 직접 먹어보고 스스로 받아들이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방식을 바꿔 왜, 한식이 건강한 음식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발효 음식이 어떤 체내 과정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수치와 자료 등을 통해 이해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세르지오 그라쏘(현지 음식 취재 전문 기자) : "이탈리아인들에게 한식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방식을 이용해, 한식이 가진 한국의 전통부터 설명한다면 이탈리아인과 유럽인들은 한식을 매우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선언한 지 8년.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정부 스스로 평가할 정도로 세계화까지 갈 길은 멉니다.

물론 문화는 다른 나라에 전파돼 정착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계화로의 길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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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맛의 고장에서 본 한식 세계화 성공 조건
    • 입력 2015-10-10 09:29:50
    • 수정2015-10-10 09:49:3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한식을 수출하겠다며,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한식 세계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성과가 불분명하다'는 정부 자체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축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야심 차게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사업이 위기를 맞은 건데요, 그렇다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말들도 과장된 것이었을까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정화 순회특파원이 미식의 본고장이라는 밀라노에서 한식의 세계화, 그 조건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장의 한국관.

관람객들이 시선이 한 곳에 몰립니다.

천장까지 닿은 초대형 장독대 때문입니다.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관은 한식의 특징인 '발효' 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장독대를 설치했습니다.

<녹취> 관람객 : "(이번 전시에는)기술과 우아함 등이 펼쳐집니다. 한국에 가서 봤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제가 찾던 전시입니다."

한쪽에는 첨단 영상이 펼쳐집니다.

한식이 여러 재료가 합쳐진 '조화로운 음식' 이고, 또 신선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건강한 음식' 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밀라노 전통도자기인 달항아리를 활용한 한국관의 모습입니다. 이번 엑스포에서 한식은 발효와 저장의 음식, 즉 건강한 음식을 주제로 관람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밀라노 엑스포관에서는 이런 한식을 미래 음식으로 제안합니다.

식량 공급 부족의 위기와 위협받는 식생활의 대안으로서 한식이 제격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조덕현(한국관 관장) : "한식은 자연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이면서도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고..'발효'라는 특성 때문에 미래 음식의 대안으로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엑스포관의 메시지는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시작된 전시는 지금까지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넘어섰는데,

200만 돌파는 예상보다 한 달이나 빠른 겁니다.

하루 평균 만 2천여 명이 한국관을 찾았는데, 전체 엑스포 관람객의 15%를 차지합니다.

<녹취> 관람객 : "새로운 한식을 더 먹어보고 싶고, 요리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요리가 발달해 미식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밀라노.

엑스포의 열기에서 보듯 한식은 세계 진출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화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세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 현지인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밀라노에 사는 회사원 발레리오 주끌로 씨.

3년 전 한국에 와 처음 한식을 맛본 후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푹 빠졌습니다.

오늘은 친구도 초대해 함께 한식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메뉴는 육개장과 오징어 볶음.

한인 마트에 가서 사온 재료들을 정성스럽게 씻고 다듬어 음식을 준비합니다

서툰 솜씨지만, 완성된 음식 모습은 한국인이 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 many 맛있어"

하지만, 한식에 빠져있는 주끌로 씨도 음식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즐기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마늘, 고춧가루와 같은 강한 맛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매운맛의 한식을 만들 때 올리브유를 넣는 것은 강한 맛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한 그만의 비법입니다.

<인터뷰> 발레리오 주끌로(한식 마니아) : "마늘 등 강한 맛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식이 더 많이 사랑 받으려면)맛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이 곳 사람들 입맞에 맞게 바뀌어야.."

한국인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겐 부담스러운 맵고 짠 맛을, 더욱 부드럽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식과 비슷한 현지 음식을 함께 내놔 현지인들이 한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효과적인 세계화 전략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인터뷰> 다비드 올토리니(푸드 칼럼니스트) : "지금까지 서양인들이 동양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먼저 소개한 뒤 한식을 소개해야 현지인들의 거부감이 없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한식 홍보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식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하면서, 외국인이 직접 먹어보고 스스로 받아들이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방식을 바꿔 왜, 한식이 건강한 음식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발효 음식이 어떤 체내 과정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지를 수치와 자료 등을 통해 이해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세르지오 그라쏘(현지 음식 취재 전문 기자) : "이탈리아인들에게 한식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방식을 이용해, 한식이 가진 한국의 전통부터 설명한다면 이탈리아인과 유럽인들은 한식을 매우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선언한 지 8년.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고 정부 스스로 평가할 정도로 세계화까지 갈 길은 멉니다.

물론 문화는 다른 나라에 전파돼 정착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세계화로의 길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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