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화…“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입력 2015.10.20 (21:21) 수정 2015.10.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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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게 2000년이니까,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조금 전에도 보셨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혈육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상봉 기회를 잡지 못한 분들,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타들어 갑니다.

김민철 기자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 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남측 90명, 북측 96명이 각각 상대쪽 가족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중 여든 살 이상 고령자는 94%에 달합니다.

상봉자들의 가족 관계를 보면, 5년 전에 비해 부모 자식간이나 형제 자매 상봉은 크게 준 대신 3촌 이상의 관계가 늘었습니다.

그만큼 고령화가 심화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전체 우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 명 가운데 그동안 가족을 만난 경우는 1.7%, 2235명에 불과한데요.

상봉을 기다리는 사이 이미 절반 가까운 6만 3천여 명이 세상을 떴고, 해마다 평균 3천 8백명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다시 전수 조사를 통해 이산가족 3만여 명의 상봉 의사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이산가족들, 혈육의 생사확인만이라고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열 세살 어린 동생을 북에 두고 아버지를 따라 피난을 내려온 이월섭 할머니.

동생을 만나려 10여년 전부터 상봉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이들의 상봉 장면만 보면 두고온 동생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녹취> 이월섭(83) : "나는 못 보고 죽을까봐 한이 돼요. 지금 그거 부모 없이 혼자 13살 먹은 거 두고 나와서..."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박경순 할머니, 상봉행사 첫 해부터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진 채, 다른 사람들의 상봉 장면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내년이면 팔순, 동생들 생사만이라도 아는 게 소원입니다.

<녹취> 박경순(79살) : "고향에서 피난 나올 때 어린 동생 둘을 두고 나왔는데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그 소식이라도 듣고 싶어요."

20일 상봉행사에서는 북측이 우리 기자단의 노트북을 전수조사하면서 상봉단의 도착이 지연됐습니다.

특히 북측은 상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의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요구해 화면 전달과 송출이 3시간 가량 지체돼 방송이 차질을 빚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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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심화…“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 입력 2015-10-20 21:24:50
    • 수정2015-10-20 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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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게 2000년이니까,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조금 전에도 보셨지만,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혈육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상봉 기회를 잡지 못한 분들,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타들어 갑니다.

김민철 기자입니다.

<기자 멘트>

이번 20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남측 90명, 북측 96명이 각각 상대쪽 가족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중 여든 살 이상 고령자는 94%에 달합니다.

상봉자들의 가족 관계를 보면, 5년 전에 비해 부모 자식간이나 형제 자매 상봉은 크게 준 대신 3촌 이상의 관계가 늘었습니다.

그만큼 고령화가 심화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전체 우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 명 가운데 그동안 가족을 만난 경우는 1.7%, 2235명에 불과한데요.

상봉을 기다리는 사이 이미 절반 가까운 6만 3천여 명이 세상을 떴고, 해마다 평균 3천 8백명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다시 전수 조사를 통해 이산가족 3만여 명의 상봉 의사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이산가족들, 혈육의 생사확인만이라고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열 세살 어린 동생을 북에 두고 아버지를 따라 피난을 내려온 이월섭 할머니.

동생을 만나려 10여년 전부터 상봉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이들의 상봉 장면만 보면 두고온 동생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녹취> 이월섭(83) : "나는 못 보고 죽을까봐 한이 돼요. 지금 그거 부모 없이 혼자 13살 먹은 거 두고 나와서..."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박경순 할머니, 상봉행사 첫 해부터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떨어진 채, 다른 사람들의 상봉 장면만 바라봐야 했습니다.

내년이면 팔순, 동생들 생사만이라도 아는 게 소원입니다.

<녹취> 박경순(79살) : "고향에서 피난 나올 때 어린 동생 둘을 두고 나왔는데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그 소식이라도 듣고 싶어요."

20일 상봉행사에서는 북측이 우리 기자단의 노트북을 전수조사하면서 상봉단의 도착이 지연됐습니다.

특히 북측은 상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의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요구해 화면 전달과 송출이 3시간 가량 지체돼 방송이 차질을 빚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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