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산 부부·부녀 사연들

입력 2015.10.19 (21:17) 수정 2015.10.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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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일 이곳 속초의 공기는 여느 때보다 더 분주하고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젠 차분하고 간절하게, 내일을 밝힐 햇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소원하는 이산가족이 남쪽에만 3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평생을 기다려서 정말 어렵게, 바라던 그날을 맞게 된 이산가족들, 이번 상봉을 통해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길고 긴 이산의 세월은 기구한 사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60년 넘게 남편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아내, 50년 동안 아버지 제사를 지내 온 딸이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가족을 만나게 됐습니다.

켜켜이 쌓여 온 가슴 저린 사연들, 먼저 김수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고운 분홍빛 옷을 차려입은 87세 이옥연 할머니, 65년 만에 남편을 만난다는 생각에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녹취> "긴장하셔서 그런 걸 거에요."

꿈인지, 생신지 여전히 실감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옥연(87살/北남편 상봉 예정) : "참말인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나를 마음 놓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지."

칠순이 다 돼서야 아버지를 불러보게 될 아들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인터뷰> 채희양(66살/北 아버지 상봉 예정) : "처음 수확한 벼를 찧어서 쌀을 좀 가져왔습니다. 밥은 못 해 드리지만 내가 농사지어서 보낸 쌀로 밥해 드시라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만나는 이순규 할머니, 결혼 선물로 주고 싶었던 시계와 구두를 재회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이순규(北 남편 상봉 예정) : "결혼할 때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내 일생이 거기에 묻힌 거 아니야. 결혼할 때는 시계 같은 게 시골에 별로 없으니까."

50년 넘게 제사를 지내온 이정숙 씨는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숙(68살/北 아버지 상봉 예정) : "홀로 가 계신데 아버지를 돌봐주신 그쪽 북의 어머니랑 동생들한테 감사드리고 싶어요."

분단도 끊지 못한 가족의 연, 가족들은 깊은 그리움으로 짧지만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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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산 부부·부녀 사연들
    • 입력 2015-10-19 21:22:57
    • 수정2015-10-19 21:33:26
    뉴스 9
<앵커 멘트>

19일 이곳 속초의 공기는 여느 때보다 더 분주하고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젠 차분하고 간절하게, 내일을 밝힐 햇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소원하는 이산가족이 남쪽에만 3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평생을 기다려서 정말 어렵게, 바라던 그날을 맞게 된 이산가족들, 이번 상봉을 통해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길고 긴 이산의 세월은 기구한 사연들을 만들어냈습니다.

60년 넘게 남편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아내, 50년 동안 아버지 제사를 지내 온 딸이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가족을 만나게 됐습니다.

켜켜이 쌓여 온 가슴 저린 사연들, 먼저 김수연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고운 분홍빛 옷을 차려입은 87세 이옥연 할머니, 65년 만에 남편을 만난다는 생각에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녹취> "긴장하셔서 그런 걸 거에요."

꿈인지, 생신지 여전히 실감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옥연(87살/北남편 상봉 예정) : "참말인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나를 마음 놓으라고 하는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지."

칠순이 다 돼서야 아버지를 불러보게 될 아들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인터뷰> 채희양(66살/北 아버지 상봉 예정) : "처음 수확한 벼를 찧어서 쌀을 좀 가져왔습니다. 밥은 못 해 드리지만 내가 농사지어서 보낸 쌀로 밥해 드시라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을 만나는 이순규 할머니, 결혼 선물로 주고 싶었던 시계와 구두를 재회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인터뷰> 이순규(北 남편 상봉 예정) : "결혼할 때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내 일생이 거기에 묻힌 거 아니야. 결혼할 때는 시계 같은 게 시골에 별로 없으니까."

50년 넘게 제사를 지내온 이정숙 씨는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숙(68살/北 아버지 상봉 예정) : "홀로 가 계신데 아버지를 돌봐주신 그쪽 북의 어머니랑 동생들한테 감사드리고 싶어요."

분단도 끊지 못한 가족의 연, 가족들은 깊은 그리움으로 짧지만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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