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가 웨스틴조선호텔로 가는 까닭은?

입력 2015.10.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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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롯데호텔 대신 웨스턴조선호텔로

정상급 회담이 열릴 때마다 행사장 인근 특급호텔들은 비상이 걸린다. 국가 원수급 VIP들을 모시기 위한 유치전은 물론 의전에 온 힘을 쏟기 위한 TF도 구성될 정도다.

다음달 2일부터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외교가와 호텔업계에선 일본과 중국 두 대표급이 어디서 묵을지가 관심사다.

특히 여느때보다 한·일 관계가 차가운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하게 될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어디에 묵을 건지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일본은 지난해 갑작스런 행사 취소 사태로 이전까지 거의 매번 머물던 롯데호텔에 발길을 끊고 있다.

계기가 된 사건은 약 1년 3개월 전이다. 지난해 7월 11일 주한 일본대사관은 오후 6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행사장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자위대 관련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롯데호텔은 행사 하루 전날 대관을 취소했다.

롯데호텔롯데호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전경.


자위대 행사 취소 여파로 '롯데호텔 이용 금지령'

당시 롯데호텔 측은 기념행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경우 호텔 고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롯데호텔이 호텔 내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던 것을 취소한 일은 1979년 개관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정부 측은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롯데호텔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후 롯데호텔은 1년 넘게 주한 일본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를 한 건도 유치하지 못했다. 지난해 자위대 행사 취소를 계기로 일본대사관은 자체 행사는 물론 서울을 방문하는 외무성 공무원들의 숙소로도 롯데호텔 이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주한 일본대사관이 일왕(日王) 생일 축하를 위해 마련한 '국경일 연회'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롯데호텔은 모그룹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데다 서울 중심부 요지에 있어 지금까지 일본대사관 관련 행사를 가장 많이 유치해 왔다. 이번 유치전에서도 롯데와 웨스틴조선이 뛰어들었지만 결국 웨스틴조선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틴조선호텔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전경.


미국은 그랜드하얏트, 중국은 신라호텔 선호

이처럼 정상들의 숙소 배정 문제는 때때로 국가 간 미묘한 외교 관계를 읽는 잣대다. 지난달 유엔총회 정상회의 때 묵을 호텔을 놓고는 미국과 중국 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미국은 1931년 후버 대통령부터 84년간이나 이용해 온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대신 지난 5월 한국 롯데가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를 택했다.

중국계 안방보험이 지난해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중국계 호텔이 되면서 도청 활동 등 정보 누출이 우려되자 우방국인 한국계 호텔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집권 후 처음 뉴욕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이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묵었다.

팰리스 호텔팰리스 호텔

▲롯데호텔이 올해 인수한 뉴욕 팰리스 호텔.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할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역대 중국 정상들이 자주 찾던 장충동 신라호텔에 머물 전망이다. 신라호텔은 산중에 있어 경호하기 편하고,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에도 맞게 외벽이 붉은색이다.

미국 정상들이 선호하는 숙소는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이 호텔을 이용했다.

신라호텔신라호텔

▲서울 한남동 신라호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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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총리가 웨스틴조선호텔로 가는 까닭은?
    • 입력 2015-10-29 17:18:11
    정치
단골 롯데호텔 대신 웨스턴조선호텔로 정상급 회담이 열릴 때마다 행사장 인근 특급호텔들은 비상이 걸린다. 국가 원수급 VIP들을 모시기 위한 유치전은 물론 의전에 온 힘을 쏟기 위한 TF도 구성될 정도다. 다음달 2일부터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외교가와 호텔업계에선 일본과 중국 두 대표급이 어디서 묵을지가 관심사다. 특히 여느때보다 한·일 관계가 차가운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하게 될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어디에 묵을 건지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일본은 지난해 갑작스런 행사 취소 사태로 이전까지 거의 매번 머물던 롯데호텔에 발길을 끊고 있다. 계기가 된 사건은 약 1년 3개월 전이다. 지난해 7월 11일 주한 일본대사관은 오후 6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층 행사장에서 일본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자위대 관련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롯데호텔은 행사 하루 전날 대관을 취소했다.
롯데호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전경.
자위대 행사 취소 여파로 '롯데호텔 이용 금지령' 당시 롯데호텔 측은 기념행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질 경우 호텔 고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롯데호텔이 호텔 내에서 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던 것을 취소한 일은 1979년 개관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정부 측은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롯데호텔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후 롯데호텔은 1년 넘게 주한 일본 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를 한 건도 유치하지 못했다. 지난해 자위대 행사 취소를 계기로 일본대사관은 자체 행사는 물론 서울을 방문하는 외무성 공무원들의 숙소로도 롯데호텔 이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주한 일본대사관이 일왕(日王) 생일 축하를 위해 마련한 '국경일 연회'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롯데호텔은 모그룹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데다 서울 중심부 요지에 있어 지금까지 일본대사관 관련 행사를 가장 많이 유치해 왔다. 이번 유치전에서도 롯데와 웨스틴조선이 뛰어들었지만 결국 웨스틴조선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전경.
미국은 그랜드하얏트, 중국은 신라호텔 선호 이처럼 정상들의 숙소 배정 문제는 때때로 국가 간 미묘한 외교 관계를 읽는 잣대다. 지난달 유엔총회 정상회의 때 묵을 호텔을 놓고는 미국과 중국 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미국은 1931년 후버 대통령부터 84년간이나 이용해 온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대신 지난 5월 한국 롯데가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를 택했다. 중국계 안방보험이 지난해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중국계 호텔이 되면서 도청 활동 등 정보 누출이 우려되자 우방국인 한국계 호텔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집권 후 처음 뉴욕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이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묵었다.
팰리스 호텔 ▲롯데호텔이 올해 인수한 뉴욕 팰리스 호텔.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할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역대 중국 정상들이 자주 찾던 장충동 신라호텔에 머물 전망이다. 신라호텔은 산중에 있어 경호하기 편하고,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에도 맞게 외벽이 붉은색이다. 미국 정상들이 선호하는 숙소는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이 호텔을 이용했다.
신라호텔 ▲서울 한남동 신라호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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