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의도 벙커의 비밀…40년 만에 시민 공개

입력 2015.10.13 (08:31) 수정 2015.10.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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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정치 1번지, 금융 1번지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바로 서울 여의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땅, 여의도 한복판에서 지하 비밀 벙커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주말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벙커 건설에 대한 자료나 증언이 아직 나오지 않아, 추측만 무성한 상황입니다.

600제곱미터에 이르는 넓은 공간에 샤워실까지 갖춘 이 비밀 벙커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입니다.

길게 줄을 지어선 사람들.

미스터리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지하 벙커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김욱진(서울시 관악구) : "이번에 여의도 벙커가 공개돼서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오게 됐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 공간이 펼쳐집니다.

600제곱미터에 이르는 넓은 공간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여기가 180평 정도 되는 공간이고요. 특이한 점은 이렇게 넓은 공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습니다."

먼저, VIP실로 불리는 구역을 찾았습니다.

6, 70년대를 다룬 드라마에 나올 법한 호피무늬 소파가 눈에 띕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켠에 딸려 있습니다.

그 맞은편으로, VIP실보다 9배나 넓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2005년 발견) 당시에 현장에서 보니까 물이 한 30cm 정도 잠겨 있었고 전기도 전혀 들어오지 않고 어두컴컴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버스가 오가는 길 아래로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던 비밀의 공간, 시민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병현(경북 포항) : "VIP 쪽 공간이라든지 아니면 화장실이라든지 그런 공간이 원형으로 잘 보존돼있어서 그게 인상 깊었습니다."

<인터뷰> 김지은(서울시 마포구) :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그게 놀랍고 저희 집보다 넓은 공간을 비밀 벙커로 썼다는 자체가 어떤 역사적인 사실도 있을 것 같아요."

2005년 버스 환승센터 공사 도중 드러난 지하 벙커, 서울시는 벙커의 연원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저희가 수도방위사령부에 확인을 해봤는데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고 전혀 이곳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전직 서울시 공무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손정목(교수/서울시립대학교) :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의도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1년에 한 번씩 사용한 것은 국군의 날 한 번뿐이에요."

손 교수의 저서에는 여의도 비행장이 5.16 광장으로 개발되던 당시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1970년 10월 말,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불러 직접 선까지 그어가며 광장 조성을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를 계기로, 광장이 일반에 첫 얼굴을 내보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군인들의 행렬을 사열했던 사열대 위치가 지하 벙커 바로 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지하 벙커가 대통령과 관련된 시설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여의도가 활용되는 가장 큰 행사는 국군의 날에 있었던 열병식 행사였기 때문에 당시에 대통령 경호는 굉장히 중요했을 거고……."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국군의 날 행사, 뻥 뚫린 야외 공간에서 대통령 경호를 위한 시설이 필요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1968년에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 아마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고 보입니다. 더군다나 1974년에 영부인이 돌아가시는 저격 사건, 그 생각을 하면 실내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통제가 어려운 실외에서의 대통령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죠."

특히, 벽과 천장의 두께가 50cm나 된다는 점도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유사시에 굉장히 안전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죠."

그렇다면, 이 지하 벙커는 언제 건설된 걸까요?

시점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녹취>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항공사진이 76년도에는 벙커 시설물에 대한 출입구가 없었는데 77년도 항공사진에선 출입구가 2개 보였습니다. 그래서 추정 시기를 76년에서 77년 말 사이가 아닌가……."

취재진은 당시 군인 신분으로 벙커 건설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고 말하는 한 6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김경중 씨는 당시 대통령 사열대와 벙커 연결 통로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중(1975년 당시 군인) : "75년도 5월에 입대해서 78년 2월에 제대했는데 그때 내 나이가 21살이었어요. 우리(중대)가 국군의 날 행사할 때 사열대에서 벙커 연결하는 작업까지 했으니까……."

김 씨는 당시 입대하자마자 건설 작업을 하게 됐었다며, 공사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인터뷰> 김경중(975년 당시 군인) : "사열대에서 벙커로 연결하는 통로를 우리가 만들었던 거고 벙커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어요, 75년도에 75년도 7월 초에 들어갔으니까 그 이전에 공사를 했다고 봐야죠."

1975년 당시 이미 지하 벙커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벙커 화장실에 있는 양변기 얘기를 꺼냈습니다.

<인터뷰> 김경중(1975년 당시 군인) : "서울의 상층부는 양변기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양변기를 사용 안 해봤어요. 그 당시엔 그게 특이한 걸로 기억이 됐어요."

정확한 건설 기록은 없지만, 여의도 변천사의 어엿한 한 페이지로 기록될 지하 비밀 벙커.

서울시는 지하 벙커를 다음 달 1일까지 주말에만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한 뒤, 내년 10월 1일 정식 개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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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여의도 벙커의 비밀…40년 만에 시민 공개
    • 입력 2015-10-13 08:33:05
    • 수정2015-10-13 0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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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정치 1번지, 금융 1번지 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바로 서울 여의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땅, 여의도 한복판에서 지하 비밀 벙커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주말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벙커 건설에 대한 자료나 증언이 아직 나오지 않아, 추측만 무성한 상황입니다.

600제곱미터에 이르는 넓은 공간에 샤워실까지 갖춘 이 비밀 벙커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입니다.

길게 줄을 지어선 사람들.

미스터리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지하 벙커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김욱진(서울시 관악구) : "이번에 여의도 벙커가 공개돼서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오게 됐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 공간이 펼쳐집니다.

600제곱미터에 이르는 넓은 공간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여기가 180평 정도 되는 공간이고요. 특이한 점은 이렇게 넓은 공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습니다."

먼저, VIP실로 불리는 구역을 찾았습니다.

6, 70년대를 다룬 드라마에 나올 법한 호피무늬 소파가 눈에 띕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켠에 딸려 있습니다.

그 맞은편으로, VIP실보다 9배나 넓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2005년 발견) 당시에 현장에서 보니까 물이 한 30cm 정도 잠겨 있었고 전기도 전혀 들어오지 않고 어두컴컴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버스가 오가는 길 아래로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던 비밀의 공간, 시민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병현(경북 포항) : "VIP 쪽 공간이라든지 아니면 화장실이라든지 그런 공간이 원형으로 잘 보존돼있어서 그게 인상 깊었습니다."

<인터뷰> 김지은(서울시 마포구) :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그게 놀랍고 저희 집보다 넓은 공간을 비밀 벙커로 썼다는 자체가 어떤 역사적인 사실도 있을 것 같아요."

2005년 버스 환승센터 공사 도중 드러난 지하 벙커, 서울시는 벙커의 연원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저희가 수도방위사령부에 확인을 해봤는데 수도방위사령부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고 전혀 이곳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전직 서울시 공무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손정목(교수/서울시립대학교) :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여의도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1년에 한 번씩 사용한 것은 국군의 날 한 번뿐이에요."

손 교수의 저서에는 여의도 비행장이 5.16 광장으로 개발되던 당시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습니다.

1970년 10월 말,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불러 직접 선까지 그어가며 광장 조성을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10월, 국군의 날 행사를 계기로, 광장이 일반에 첫 얼굴을 내보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군인들의 행렬을 사열했던 사열대 위치가 지하 벙커 바로 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지하 벙커가 대통령과 관련된 시설일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여의도가 활용되는 가장 큰 행사는 국군의 날에 있었던 열병식 행사였기 때문에 당시에 대통령 경호는 굉장히 중요했을 거고……."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국군의 날 행사, 뻥 뚫린 야외 공간에서 대통령 경호를 위한 시설이 필요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1968년에 김신조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 아마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고 보입니다. 더군다나 1974년에 영부인이 돌아가시는 저격 사건, 그 생각을 하면 실내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통제가 어려운 실외에서의 대통령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죠."

특히, 벽과 천장의 두께가 50cm나 된다는 점도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터뷰> 안창모(교수/경기대학원 건축설계학과) : "유사시에 굉장히 안전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죠."

그렇다면, 이 지하 벙커는 언제 건설된 걸까요?

시점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녹취> 이조우(안전 정책 팀장/서울시청) : "항공사진이 76년도에는 벙커 시설물에 대한 출입구가 없었는데 77년도 항공사진에선 출입구가 2개 보였습니다. 그래서 추정 시기를 76년에서 77년 말 사이가 아닌가……."

취재진은 당시 군인 신분으로 벙커 건설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고 말하는 한 6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김경중 씨는 당시 대통령 사열대와 벙커 연결 통로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중(1975년 당시 군인) : "75년도 5월에 입대해서 78년 2월에 제대했는데 그때 내 나이가 21살이었어요. 우리(중대)가 국군의 날 행사할 때 사열대에서 벙커 연결하는 작업까지 했으니까……."

김 씨는 당시 입대하자마자 건설 작업을 하게 됐었다며, 공사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인터뷰> 김경중(975년 당시 군인) : "사열대에서 벙커로 연결하는 통로를 우리가 만들었던 거고 벙커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어요, 75년도에 75년도 7월 초에 들어갔으니까 그 이전에 공사를 했다고 봐야죠."

1975년 당시 이미 지하 벙커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벙커 화장실에 있는 양변기 얘기를 꺼냈습니다.

<인터뷰> 김경중(1975년 당시 군인) : "서울의 상층부는 양변기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양변기를 사용 안 해봤어요. 그 당시엔 그게 특이한 걸로 기억이 됐어요."

정확한 건설 기록은 없지만, 여의도 변천사의 어엿한 한 페이지로 기록될 지하 비밀 벙커.

서울시는 지하 벙커를 다음 달 1일까지 주말에만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개방한 뒤, 내년 10월 1일 정식 개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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