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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돈으로 산다? ‘봉이 김선달식’ 투자 논란
입력 2015.10.11 (00:22) 경제
직장인 나모(51)씨는 올 들어 아파트 5채를 구입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가양동,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 소형 아파트들이다. 그렇다고 그가 자산이 많거나, 은행 대출을 크게 받은 것도 아니다. 그가 아파트 5채를 구입하는데 든 돈은 1억원 남짓.

1억원에 아파트 5채를 대출없이 사들일 수 있는 비법은 뭘까. 요즘 부동산 카페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갭(gap)투자를 활용한 것이다.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것이다. 나씨도 이 방법을 이용했다.

나씨가 2채를 산 등촌동의 D아파트의 경우 매수가격이 3억원 정도인데, 전세가격은 2억9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취득세와 부동산 수수료 등 부대비용까지 합쳐 20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갭투자’에 재미를 붙인 나씨는 이번에는 서울 강남쪽을 겨냥하고 있다.

서울송파구의 대표적인 신축아파트 단지인 P아파트의 중소형 평형을 탐색 중이다. 거래 가격은 8억원 중후반대인데, 전세가는 7억 9000만원에 육박한다. 나씨는 “부대비용까지 합쳐 7000만원만 있으면 송파의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다. 급매 물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는 무(無)피 투자라는 은어로도 불린다.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매입한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최근 부동산 카페 등에는 갭투자 유망 지역과 방법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갭투자가 성행하는 원천은 매매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전세값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이미 작년 한 해 전체의 전셋값 상승률을 웃돌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 수요에 비해 전세 공급 물량은 줄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 소개하는 갭투자의 방법은 이렇다. 각종 자료 분석을 통해 대상 아파트를 찾은 뒤, 현지 부동산 소개소를 통해 급매 물건을 사들이고, 계약 만료에 맞춰 전세가를 높여 실 투자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2억원, 전세 시세가 1억 5000만원인 지역의 아파트 전세를 1억 9000만원까지 끌어올리면 1000만원만 투자해 집을 살 수 있다.

원래 갭투자는 지방에서 먼저 유행이 일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 얘기다. 2010년 무렵 부산 아파트 값이 급등할 때 이런 류의 투자가 성행하더니 이후 대구지역으로 옮겨붙어 대구지역 아파트 값을 끌어올렸다. 이런 투자 기법이 알려지면서 올들어서는 서울 강서구와 강북 일대에 이런 투자가 유행했고, 최근에는 서울강남에서 이런 투자가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폐지되면서 세금 부담까지 덜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실에 따르면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85%를 넘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된 37채 중 집주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채에 불과했다. 나머지 35채 중 28채는 전세를 끼고 산 경우였다.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 부동산 카페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전세값이 당분간 떨어지기는커녕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매매가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갭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폭등하는 전세가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넘친다는 점을 악용해 무리하게 전세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자 부담을 낮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갭투자는 투자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집을 담보로 빌리는 사금융의 성격이다.

때문에 전세값이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2년뒤 전세가가 하락할 경우 하락분 만큼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매매가격마저 부진할 경우 퇴로마저 봉쇄된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붙어 있는 집들의 경우 사용 편의성은 높지만 향후 시세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김태원 의원은 “갭투자 대상인 집들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전세금을 떼이는 깡통전세가 될 수도 있다”며 “시장 왜곡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갭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남의 돈으로 산다? ‘봉이 김선달식’ 투자 논란
    • 입력 2015-10-11 00:22:31
    경제
직장인 나모(51)씨는 올 들어 아파트 5채를 구입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가양동,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 소형 아파트들이다. 그렇다고 그가 자산이 많거나, 은행 대출을 크게 받은 것도 아니다. 그가 아파트 5채를 구입하는데 든 돈은 1억원 남짓.

1억원에 아파트 5채를 대출없이 사들일 수 있는 비법은 뭘까. 요즘 부동산 카페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갭(gap)투자를 활용한 것이다.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것이다. 나씨도 이 방법을 이용했다.

나씨가 2채를 산 등촌동의 D아파트의 경우 매수가격이 3억원 정도인데, 전세가격은 2억9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취득세와 부동산 수수료 등 부대비용까지 합쳐 20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갭투자’에 재미를 붙인 나씨는 이번에는 서울 강남쪽을 겨냥하고 있다.

서울송파구의 대표적인 신축아파트 단지인 P아파트의 중소형 평형을 탐색 중이다. 거래 가격은 8억원 중후반대인데, 전세가는 7억 9000만원에 육박한다. 나씨는 “부대비용까지 합쳐 7000만원만 있으면 송파의 신축 아파트를 살 수 있다. 급매 물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는 무(無)피 투자라는 은어로도 불린다. '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매입한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최근 부동산 카페 등에는 갭투자 유망 지역과 방법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갭투자가 성행하는 원천은 매매가격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전세값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이미 작년 한 해 전체의 전셋값 상승률을 웃돌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 수요에 비해 전세 공급 물량은 줄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 소개하는 갭투자의 방법은 이렇다. 각종 자료 분석을 통해 대상 아파트를 찾은 뒤, 현지 부동산 소개소를 통해 급매 물건을 사들이고, 계약 만료에 맞춰 전세가를 높여 실 투자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2억원, 전세 시세가 1억 5000만원인 지역의 아파트 전세를 1억 9000만원까지 끌어올리면 1000만원만 투자해 집을 살 수 있다.

원래 갭투자는 지방에서 먼저 유행이 일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 얘기다. 2010년 무렵 부산 아파트 값이 급등할 때 이런 류의 투자가 성행하더니 이후 대구지역으로 옮겨붙어 대구지역 아파트 값을 끌어올렸다. 이런 투자 기법이 알려지면서 올들어서는 서울 강서구와 강북 일대에 이런 투자가 유행했고, 최근에는 서울강남에서 이런 투자가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폐지되면서 세금 부담까지 덜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의원실에 따르면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85%를 넘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된 37채 중 집주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2채에 불과했다. 나머지 35채 중 28채는 전세를 끼고 산 경우였다.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한 부동산 카페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전세값이 당분간 떨어지기는커녕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매매가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갭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우선 폭등하는 전세가를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전세 수요가 넘친다는 점을 악용해 무리하게 전세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자 부담을 낮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갭투자는 투자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집을 담보로 빌리는 사금융의 성격이다.

때문에 전세값이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2년뒤 전세가가 하락할 경우 하락분 만큼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매매가격마저 부진할 경우 퇴로마저 봉쇄된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붙어 있는 집들의 경우 사용 편의성은 높지만 향후 시세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김태원 의원은 “갭투자 대상인 집들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전세금을 떼이는 깡통전세가 될 수도 있다”며 “시장 왜곡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갭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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