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상봉 고령화’…“생사 확인이라도 서둘러야”

입력 2015.10.26 (21:09) 수정 2015.10.26 (22: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숱한 사연과 눈물을 쏟아냈던 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박 3일씩의 짧은 만남을 마지막으로 끝내 종료됐습니다.

이번 상봉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2차 상봉가족 90명 중 33명이 아흔 살을 넘겼을 정도로 심각해진 고령화인데요,

구급차 이송은 7명, 휠체어를 타신 분은 지난해 35명에서 53명으로 크게 늘었고, 보청기를 끼고 상봉에 임한 어르신도 서른다섯분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봉의 행운을 안은 일부의 얘기일 뿐, 절대다수의 이산가족들에겐 여전히 남의 얘기입니다.

먼저 생사라도 알게 해달라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호소를 서병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나에게도 기회 올까?…깊어가는 절망▼

<리포트>

6·25 전쟁 당시 군 징집을 피해 친구들과 남쪽으로 내려온 이종육 할아버지.

한 달이면 돌아갈 줄 알았던 고향 땅을 60년 넘게 바라만 봅니다.

<녹취> "이쪽이 그전에 우리 고향을 다니던 기찻길이야."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지 20여 년, 단 한 번도 대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부모님 등 북녘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인터뷰> 이종육(北 황해도 연백 출신) : "편지라도 하고, 생사확인이라도 해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도 그거는 해야되는거죠."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면 TV 앞을 떠나지 못하는 장영옥 할머니.

북에 있는 부모님과 오빠, 동생들을 한시도 잊은 적 없습니다.

<인터뷰> 장영옥(北 개성 출신 이산가족) : "한스럽죠.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죽기 전에 만나서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죠."

혹시라도 가족 소식을 들을까, 답답한 마음에 적십자사를 찾아가 봅니다.

<녹취> "(우리 식구들이)죽었나 살았나 그거 좀 확인 좀 해달라고... 이산가족 상봉하실 분, 그 대상자들만 생사를 확인해주고 있어요."

가족의 안부조차 알 수 없이 보낸 60여 년의 세월,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지금까지 지탱해주던 희망은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녹취>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상봉률 1.7%…생사 확인 시급▼

<기자 멘트>

65년 만에 만난 딸에게 애절한 망향가를 불러주는 북녘의 아버지.

또, 꽃신을 들고 두 딸을 상봉한 남녘의 아버지.

각각 여든여덟, 아흔여덟의 남북 최고령자들입니다.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장면인데요.

실제로 상봉 신청자 13만 명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6만 6천여 명, 이중 절반 이상이 이미 여든을 넘긴 고령자들이고, 해마다 3천8백 명 가량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봉을 포함해서 그동안 스무 차례의 상봉 행사를 통해 상봉한 사람은 고작 2325명, 1.8%에 불과한데요.

생사확인자로 범위를 넓혀도 7천 명 수준에 그칩니다.

더구나 2010년 이후엔 불과 3차례, 3백 명 가량만 가족 상봉을 했습니다.

적십자사의 최근 조사 결과인 상봉 희망자 2만 9천여 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지금의 속도라면 상봉에 15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상봉 정례화도 중요하지만, 생사확인이나 서신 교환이 더 시급한 이유입니다.

주목되는건 북한도 이전보다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점인데요, 이번엔 과연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산상봉 ‘순조’…돌파구 찾나?▼

<리포트>

일주일의 상봉 기간 가장 눈길을 끈건 행사장마다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남북 상봉단장의 이례적 행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리충복 단장은 처음으로 이산가족들의 상시접촉과 서신교환 문제를 협의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리충복(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장) :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 북남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일관한 입장입니다."

실제로 남북 적십자사는 이번 상봉기간, 세 차례의 공식 접촉과 두 차례의 비공식 접촉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성주 적십자사 총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측과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 상봉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성주(대한적십자사 총재) : "북측에서 인도주의적 사업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로 저희하고 대화를 많이해주셔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이에따라 남북이 조만간 적십자 본회담 등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본격 협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대화 공세 차원이란 관측도 있어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상봉 고령화’…“생사 확인이라도 서둘러야”
    • 입력 2015-10-26 21:11:42
    • 수정2015-10-26 22:20:30
    뉴스 9
<앵커 멘트>

숱한 사연과 눈물을 쏟아냈던 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박 3일씩의 짧은 만남을 마지막으로 끝내 종료됐습니다.

이번 상봉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2차 상봉가족 90명 중 33명이 아흔 살을 넘겼을 정도로 심각해진 고령화인데요,

구급차 이송은 7명, 휠체어를 타신 분은 지난해 35명에서 53명으로 크게 늘었고, 보청기를 끼고 상봉에 임한 어르신도 서른다섯분이나 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봉의 행운을 안은 일부의 얘기일 뿐, 절대다수의 이산가족들에겐 여전히 남의 얘기입니다.

먼저 생사라도 알게 해달라는 이산가족들의 절절한 호소를 서병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나에게도 기회 올까?…깊어가는 절망▼

<리포트>

6·25 전쟁 당시 군 징집을 피해 친구들과 남쪽으로 내려온 이종육 할아버지.

한 달이면 돌아갈 줄 알았던 고향 땅을 60년 넘게 바라만 봅니다.

<녹취> "이쪽이 그전에 우리 고향을 다니던 기찻길이야."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지 20여 년, 단 한 번도 대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부모님 등 북녘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인터뷰> 이종육(北 황해도 연백 출신) : "편지라도 하고, 생사확인이라도 해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도 그거는 해야되는거죠."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면 TV 앞을 떠나지 못하는 장영옥 할머니.

북에 있는 부모님과 오빠, 동생들을 한시도 잊은 적 없습니다.

<인터뷰> 장영옥(北 개성 출신 이산가족) : "한스럽죠.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죽기 전에 만나서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죠."

혹시라도 가족 소식을 들을까, 답답한 마음에 적십자사를 찾아가 봅니다.

<녹취> "(우리 식구들이)죽었나 살았나 그거 좀 확인 좀 해달라고... 이산가족 상봉하실 분, 그 대상자들만 생사를 확인해주고 있어요."

가족의 안부조차 알 수 없이 보낸 60여 년의 세월,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

지금까지 지탱해주던 희망은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녹취>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상봉률 1.7%…생사 확인 시급▼

<기자 멘트>

65년 만에 만난 딸에게 애절한 망향가를 불러주는 북녘의 아버지.

또, 꽃신을 들고 두 딸을 상봉한 남녘의 아버지.

각각 여든여덟, 아흔여덟의 남북 최고령자들입니다.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장면인데요.

실제로 상봉 신청자 13만 명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6만 6천여 명, 이중 절반 이상이 이미 여든을 넘긴 고령자들이고, 해마다 3천8백 명 가량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봉을 포함해서 그동안 스무 차례의 상봉 행사를 통해 상봉한 사람은 고작 2325명, 1.8%에 불과한데요.

생사확인자로 범위를 넓혀도 7천 명 수준에 그칩니다.

더구나 2010년 이후엔 불과 3차례, 3백 명 가량만 가족 상봉을 했습니다.

적십자사의 최근 조사 결과인 상봉 희망자 2만 9천여 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지금의 속도라면 상봉에 15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상봉 정례화도 중요하지만, 생사확인이나 서신 교환이 더 시급한 이유입니다.

주목되는건 북한도 이전보다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점인데요, 이번엔 과연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산상봉 ‘순조’…돌파구 찾나?▼

<리포트>

일주일의 상봉 기간 가장 눈길을 끈건 행사장마다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남북 상봉단장의 이례적 행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리충복 단장은 처음으로 이산가족들의 상시접촉과 서신교환 문제를 협의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녹취> 리충복(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장) : "흩어진 가족, 친척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 북남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일관한 입장입니다."

실제로 남북 적십자사는 이번 상봉기간, 세 차례의 공식 접촉과 두 차례의 비공식 접촉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성주 적십자사 총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측과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 상봉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성주(대한적십자사 총재) : "북측에서 인도주의적 사업에 대해서 오픈 마인드로 저희하고 대화를 많이해주셔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이에따라 남북이 조만간 적십자 본회담 등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본격 협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대화 공세 차원이란 관측도 있어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