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으로 불붙은 한중일 역사전쟁

입력 2015.10.10 (11:29) 수정 2015.10.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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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난징대학살 문건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동북아 3국이 유네스코에서 펼치는 역사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제12차 회의를 열어 난징대학살 문건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이를 추인해 등재가 확정됐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일본 군대가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반면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등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정식 명칭이 '위안부 자료, 일본제국 군대의 성노예'로 1931년부터 1949년까지 생성된 위안부 관련 사료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이들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역사를 깊이 새기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존엄을 수호함으로써 이런 비인도적, 인권침해적, 반인류적인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즉각 "만약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등재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면 항의하고 (신청)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IAC 제12차 회의를 앞둔 지난 2일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중국이 신청한 두 건에 대해 "극도로 유감"이라고 말했고, 세계기록유산은 등재 심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반론할 기회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양국은 유네스코가 신규 세계기록유산 명단을 공표한 뒤에도 설전을 벌였다. 가와무라 야스히사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난징대학살 문건에 대해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신청된 것이며 완전성과 진정성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침략전쟁의 잔혹성을 인식하고 역사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이번에 중국의 일본군 위안부 자료가 등재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유네스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중국 내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중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에서 방대한 자료를 모은 난징대학살 문건에 비해 등재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 동원돼 혹사한 장소 7곳을 포함한 산업유산 23곳을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켰다.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린 독일 본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 반영 방법을 두고 논의를 계속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협상을 거듭했다.

결국 양국은 강제노동 사실을 유산 등재 결정문 본문에 넣는 대신 '의사에 반해 끌려가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는 문구를 일본 대표단이 성명으로 발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20세기 초반 역사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2004년부터 11년간 수집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 33만6천797건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방침이다.

이들 기록물은 피해조사서 22만7천141건, 지원금 지급심사서 10만5천431건, 구술자료 2천525건, 사진자료 1천226건 등으로 구성되며, 국가가 직접 전쟁 피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얻었다.

지난 8월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보로 신청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이르면 2017년 세계기록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일제 피해 관련 기록을 제출한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유네스코를 압박한 점으로 미뤄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 등재 또한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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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10-12 14:39:09
    국제
중국의 난징대학살 문건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동북아 3국이 유네스코에서 펼치는 역사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제12차 회의를 열어 난징대학살 문건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이를 추인해 등재가 확정됐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일본 군대가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반면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등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정식 명칭이 '위안부 자료, 일본제국 군대의 성노예'로 1931년부터 1949년까지 생성된 위안부 관련 사료를 말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이들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역사를 깊이 새기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인류의 존엄을 수호함으로써 이런 비인도적, 인권침해적, 반인류적인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즉각 "만약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등재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면 항의하고 (신청)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IAC 제12차 회의를 앞둔 지난 2일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중국이 신청한 두 건에 대해 "극도로 유감"이라고 말했고, 세계기록유산은 등재 심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반론할 기회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양국은 유네스코가 신규 세계기록유산 명단을 공표한 뒤에도 설전을 벌였다. 가와무라 야스히사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난징대학살 문건에 대해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신청된 것이며 완전성과 진정성에 문제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침략전쟁의 잔혹성을 인식하고 역사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이번에 중국의 일본군 위안부 자료가 등재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유네스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중국 내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중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에서 방대한 자료를 모은 난징대학살 문건에 비해 등재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 7월 태평양전쟁 중에 조선인이 대규모로 강제 동원돼 혹사한 장소 7곳을 포함한 산업유산 23곳을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켰다.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가 열린 독일 본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 반영 방법을 두고 논의를 계속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마지막까지 협상을 거듭했다.

결국 양국은 강제노동 사실을 유산 등재 결정문 본문에 넣는 대신 '의사에 반해 끌려가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는 문구를 일본 대표단이 성명으로 발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20세기 초반 역사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2004년부터 11년간 수집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 33만6천797건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방침이다.

이들 기록물은 피해조사서 22만7천141건, 지원금 지급심사서 10만5천431건, 구술자료 2천525건, 사진자료 1천226건 등으로 구성되며, 국가가 직접 전쟁 피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얻었다.

지난 8월 세계기록유산 등재 후보로 신청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이르면 2017년 세계기록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일제 피해 관련 기록을 제출한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유네스코를 압박한 점으로 미뤄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 등재 또한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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