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① 독일·영국은 수신료 얼마나 낼까?

입력 2015.10.25 (08:58) 수정 2015.10.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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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컬러로 TV보니까 너무 좋아"
5공화국이던 1981년이었다. 컬러 TV 등장과 함께 수신료는 2500원으로 책정됐다.(흑백 TV는 800원) 1963년 1월 100원으로 시작된 수신료가 컬러 방송을 계기로 인상된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34년째, 한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제자리 걸음이다. 그 사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는 1981년 1842 달러에서 2만8180달러로 15 배 이상 늘었다.

방송은 소유와 재원, 운영 목적에 따라 국영과 민영, 공영방송으로 나눈다.

국영방송이란 말 그대로 국가가 운영하는 방송국이다. 국정 홍보 등을 목적으로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정부 예산이나 세금으로 운영한다. 그 대척점에 민영방송이 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 운영하는 방송사다. 광고나 컨텐츠 판매를 통해 이윤 극대화를 목적하는 하는 회사다.

공영방송은 국영방송이나 민영방송과는 다른 개념이다. 소유는 공공이 하고 있지만, 운영 재원은 세금과는 별도의 공적 재원을 활용한다. 이는 국가나 상업 자본으로부터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해야만 방송의 공정성 같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KBS(한국방송공사)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수신료를 걷는 것은 바로 공영(公營)방송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정적 토대가 필요하다. 이 때의 재원은 상업적 자본이나 정부 예산으로부터는 분리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공정성과 공익성을 구현하는 방송이 가능하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KBS는 방송법을 통해 수신료를 거둬 재원을 조달하도록 보장받고 있다.

한국과 영국·일본·프랑스·독일의 연간 수신료 금액 비교한국과 영국·일본·프랑스·독일의 연간 수신료 금액 비교


◆독일 수신료는 28만 원, 우리는?


문제는 현재 KBS가 걷고 있는 수신료가 적정한지 여부다. KBS는 현재 TV를 소유한 가구에 대해 월 2500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1년에 3만원이다. 과연 현재의 수신료가 한국의 경제 규모에 맞춰 적절한 것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제도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들 주요 공영방송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국가 수신료 금액 비교주요 국가 수신료 금액 비교


주요 국가의 수신료 금액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KBS 수신료는 턱없이 적다.

독일의 경우 1년에 215.76 유로를 걷고 있는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8만원이 넘는다. KBS 수신료의 9.6배나 된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8.6배, 프랑스는 6배를 걷는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우리 돈으로 15만원이 넘는 돈을 수신료로 징수한다. KBS 수신료의 5배가 넘는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볼때 이런 차이는 과도하다. 독일과 영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4만 달러를 넘고 있고, 프랑스와 일본은 3만 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1인당 GDP가 2만8338달러로 일본 1인당 GDP(3만3223 달러)의 85%에 육박한다. (IMF통계 2015년 기준)

◆34년째 동결된 KBS 수신료…외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공영방송이 우리와 달리 현실에 맞게 수신료를 걷을 수 있는 것은 물가상승이나 경제발전 수준에 맞춰 수신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988년부터, 프랑스는 2001년부터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즉 물가상승분만큼 수신료를 자동으로 인상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4년째 동결되는 사이, 영국은 24회나 수신료를 올렸다. 프랑스는 18회, 독일은 8회, 일본도 4회에 걸쳐 수신료를 올렸다.

수신료 액수도 문제지만 부과 대상도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옛 방식을 고수하면서 IT(정보기술) 발전 추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수신료 부과대상으로 ‘텔레비전 수상기’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컬러TV 뿐 아니라, 라디오나 흑백 TV는 물론 TV콘텐츠를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기기와 컴퓨터에도 수신료를 받는다. 독일의 경우 수신기의 보편화, 다양화 추세를 반영해 2013년부터 수신기의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수신료 일괄징수제도(가계요금제)를 도입한 상태다.

◆왜곡되고 있는 KBS 재원구조

선진국들이 방송 환경변화와 공영방송 책무 확대에 맞춰 꾸준히 수신료를 인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34년째 수신료를 묶고 있으면서 KBS의 재원구조는 점점 왜곡되고 있다.

주요 국가의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보면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서 많게는 90%를 넘는다.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97%에 달하고, 독일과 프랑스도 80%대다. 영국의 경우 71.7%나 된다. 반면 KBS의 경우 수신료 비중(38.9%)와 광고(33.4%)의 비중이 엇비슷하다.


주요 공영방송 재원구조 비교주요 공영방송 재원구조 비교


그렇다면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에서 수신료 비중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영국의 BBC가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의뢰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재원 조달 방식은 공영방송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회 내 전체 방송 문화의 건전성과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수신료로 운영되는 비율이 높은 영국,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은 건전성 지수가 높았지만 광고 비율이 높은 포르투칼과 미국의 방송 건전성지수는 매우 낮았다. 보고서는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이 클수록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상업방송들도 이러한 공영성의 영향을 받아 건전한 방송을 하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국내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이나 일부 유료 채널들의 선정적인 방송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이런 실증적 연구 결과에 따라 BBC경영위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가빈 데이비스는 저서인 '방송에 돈 지불하기(paying for broadcasting)'라는 책에서 “방송은 민주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특별한 역할이 있으면 이것을 단지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며 “공영방송에 필요한 재원은 공공조달 방식에 의해 조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명대학교 이시훈 교수는 “KBS 수신료가 국제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광고총량제 도입 같은) 광고제도 개선만으로는 견실한 재원구조를 만들 수 없다”며 “국민들이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원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양질의 방송 콘테츠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관기사]
☞ [수신료②] KBS 수신료는 어디에 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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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신료] ① 독일·영국은 수신료 얼마나 낼까?
    • 입력 2015-10-25 08:58:50
    • 수정2015-10-27 09:26:18
    문화
"엄마, 컬러로 TV보니까 너무 좋아"
5공화국이던 1981년이었다. 컬러 TV 등장과 함께 수신료는 2500원으로 책정됐다.(흑백 TV는 800원) 1963년 1월 100원으로 시작된 수신료가 컬러 방송을 계기로 인상된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로부터 34년째, 한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는 제자리 걸음이다. 그 사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는 1981년 1842 달러에서 2만8180달러로 15 배 이상 늘었다.

방송은 소유와 재원, 운영 목적에 따라 국영과 민영, 공영방송으로 나눈다.

국영방송이란 말 그대로 국가가 운영하는 방송국이다. 국정 홍보 등을 목적으로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정부 예산이나 세금으로 운영한다. 그 대척점에 민영방송이 있다. 이는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 운영하는 방송사다. 광고나 컨텐츠 판매를 통해 이윤 극대화를 목적하는 하는 회사다.

공영방송은 국영방송이나 민영방송과는 다른 개념이다. 소유는 공공이 하고 있지만, 운영 재원은 세금과는 별도의 공적 재원을 활용한다. 이는 국가나 상업 자본으로부터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해야만 방송의 공정성 같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KBS(한국방송공사)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수신료를 걷는 것은 바로 공영(公營)방송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정적 토대가 필요하다. 이 때의 재원은 상업적 자본이나 정부 예산으로부터는 분리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공정성과 공익성을 구현하는 방송이 가능하다. 이런 필요성에 따라 KBS는 방송법을 통해 수신료를 거둬 재원을 조달하도록 보장받고 있다.

한국과 영국·일본·프랑스·독일의 연간 수신료 금액 비교


◆독일 수신료는 28만 원, 우리는?


문제는 현재 KBS가 걷고 있는 수신료가 적정한지 여부다. KBS는 현재 TV를 소유한 가구에 대해 월 2500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1년에 3만원이다. 과연 현재의 수신료가 한국의 경제 규모에 맞춰 적절한 것인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제도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들 주요 공영방송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국가 수신료 금액 비교


주요 국가의 수신료 금액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KBS 수신료는 턱없이 적다.

독일의 경우 1년에 215.76 유로를 걷고 있는데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8만원이 넘는다. KBS 수신료의 9.6배나 된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8.6배, 프랑스는 6배를 걷는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우리 돈으로 15만원이 넘는 돈을 수신료로 징수한다. KBS 수신료의 5배가 넘는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볼때 이런 차이는 과도하다. 독일과 영국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4만 달러를 넘고 있고, 프랑스와 일본은 3만 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1인당 GDP가 2만8338달러로 일본 1인당 GDP(3만3223 달러)의 85%에 육박한다. (IMF통계 2015년 기준)

◆34년째 동결된 KBS 수신료…외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공영방송이 우리와 달리 현실에 맞게 수신료를 걷을 수 있는 것은 물가상승이나 경제발전 수준에 맞춰 수신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988년부터, 프랑스는 2001년부터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즉 물가상승분만큼 수신료를 자동으로 인상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4년째 동결되는 사이, 영국은 24회나 수신료를 올렸다. 프랑스는 18회, 독일은 8회, 일본도 4회에 걸쳐 수신료를 올렸다.

수신료 액수도 문제지만 부과 대상도 우리나라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옛 방식을 고수하면서 IT(정보기술) 발전 추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수신료 부과대상으로 ‘텔레비전 수상기’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컬러TV 뿐 아니라, 라디오나 흑백 TV는 물론 TV콘텐츠를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기기와 컴퓨터에도 수신료를 받는다. 독일의 경우 수신기의 보편화, 다양화 추세를 반영해 2013년부터 수신기의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수신료 일괄징수제도(가계요금제)를 도입한 상태다.

◆왜곡되고 있는 KBS 재원구조

선진국들이 방송 환경변화와 공영방송 책무 확대에 맞춰 꾸준히 수신료를 인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34년째 수신료를 묶고 있으면서 KBS의 재원구조는 점점 왜곡되고 있다.

주요 국가의 공영방송 재원구조를 보면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서 많게는 90%를 넘는다.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97%에 달하고, 독일과 프랑스도 80%대다. 영국의 경우 71.7%나 된다. 반면 KBS의 경우 수신료 비중(38.9%)와 광고(33.4%)의 비중이 엇비슷하다.


주요 공영방송 재원구조 비교


그렇다면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에서 수신료 비중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영국의 BBC가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의뢰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재원 조달 방식은 공영방송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회 내 전체 방송 문화의 건전성과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수신료로 운영되는 비율이 높은 영국,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은 건전성 지수가 높았지만 광고 비율이 높은 포르투칼과 미국의 방송 건전성지수는 매우 낮았다. 보고서는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이 클수록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상업방송들도 이러한 공영성의 영향을 받아 건전한 방송을 하게 된다”고 결론지었다. 국내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이나 일부 유료 채널들의 선정적인 방송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이런 실증적 연구 결과에 따라 BBC경영위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가빈 데이비스는 저서인 '방송에 돈 지불하기(paying for broadcasting)'라는 책에서 “방송은 민주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특별한 역할이 있으면 이것을 단지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된다”며 “공영방송에 필요한 재원은 공공조달 방식에 의해 조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명대학교 이시훈 교수는 “KBS 수신료가 국제 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광고총량제 도입 같은) 광고제도 개선만으로는 견실한 재원구조를 만들 수 없다”며 “국민들이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원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양질의 방송 콘테츠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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