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시선] 베이징에 한국 감독 합숙소가 있다?…한중합작영화

입력 2015.10.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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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영화평론가: 오늘은 좀 있어보이고 싶어서요. 영어 한마디 하겠습니다. international co production.말하고도 창피하네.

박은영 아나운서: 정말 못 알아듣겠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면 외국에서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거.

최: 국제 합작 영화라는 뜻인데요. 무슨 의미인지는 아세요?

박: 그럼요. 두 개 이상의 나라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건데 가만히 보면 유럽에서 만드는 영화들은 대부분 합작영화인 거 같아요.

최: 한국에서도 합작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아시아권에서도 한중합작영화나 한일합작영화.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져 왔죠.

박: 그러게요 만들어지는 건 알겠는데 어떤 영화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떤 게 합작인지 어떤 게 우리 영화인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최: 그만해 꼭 할 때마다 그런 노래 부르더라 안 웃겨요.

박: 안 웃겨요 웃으셨잖아요!

최: 어이가 없어서 웃은 거예요. 어쨌든 한중합작영화가 특히나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근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한중합작영화가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습니다.

박: 왜 합작영화는 잘 안 되는 걸까요?

최: 왜 잘 안될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 '무사' : 정우성도 장쯔이도 나왔는데 왜 실패했나 ]

2000년대 들어 만들어진 가장 본격적인 한중합작영화. 바로 이 작품 무사가 되겠습니다.

박: 이게 한중합작영화였어요. 우리나라 배우 정우성 안성기 중국 여배우 장쯔이도 가세했던 그런 작품이죠.

최: 그러니까 합작 영화죠. 영화 촬영도 거의 반년 가까이 중국의 광활한 사막과 숲을 오가며 진행을 했는데요. 당시로선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뚜껑을 열어보인 뒤에 흥행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무협이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잘 안 맞는 게 현실이죠. 근데 이 영화는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무협의 스케일을 넓혔을 뿐 중국인들이 만드는 무협 영화의 완성도에는 한참 모자랐던 게 사실이죠.

박: 정말 안타깝네요.

[ 전지현 주연 '데이지' 역시 흥행 '참패' ]

최: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에서 대히트를 치면서요. 전지현이 한류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죠. 그러면서 또 한 편의 한중합작영화가 만들어지는데요. 바로 데이지라는 작품이죠.

박: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까지 주요 캐스팅이 모두 한국 배우라서 저는 이게 한국 영화인 줄 알았거든요. 합작 영화였군요.

최: 합작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에요. 홍콩 느와르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유위강 감독이 맡았는데요. 결과는 뭐 아시든지 모르시든지 한국에서 흥행 참패했습니다.

[ 장동건에 장쯔이, 장백지, 허진호 감독까지 나왔는데 왜? ]

박: 저도 한 편이 생각나는데요.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던 위험한 관계. 이 영화도 한중합작영화 아니었어요.

최: 네. 장동건에 장쯔이 장백지 등의 중화권 배우들이 가세한 작품이었는데요. 역시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박: 한중합작영화가 한국에서 모두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그 이유가 뭘까요

[ 실패 원인은 '어정쩡한 모양새' ]

최: 한마디로 좀 어정쩡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 어정쩡함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영화인데요.

박: 미스터 고 군요.

최: 중국에서 온 고릴라가 한국 프로야구단에서 활약한다는 조금 황당무계한 이야기였죠. 이 영화 역시 중국과 한국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중국소녀로 이들이 활약하는 무대는 한국으로 설정을 했죠.

박: 그런데 그것이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가 되고 만 것이군요.

최: 맞습니다.그래서 요즘은 한중합작 모델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데요.

박: 어떻게 바뀌고 있죠?

[ '대륙' 시장만 노린다.. '한 우물 파기' 전략으로 변화 ]

최: 지금 보고 계시는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처럼요. 한국의 감독들이 아예 중국으로 가서 중국 영화를 만들거나 중국 스텝들이 한국에 와서 자국 영화를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박: 그러면 한국 시장보다는 아예 중국 시장만을 바라보고 영화를 만든다 이거군요.

최: 척하면 척이죠 맞습니다. 좁은 한국시장까지 고려해서 영화를 어정쩡하게 만드느니 아예 중국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드는 게 흥행 면에서 더 유리하다 이런 판단 때문이겠죠.

박: 그러면 한중합작영화가 한국에선 잘 안되니까 아예 중국시장을 노린 영화를 만든다. 거기에 한국의 감독과 배우들이 동원되고 있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가 있겠네요.

[ 중국에 한국 감독 합숙소까지? ... 이러다 하청업체 될라 ]

합작 영화들의 흐름을 쭉 살펴보니까 한국 중심의 합작영화에서 이제는 중국 중심으로 좀 옮겨가고 있다 이렇게 알 수가 있겠네요.

최: 맞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사실 한국과 중국의 영화 시장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인구수만 봐요. 우리나라 감독들이 중국으로 막 가고 있어요. 엘도라도처럼. 그래서 심지어 베이징에는 한국 감독들의 합숙소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박: 그 정도예요. 근데 중국 영화 이렇게 하면 예전에는 시대극 무협 이런 것들을 떠올렸는데 요즘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많아진 거 같아요.

최: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현대물이 요즘 중국에서 인기를 많이 끌고 있어요. 근데 중국 감독들이 무협을 주로 많이 하다보니까 현대물에 약한 거예요. 한국 감독들이 현대물에 강한 거죠. 그러다보니까 중국에서 한국 감독들을 선호하는 양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박: 한국은 좁다. 중국으로 가겠다 이런 취지는 좋은데 중국영화에 한국 영화가 하청업체로 전락해버릴까봐 그것도 좀 걱정이 되네요.

최: 오늘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수준 높은 지적들을 계속 하세요

박: 평론가님 덕분입니다.

최: 놀라운 지적입니다. 저도 그게 참 한편으론 걱정입니다.

박: 그것도 걱정이지만 사실은 제 걱정이나 할게요. 이제 몇 달 안지나면 서른 .. 점점 더 까칠해가는 박은영과 최광희 평론가가 함께한 시간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최: 똑똑해져가는 박은영. 똑똑

박: 나이 들어가는 박은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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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3 19:15:37
    까칠한 시선
최광희 영화평론가: 오늘은 좀 있어보이고 싶어서요. 영어 한마디 하겠습니다. international co production.말하고도 창피하네. 박은영 아나운서: 정말 못 알아듣겠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면 외국에서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거. 최: 국제 합작 영화라는 뜻인데요. 무슨 의미인지는 아세요? 박: 그럼요. 두 개 이상의 나라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건데 가만히 보면 유럽에서 만드는 영화들은 대부분 합작영화인 거 같아요. 최: 한국에서도 합작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아시아권에서도 한중합작영화나 한일합작영화.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져 왔죠. 박: 그러게요 만들어지는 건 알겠는데 어떤 영화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떤 게 합작인지 어떤 게 우리 영화인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최: 그만해 꼭 할 때마다 그런 노래 부르더라 안 웃겨요. 박: 안 웃겨요 웃으셨잖아요! 최: 어이가 없어서 웃은 거예요. 어쨌든 한중합작영화가 특히나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근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한중합작영화가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습니다. 박: 왜 합작영화는 잘 안 되는 걸까요? 최: 왜 잘 안될까요. 이번 주 까칠한 시선에서 짚어봅니다. [ '무사' : 정우성도 장쯔이도 나왔는데 왜 실패했나 ] 2000년대 들어 만들어진 가장 본격적인 한중합작영화. 바로 이 작품 무사가 되겠습니다. 박: 이게 한중합작영화였어요. 우리나라 배우 정우성 안성기 중국 여배우 장쯔이도 가세했던 그런 작품이죠. 최: 그러니까 합작 영화죠. 영화 촬영도 거의 반년 가까이 중국의 광활한 사막과 숲을 오가며 진행을 했는데요. 당시로선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뚜껑을 열어보인 뒤에 흥행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무협이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잘 안 맞는 게 현실이죠. 근데 이 영화는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무협의 스케일을 넓혔을 뿐 중국인들이 만드는 무협 영화의 완성도에는 한참 모자랐던 게 사실이죠. 박: 정말 안타깝네요. [ 전지현 주연 '데이지' 역시 흥행 '참패' ] 최: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중국에서 대히트를 치면서요. 전지현이 한류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죠. 그러면서 또 한 편의 한중합작영화가 만들어지는데요. 바로 데이지라는 작품이죠. 박: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까지 주요 캐스팅이 모두 한국 배우라서 저는 이게 한국 영화인 줄 알았거든요. 합작 영화였군요. 최: 합작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에요. 홍콩 느와르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유위강 감독이 맡았는데요. 결과는 뭐 아시든지 모르시든지 한국에서 흥행 참패했습니다. [ 장동건에 장쯔이, 장백지, 허진호 감독까지 나왔는데 왜? ] 박: 저도 한 편이 생각나는데요.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던 위험한 관계. 이 영화도 한중합작영화 아니었어요. 최: 네. 장동건에 장쯔이 장백지 등의 중화권 배우들이 가세한 작품이었는데요. 역시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박: 한중합작영화가 한국에서 모두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네요. 그 이유가 뭘까요 [ 실패 원인은 '어정쩡한 모양새' ] 최: 한마디로 좀 어정쩡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 어정쩡함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영화인데요. 박: 미스터 고 군요. 최: 중국에서 온 고릴라가 한국 프로야구단에서 활약한다는 조금 황당무계한 이야기였죠. 이 영화 역시 중국과 한국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중국소녀로 이들이 활약하는 무대는 한국으로 설정을 했죠. 박: 그런데 그것이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가 되고 만 것이군요. 최: 맞습니다.그래서 요즘은 한중합작 모델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데요. 박: 어떻게 바뀌고 있죠? [ '대륙' 시장만 노린다.. '한 우물 파기' 전략으로 변화 ] 최: 지금 보고 계시는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처럼요. 한국의 감독들이 아예 중국으로 가서 중국 영화를 만들거나 중국 스텝들이 한국에 와서 자국 영화를 만드는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박: 그러면 한국 시장보다는 아예 중국 시장만을 바라보고 영화를 만든다 이거군요. 최: 척하면 척이죠 맞습니다. 좁은 한국시장까지 고려해서 영화를 어정쩡하게 만드느니 아예 중국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드는 게 흥행 면에서 더 유리하다 이런 판단 때문이겠죠. 박: 그러면 한중합작영화가 한국에선 잘 안되니까 아예 중국시장을 노린 영화를 만든다. 거기에 한국의 감독과 배우들이 동원되고 있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할 수가 있겠네요. [ 중국에 한국 감독 합숙소까지? ... 이러다 하청업체 될라 ] 합작 영화들의 흐름을 쭉 살펴보니까 한국 중심의 합작영화에서 이제는 중국 중심으로 좀 옮겨가고 있다 이렇게 알 수가 있겠네요. 최: 맞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사실 한국과 중국의 영화 시장 차이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인구수만 봐요. 우리나라 감독들이 중국으로 막 가고 있어요. 엘도라도처럼. 그래서 심지어 베이징에는 한국 감독들의 합숙소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박: 그 정도예요. 근데 중국 영화 이렇게 하면 예전에는 시대극 무협 이런 것들을 떠올렸는데 요즘에는 로맨틱 코미디도 많아진 거 같아요. 최: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현대물이 요즘 중국에서 인기를 많이 끌고 있어요. 근데 중국 감독들이 무협을 주로 많이 하다보니까 현대물에 약한 거예요. 한국 감독들이 현대물에 강한 거죠. 그러다보니까 중국에서 한국 감독들을 선호하는 양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박: 한국은 좁다. 중국으로 가겠다 이런 취지는 좋은데 중국영화에 한국 영화가 하청업체로 전락해버릴까봐 그것도 좀 걱정이 되네요. 최: 오늘 왜 이러세요! 왜 이렇게 수준 높은 지적들을 계속 하세요 박: 평론가님 덕분입니다. 최: 놀라운 지적입니다. 저도 그게 참 한편으론 걱정입니다. 박: 그것도 걱정이지만 사실은 제 걱정이나 할게요. 이제 몇 달 안지나면 서른 .. 점점 더 까칠해가는 박은영과 최광희 평론가가 함께한 시간 까칠한 시선이었습니다. 최: 똑똑해져가는 박은영. 똑똑 박: 나이 들어가는 박은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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