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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메르스 징비록
입력 2015.10.11 (23:36) 수정 2015.10.12 (09:01)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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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이준영(서울 서대문보건소장) : "전혀 여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을 못했기 때문에 더욱 더 빨라졌다고 생각됩니다."

<녹취>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제일 큰 거는 그거죠. 삼성서울병원인 거죠. 밤을 세워가면서 기다리는 그런 응급실 시스템이다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이 된 거죠."

<녹취> 정진엽(보건복지부 장관/지난 달 1일) : "메르스 대응 과정 및 국회 특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녹취>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못 막아요. 어떤 감염병이든 신종 감염병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어요. 치사율이라든지, 진단이라든지 백신 유무, 치료제 이런 것들에따라 전파 경로에 따라 우리가 따로 다 지침을 만들고..."

<오프닝>

지난 1일이죠, 이곳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는 이번달 29일, 메르스의 완전 종식을 공식 선언할 예정입니다.

발길이 뚝 끊겼던 병원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돌아왔고,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메르스'의 기억도 빠르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 방역과 의료 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제 2, 제 3의 메르스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메르스와의 사투, 그 치열했던 기억들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재발 방지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첫 번째 확진 환자를 비롯해 모두 3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입니다.

한 달 넘게 닫혀있던 병원은 이제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두고 진료 중입니다.

<녹취> 평택성모병원 인근 상인(음성변조) : "병원에 응급실에 자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니까...여기 병원의 간호사들이 많이 오거든요. 그분들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자리가 없다고."

한때 사람 구경하기 어려웠던 병원 앞 상가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평택성모병원 인근 식당 주인 : "엄청 좋아진 거예요. 여기 사람 메르스 때문에 다 안 오셨잖아. 여기 지나다니면 큰일 난다고..."

평택 주민들은 지금이야 마음 놓고 단골 식당에도 드나들 수 있게 됐지만, 힘들었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기욱(평택 주민) : "집이 아파트 11층인데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없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죽음의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이 동네가 그때 당시에 정말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평택에 살고 있는 조모 씨는 지난 5월 19일 대상포진을 앓던 어머니와 함께 평택성모병에 갔습니다.

조씨의 어머니는 국내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8층 병동에 입원했고, 당시 의료진은 확진 판정 이후에도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병실 소독도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2인실 한 곳에서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입원 사흘 뒤인 23일부터 조 씨의 어머니는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였고, 병원은 폐렴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엄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간호사한테 갔을 때, 28일 날 제가 갔어요. 가서 물어봤더니 폐렴이라고만 얘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날 저녁엔 병원 측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저녁에 갑자기 1인실로 다 옮기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시키고 그랬어요."

조 씨의 어머니처럼 1번 환자와 같은 병동, 다른 병실에 입원했던 70대 남성 환자가 6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을 위험군으로 분류해 온 정부의 대응지침을 벗어난 감염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가 막 돌아다니다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다른 병실에 환자가 엄청 많았는데 같은 층에. 그 사람들 다 어떻게 된 거냐,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28일 날 그 다른 병실 환자. 6번 환자가 확진이 되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다시 평택성모에 다시가게 된거죠."

질병관리본부는 급하게 격리대상을 늘렸습니다.

<인터뷰> 신상엽(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런 감염병의 경우는 첫 환자 발견 이후의 초기 역학 조사를 굉장히 광범위하게 전수 조사를 해야만 됩니다. 한 명, 두 명이라도 놓치면 그 환자를 통해서 굉장히 전체적인 큰 유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 씨와 남편, 어린 자녀들도 2주간의 격리 끝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어머니는 42번 환자로 확진받은 뒤 가족들의 얼굴 한 번 못 본 채 눈을 감았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국가에서 승화원에서 그거(화장) 해주고, 그 다음에는 저희가 알아서...장례식도 못 치렀죠. 격리가(접촉자 자가 격리) 끝났다는 통보가 안 올라가 있어서. 아직도 그래서 장례식에서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어요."

격리 대상을 확대하며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도 하나하나 조사를 하던 질병관리본부는 한 30대 환자가 5월 27일부터 이틀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평택성모에서 평택굿모닝을 거쳐 삼성서울병원까지 이동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슈퍼전파자, 14번 환자였습니다.

<인터뷰>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제일 큰 거는 그거죠. 삼성서울병원인 거죠. 왜냐면 거기에 거의 버스터미널처럼 다 모여서 앉아가지고 사람들이 2박3일씩 거기서 밤을 세워가면서 기다리는 그런 응급실 시스템이다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이 된 거죠."

이 가운데는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를 밤새 간호하던 박영종씨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종(메르스 환자) : "(집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씩 응급실에 실려갔어요. 그래서 그날 밤에도 내가 집사람을 데리고 응급실에 가가지고 그날 밤에 슈퍼 환자(슈퍼 전파자)가 와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전염시켰다고 하더라구요."

나흘이 지나 아내가 퇴원할 때까지 박 씨는 자신이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응급실에 메르스 환자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삼성서울병원의 전화를 받고 메르스 검사를 받으러 간 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1차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고, 한 나절만에 열이 크게 오르면서 박 씨는 그대로 2주 동안 의식을 잃었습니다.

응급실에서 퇴원 후 집과 가까운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엄마를 간호했던 두 딸도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종(메르스 환자) : "음식같은 것도 갖다줄 사람이 없잖아요. 다 격리되니까. 교회 집사님들이 음식 같은 거 해다가 밖에다 놔두고 (초인종) 눌러만 주고 가거든. 갖다 먹으라고 하고. 이런 식으로 진짜 처참하게..."

6월 초, 격리자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확진 확자도 30명을 넘기면서 메르스 확산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습니다.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초반에 병원 자체에서 통제를 잘 했으면 공개까지 가야될 이유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거기서 놓쳐버려서 환자들이 확산이 되다보니까 환자들이 어디에 갔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병원 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거든요."

확인되지 않은 괴담성 정보가 SNS나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하자 정부는 지난 6월 7일 메르스 관련 병원을 공개했습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 6곳과 확진 전 거쳐간 병원 18곳 등 모두 24곳 이었습니다.

병원 명단 공개 이후에도 확진 환자는 하루에 10명 내외씩 늘었습니다.

이 때부터 정부는 메르스 즉각대응TF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접촉자를 찾아내 구멍을 메우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명단이 많이 빠져있고 접촉자 추적도 완벽하게 안되어 있고, 이걸 완벽하게 명단을 확보하고 즉시로 자가 격리가 되는지 확인하다 보니까 좀더 적극적으로 접촉자 명단을 찾아내고 또 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30분 간격으로 두 번 전화해서 안 받으면 직접 가봐라, 확인해라."

환자와 격리자가 모두 늘어나면서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과 부담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6번 환자가 이동해 온 대전 지역에는 감염전문가가 부족해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대전지역 병원에)갔더니 그냥...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완전 손놓고 있는 상황인거죠 저희가 가서 일단 실제로 직원들 옷 입는 것부터 점검, 보호복 입는 것부터 점검 다시 하고 환자 배치 상황도 봤더니, 환자들 대여섯 명씩 같이 노출된 사람들이 있어서 그 중에 열 나는 사람 발생할 때마다 계속 제2차 노출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어요."

격리병동에 음압병실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메르스 중점 병원들도 준비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인터뷰> 박태경(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간호사) : "저희는 준비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온 거죠. 노출된 환자들 입원을 해야 된다 하니까 그 때가 8시인가 연락을 갑자기 받고 환자는 22명 있는데, 그래서 1시간 반 만에 거의 두 시간 사이에 환자를 다 뺐어요. 특수 보호복이나 마스크, 장갑 등 기존에는 많이 쓰지 않던 용품들을 끌어모으려다 보니 초반에는 물량 확보에 애를 먹었습니다."

<인터뷰> 박태경(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간호사) : "저희가 보호복을 상시에 갖고 있지는 않잖아요. 이게 특수 보호복이기 때문에 이걸 하면서 여러 군데서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재고 부분 이렇게 해서 받으면 훼손된 부분도 있고 뜯어져 있고, 낡아서 뜯어져 있거나 아니면 마스크 같은 게 끊어져 있거나 그런 것도 있었어요."

정부의 대응 지침도 현장에서는 날마다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

<인터뷰> 안주희(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내과전문의) : "심지어는 환자가 너무 덥고 그러니까 저한테 수박을 주세요. 격리동에 환자가 그랬단 말이에요. 그럼 그 수박은 그냥 씻어서 이게 생과일인데 칼질해서 그냥 주면 됩니까. 용기에 담으면 됩니까 이렇게. 그럼 저희가 생과일은 어디까지 줘도 되고, 생 날 음식은 어디까지 주면 안되고 이런 디테일들이 있잖아요. 모두 논의 하는 거에요. 그냥"

어떤 방역 대책도 100%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현장 의료진은 말합니다.

<인터뷰> 안주희(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내과전문의) : "처음에는 더운데 에어컨을 틀 수도 없었으니까요. 많이 검증했지만 그래도 하나, 만약에 모를 대비를 위해서 정말 전부 다 에어컨 안 틀고 선풍기 못 틀고 땀 흠뻑 흘리면서 일했거든요."

메르스 확산을 막기위한 사투 속에서 일부 환자들의 거짓말은 방역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위험 요인이었습니다.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 중동 지역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숨긴 환자도 있었습니다.

또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문진 과정에서 밝히지 않는 경우도 정확한 역학조사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녹취> 신상엽(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 "사람도 움직이고, 환경도 움직이고, 사람은 특히나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이런 부분도 모두 다 고려를 해서..."

메르스 종식 선언을 앞두고 찾은 병원.

병원은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이동(경기도 고양시) : "전혀 꺼리낌이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구요. 다 잊혀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하는 곳도 없구요."

병원 곳곳엔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문구가 나붙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대혁(인하대 병원 보안실장) : "좀 더 강력하게 홍보를 하고는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구요. 메르스때는 내원객들이 병원 근처에도 잘 안오시려고 했었는데,메르스가 어느정도 종식되고 난 이후에는 면회 시간의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때나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 병원에선 환자들이 병원 로비까지 나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병원 밖에서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응급실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감염병 우려가 있는 환자들과 함께 응급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도 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슷합니다.

응급실이 메르스 확산의 대표적인 통로가 되자, 정부는 응급 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감염위험 환자를 선별 진료하고, 응급실마다 음압 병상을 설치하는 것도 의무화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진엽(보건복지부 장관) : "환자 가족 등 응급실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실 입원 대기 시간을 평가하고, 이를 응급센터 지정 기준에 반영하겠습니다."

메르스 최대 감염지였던 삼성병원 응급실입니다.

환자와 허가받은 보호자만 카드키를 대고 출입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응급실 병상도 모두 칸막이를 통해 분리했습니다.

응급실 앞에 별도의 건물을 만들어 감염병 증상이 있는 환자는 처음부터 음압 병실에서 격리 진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효정(삼성서울병원 간호파트장) :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빨리 격리병실로 이동을 하게 되고, 만약에 메르스나 이런 검사상 결과가 나오게 되면 국가 지정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어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5백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대부분의 민간 병원들은 이런 대규모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보전율이 70%대에 불과하고, 응급진료 센터 시설 개선 비용을 정부가 얼마나 보전해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영호(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 "응급센터의 수가 자체가 원가 보상이 안되고 있어서, 고정비도 높아서 고정비 자체가 적자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다 환자를 본다고 해서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음압 병상을 확보하려면 기존 병상 수를 줄여야 해, 응급실 과밀화가 더 심각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가벼운 질병이나 입원을 빨리 하기 위해 무작정 응급실을 찾는 문화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급 병원에 갈 때 제출하는 '진료 의뢰서'에 수가를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권덕철(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 "상급종합병원으로 무분별하게 모이는 그런 것도 일부 우리들이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이 제도를 현재 검토 중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이 적다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병원 예방관리센터장) : "수가 신설만으로 현재 의료 전달체계가 개편될까요? 왜냐하면 액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모르겠습니다. 몇 만 원 이렇게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돈 내고 나는 못 가겠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몇 천원 수준의 수가면 그럼 부담하고서라도 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겠다, 이런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감염의 고리로 지목된 '가족 간호' 문화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녹취> "진짜로 고마웠어. 내가 여기와서 많이 느꼈어. 선생님들이 낫게 해 주려고...(조심해 가세요. 다음에는 걸어서 오세요)"

퇴원하는 환자와 간호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쉬움의 인사를 건넵니다.

병실에는 간병인이 없고, 보호자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병실 앞에는 간호사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포괄 간호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인터뷰> 박지영(간호사) : "보호자 분이 상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낙상이라든지, 욕창이라든지 그런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자주 순회하고..."

포괄간호서비스 수가는 평균 10만 원 선인데, 이 가운데 20%인 2만 원 정도를 환자가 부담합니다.

<인터뷰> 유옥례(환자) : "호출기 하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금방 오셔서 챙겨주고 하시니까... (병실이) 조용한 게 좋은 것 같아요."

현재 이런 포괄적 간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 80곳입니다.

당초 예정대로 2018년부터 전국 병원에서 1개 병동씩 확대 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건보 재정 7천 7백 억원이 드는 사업입니다.

충분한 간호 인력 확보 없이 시작부터 했다가 중소 병원의 간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강청희(의사협회 상근부회장) : "시설이 돼 있고, 조건이 되어 있는 상급 종합병원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시설이나 재정적 여건이 어려운 중소병원에서는 오히려 인력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지난달 1일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문책도, 청 단위 독립도 없이 차관급 조직으로 거듭난 질병관리 본부가 제대로된 쇄신을 이룰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 예방관리센터장) : "권한 이양은 상세하게 제시되지 않은 걸 봐서는 어떤 분이 차관으로 오느냐, 어떤 분이 장관으로 오느냐에 따라서 대응의 수준이나 논의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교수) : "민간에서 전문가들이 질병관리본부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하더라도 관료 조직하에서 일을 하게 되니까 거의 관료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하루 평균 6만 명이 입국하는 인천공항.

지난해 기준으로 4백 명이 해외에 나갔다가 감염병에 걸린 채 입국했습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검역관 한 명당 하루에 천 6백여 병을 담당하는 출입국 검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격리와 진단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처럼 잠복기에 입국할 경우 입국 단계에서 감염 사실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김우주(메르스 즉각대응팀 공동팀장) : "어떤 감염병이든 신종감염병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어요. 치사율이라든지, 진단이라든지 백신 유무, 치료제 이런 것들에따라 전파 경로에 따라 우리가 따로 지침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해요."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가, 중동에서는 메르스, 동남아에서는 뎅기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7일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입국한 사람 중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된 사람만 58명에 달합니다.

메르스 공식 종식 선언을 앞두고 있지만, 제 2, 제 3의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15년 한국을 덮쳤던 메르스 사태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 공포가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더 키울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직업 관료나 정치인 대신 의료전문가들이 국가 방역체계의 권한과 책임을 질때 언제 어떠 방식으로 나타날 지 모르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메르스 징비록
    • 입력 2015-10-11 23:58:12
    • 수정2015-10-12 09:01:40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이준영(서울 서대문보건소장) : "전혀 여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을 못했기 때문에 더욱 더 빨라졌다고 생각됩니다."

<녹취>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제일 큰 거는 그거죠. 삼성서울병원인 거죠. 밤을 세워가면서 기다리는 그런 응급실 시스템이다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이 된 거죠."

<녹취> 정진엽(보건복지부 장관/지난 달 1일) : "메르스 대응 과정 및 국회 특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녹취>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못 막아요. 어떤 감염병이든 신종 감염병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어요. 치사율이라든지, 진단이라든지 백신 유무, 치료제 이런 것들에따라 전파 경로에 따라 우리가 따로 다 지침을 만들고..."

<오프닝>

지난 1일이죠, 이곳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는 이번달 29일, 메르스의 완전 종식을 공식 선언할 예정입니다.

발길이 뚝 끊겼던 병원도 환자와 보호자들이 돌아왔고,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메르스'의 기억도 빠르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 방역과 의료 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제 2, 제 3의 메르스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메르스와의 사투, 그 치열했던 기억들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재발 방지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첫 번째 확진 환자를 비롯해 모두 3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입니다.

한 달 넘게 닫혀있던 병원은 이제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두고 진료 중입니다.

<녹취> 평택성모병원 인근 상인(음성변조) : "병원에 응급실에 자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니까...여기 병원의 간호사들이 많이 오거든요. 그분들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자리가 없다고."

한때 사람 구경하기 어려웠던 병원 앞 상가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평택성모병원 인근 식당 주인 : "엄청 좋아진 거예요. 여기 사람 메르스 때문에 다 안 오셨잖아. 여기 지나다니면 큰일 난다고..."

평택 주민들은 지금이야 마음 놓고 단골 식당에도 드나들 수 있게 됐지만, 힘들었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기욱(평택 주민) : "집이 아파트 11층인데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없었어요. 동네 사람들이. 죽음의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이 동네가 그때 당시에 정말 그 정도로 힘들었어요."

평택에 살고 있는 조모 씨는 지난 5월 19일 대상포진을 앓던 어머니와 함께 평택성모병에 갔습니다.

조씨의 어머니는 국내 최초의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8층 병동에 입원했고, 당시 의료진은 확진 판정 이후에도 이런 사실을 환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병실 소독도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2인실 한 곳에서만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입원 사흘 뒤인 23일부터 조 씨의 어머니는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였고, 병원은 폐렴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엄마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간호사한테 갔을 때, 28일 날 제가 갔어요. 가서 물어봤더니 폐렴이라고만 얘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날 저녁엔 병원 측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저녁에 갑자기 1인실로 다 옮기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시키고 그랬어요."

조 씨의 어머니처럼 1번 환자와 같은 병동, 다른 병실에 입원했던 70대 남성 환자가 6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을 위험군으로 분류해 온 정부의 대응지침을 벗어난 감염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가 막 돌아다니다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다른 병실에 환자가 엄청 많았는데 같은 층에. 그 사람들 다 어떻게 된 거냐,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28일 날 그 다른 병실 환자. 6번 환자가 확진이 되면서 질병관리본부에서 다시 평택성모에 다시가게 된거죠."

질병관리본부는 급하게 격리대상을 늘렸습니다.

<인터뷰> 신상엽(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런 감염병의 경우는 첫 환자 발견 이후의 초기 역학 조사를 굉장히 광범위하게 전수 조사를 해야만 됩니다. 한 명, 두 명이라도 놓치면 그 환자를 통해서 굉장히 전체적인 큰 유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 씨와 남편, 어린 자녀들도 2주간의 격리 끝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 씨의 어머니는 42번 환자로 확진받은 뒤 가족들의 얼굴 한 번 못 본 채 눈을 감았습니다.

<녹취> 조00(메르스 환자 유족/음성변조) : "국가에서 승화원에서 그거(화장) 해주고, 그 다음에는 저희가 알아서...장례식도 못 치렀죠. 격리가(접촉자 자가 격리) 끝났다는 통보가 안 올라가 있어서. 아직도 그래서 장례식에서도 받아주는 데가 없었어요."

격리 대상을 확대하며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도 하나하나 조사를 하던 질병관리본부는 한 30대 환자가 5월 27일부터 이틀 동안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평택성모에서 평택굿모닝을 거쳐 삼성서울병원까지 이동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슈퍼전파자, 14번 환자였습니다.

<인터뷰> 기모란(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 : "제일 큰 거는 그거죠. 삼성서울병원인 거죠. 왜냐면 거기에 거의 버스터미널처럼 다 모여서 앉아가지고 사람들이 2박3일씩 거기서 밤을 세워가면서 기다리는 그런 응급실 시스템이다보니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이 된 거죠."

이 가운데는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를 밤새 간호하던 박영종씨도 있습니다.

<인터뷰> 박영종(메르스 환자) : "(집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씩 응급실에 실려갔어요. 그래서 그날 밤에도 내가 집사람을 데리고 응급실에 가가지고 그날 밤에 슈퍼 환자(슈퍼 전파자)가 와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전염시켰다고 하더라구요."

나흘이 지나 아내가 퇴원할 때까지 박 씨는 자신이 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응급실에 메르스 환자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삼성서울병원의 전화를 받고 메르스 검사를 받으러 간 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1차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고, 한 나절만에 열이 크게 오르면서 박 씨는 그대로 2주 동안 의식을 잃었습니다.

응급실에서 퇴원 후 집과 가까운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엄마를 간호했던 두 딸도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종(메르스 환자) : "음식같은 것도 갖다줄 사람이 없잖아요. 다 격리되니까. 교회 집사님들이 음식 같은 거 해다가 밖에다 놔두고 (초인종) 눌러만 주고 가거든. 갖다 먹으라고 하고. 이런 식으로 진짜 처참하게..."

6월 초, 격리자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확진 확자도 30명을 넘기면서 메르스 확산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질 않았습니다.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커졌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초반에 병원 자체에서 통제를 잘 했으면 공개까지 가야될 이유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거기서 놓쳐버려서 환자들이 확산이 되다보니까 환자들이 어디에 갔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병원 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거든요."

확인되지 않은 괴담성 정보가 SNS나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하자 정부는 지난 6월 7일 메르스 관련 병원을 공개했습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 6곳과 확진 전 거쳐간 병원 18곳 등 모두 24곳 이었습니다.

병원 명단 공개 이후에도 확진 환자는 하루에 10명 내외씩 늘었습니다.

이 때부터 정부는 메르스 즉각대응TF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접촉자를 찾아내 구멍을 메우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김우주(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명단이 많이 빠져있고 접촉자 추적도 완벽하게 안되어 있고, 이걸 완벽하게 명단을 확보하고 즉시로 자가 격리가 되는지 확인하다 보니까 좀더 적극적으로 접촉자 명단을 찾아내고 또 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30분 간격으로 두 번 전화해서 안 받으면 직접 가봐라, 확인해라."

환자와 격리자가 모두 늘어나면서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과 부담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16번 환자가 이동해 온 대전 지역에는 감염전문가가 부족해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대전지역 병원에)갔더니 그냥...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완전 손놓고 있는 상황인거죠 저희가 가서 일단 실제로 직원들 옷 입는 것부터 점검, 보호복 입는 것부터 점검 다시 하고 환자 배치 상황도 봤더니, 환자들 대여섯 명씩 같이 노출된 사람들이 있어서 그 중에 열 나는 사람 발생할 때마다 계속 제2차 노출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어요."

격리병동에 음압병실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메르스 중점 병원들도 준비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인터뷰> 박태경(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간호사) : "저희는 준비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온 거죠. 노출된 환자들 입원을 해야 된다 하니까 그 때가 8시인가 연락을 갑자기 받고 환자는 22명 있는데, 그래서 1시간 반 만에 거의 두 시간 사이에 환자를 다 뺐어요. 특수 보호복이나 마스크, 장갑 등 기존에는 많이 쓰지 않던 용품들을 끌어모으려다 보니 초반에는 물량 확보에 애를 먹었습니다."

<인터뷰> 박태경(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간호사) : "저희가 보호복을 상시에 갖고 있지는 않잖아요. 이게 특수 보호복이기 때문에 이걸 하면서 여러 군데서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재고 부분 이렇게 해서 받으면 훼손된 부분도 있고 뜯어져 있고, 낡아서 뜯어져 있거나 아니면 마스크 같은 게 끊어져 있거나 그런 것도 있었어요."

정부의 대응 지침도 현장에서는 날마다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

<인터뷰> 안주희(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내과전문의) : "심지어는 환자가 너무 덥고 그러니까 저한테 수박을 주세요. 격리동에 환자가 그랬단 말이에요. 그럼 그 수박은 그냥 씻어서 이게 생과일인데 칼질해서 그냥 주면 됩니까. 용기에 담으면 됩니까 이렇게. 그럼 저희가 생과일은 어디까지 줘도 되고, 생 날 음식은 어디까지 주면 안되고 이런 디테일들이 있잖아요. 모두 논의 하는 거에요. 그냥"

어떤 방역 대책도 100% 확신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환자 관리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현장 의료진은 말합니다.

<인터뷰> 안주희(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내과전문의) : "처음에는 더운데 에어컨을 틀 수도 없었으니까요. 많이 검증했지만 그래도 하나, 만약에 모를 대비를 위해서 정말 전부 다 에어컨 안 틀고 선풍기 못 틀고 땀 흠뻑 흘리면서 일했거든요."

메르스 확산을 막기위한 사투 속에서 일부 환자들의 거짓말은 방역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위험 요인이었습니다.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 중동 지역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숨긴 환자도 있었습니다.

또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문진 과정에서 밝히지 않는 경우도 정확한 역학조사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녹취> 신상엽(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 "사람도 움직이고, 환경도 움직이고, 사람은 특히나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이런 부분도 모두 다 고려를 해서..."

메르스 종식 선언을 앞두고 찾은 병원.

병원은 다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이동(경기도 고양시) : "전혀 꺼리낌이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구요. 다 잊혀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하는 곳도 없구요."

병원 곳곳엔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문구가 나붙었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 사항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김대혁(인하대 병원 보안실장) : "좀 더 강력하게 홍보를 하고는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구요. 메르스때는 내원객들이 병원 근처에도 잘 안오시려고 했었는데,메르스가 어느정도 종식되고 난 이후에는 면회 시간의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때나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 병원에선 환자들이 병원 로비까지 나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병원 밖에서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응급실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감염병 우려가 있는 환자들과 함께 응급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도 메르스 사태 이전과 비슷합니다.

응급실이 메르스 확산의 대표적인 통로가 되자, 정부는 응급 의료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감염위험 환자를 선별 진료하고, 응급실마다 음압 병상을 설치하는 것도 의무화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진엽(보건복지부 장관) : "환자 가족 등 응급실 방문객 출입을 제한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실 입원 대기 시간을 평가하고, 이를 응급센터 지정 기준에 반영하겠습니다."

메르스 최대 감염지였던 삼성병원 응급실입니다.

환자와 허가받은 보호자만 카드키를 대고 출입할 수 있습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응급실 병상도 모두 칸막이를 통해 분리했습니다.

응급실 앞에 별도의 건물을 만들어 감염병 증상이 있는 환자는 처음부터 음압 병실에서 격리 진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우효정(삼성서울병원 간호파트장) :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빨리 격리병실로 이동을 하게 되고, 만약에 메르스나 이런 검사상 결과가 나오게 되면 국가 지정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어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5백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대부분의 민간 병원들은 이런 대규모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보전율이 70%대에 불과하고, 응급진료 센터 시설 개선 비용을 정부가 얼마나 보전해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영호(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 "응급센터의 수가 자체가 원가 보상이 안되고 있어서, 고정비도 높아서 고정비 자체가 적자를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다 환자를 본다고 해서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음압 병상을 확보하려면 기존 병상 수를 줄여야 해, 응급실 과밀화가 더 심각해질 거란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가벼운 질병이나 입원을 빨리 하기 위해 무작정 응급실을 찾는 문화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급 병원에 갈 때 제출하는 '진료 의뢰서'에 수가를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권덕철(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 "상급종합병원으로 무분별하게 모이는 그런 것도 일부 우리들이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이 제도를 현재 검토 중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이 적다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병원 예방관리센터장) : "수가 신설만으로 현재 의료 전달체계가 개편될까요? 왜냐하면 액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모르겠습니다. 몇 만 원 이렇게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돈 내고 나는 못 가겠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몇 천원 수준의 수가면 그럼 부담하고서라도 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겠다, 이런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감염의 고리로 지목된 '가족 간호' 문화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녹취> "진짜로 고마웠어. 내가 여기와서 많이 느꼈어. 선생님들이 낫게 해 주려고...(조심해 가세요. 다음에는 걸어서 오세요)"

퇴원하는 환자와 간호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쉬움의 인사를 건넵니다.

병실에는 간병인이 없고, 보호자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병실 앞에는 간호사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포괄 간호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인터뷰> 박지영(간호사) : "보호자 분이 상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낙상이라든지, 욕창이라든지 그런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자주 순회하고..."

포괄간호서비스 수가는 평균 10만 원 선인데, 이 가운데 20%인 2만 원 정도를 환자가 부담합니다.

<인터뷰> 유옥례(환자) : "호출기 하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금방 오셔서 챙겨주고 하시니까... (병실이) 조용한 게 좋은 것 같아요."

현재 이런 포괄적 간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전국에 80곳입니다.

당초 예정대로 2018년부터 전국 병원에서 1개 병동씩 확대 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건보 재정 7천 7백 억원이 드는 사업입니다.

충분한 간호 인력 확보 없이 시작부터 했다가 중소 병원의 간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강청희(의사협회 상근부회장) : "시설이 돼 있고, 조건이 되어 있는 상급 종합병원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시설이나 재정적 여건이 어려운 중소병원에서는 오히려 인력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지난달 1일 '국가 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문책도, 청 단위 독립도 없이 차관급 조직으로 거듭난 질병관리 본부가 제대로된 쇄신을 이룰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인터뷰> 황승식(인하대 예방관리센터장) : "권한 이양은 상세하게 제시되지 않은 걸 봐서는 어떤 분이 차관으로 오느냐, 어떤 분이 장관으로 오느냐에 따라서 대응의 수준이나 논의의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터뷰> 이재갑(교수) : "민간에서 전문가들이 질병관리본부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하더라도 관료 조직하에서 일을 하게 되니까 거의 관료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하루 평균 6만 명이 입국하는 인천공항.

지난해 기준으로 4백 명이 해외에 나갔다가 감염병에 걸린 채 입국했습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검역관 한 명당 하루에 천 6백여 병을 담당하는 출입국 검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격리와 진단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처럼 잠복기에 입국할 경우 입국 단계에서 감염 사실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김우주(메르스 즉각대응팀 공동팀장) : "어떤 감염병이든 신종감염병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어요. 치사율이라든지, 진단이라든지 백신 유무, 치료제 이런 것들에따라 전파 경로에 따라 우리가 따로 지침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 준비를 해야 해요."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가, 중동에서는 메르스, 동남아에서는 뎅기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10월 7일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입국한 사람 중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된 사람만 58명에 달합니다.

메르스 공식 종식 선언을 앞두고 있지만, 제 2, 제 3의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15년 한국을 덮쳤던 메르스 사태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 공포가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더 키울 뿐이라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직업 관료나 정치인 대신 의료전문가들이 국가 방역체계의 권한과 책임을 질때 언제 어떠 방식으로 나타날 지 모르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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