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휴대폰 ‘유심’ 빼서 새 스마트폰에 꽂았다가…

입력 2015.11.01 (07:42) 수정 2015.11.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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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기기 애호가인 김모(41)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 스마트폰 단말기가 생겨 이를 한동안 써보려던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휴대전화에서 전화번호 등 가입자 정보를 담은 손톱 크기 칩인 유심(USIM)을 빼내 새 단말기에 꽂으니 작동은커녕 전화가 불통됐다. 당황한 김씨가 얼른 유심을 원래 휴대전화에 꽂아도 결과는 같았다. 유심만 끼우면 어떤 단말기든 자기 전화로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유심 불량을 의심하던 김씨가 이통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상담원 반응이 냉담했다. "유심을 전화기에서 빼면 안 되는데 왜 그러셨어요?"

원인은 김씨가 가입한 '20% 요금 할인제'였다. 단말기 보조금을 포기하는 대가로 매달 요금을 20%씩 깎아주는 제도로 국내 이통 3사가 다 운영한다. 한 단말기를 오래 쓰는 '절약파'나 외산 스마트폰을 '직구(직접구매)'한 사람 등에게 특히 인기가 좋아 작년 10월 도입 이후 지금껏 국내 가입자가 270만명을 넘었다.

그런데 이 할인제에 가입하면 소비자가 유심을 옮겨 꽂아 단말기를 갈아타는 '유심기변'이 금지된다. 유심에 록(lock·잠금장치)이 설정돼 원래 휴대전화에서 빼면 통화 기능이 마비된다. 유심과 휴대전화를 안 보이는 끈으로 꽁꽁 묶어놓은 셈이다. 문제는 김씨처럼 이 조건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않아 무심코 유심을 빼다 곤욕을 겪기 십상이라는 것.

이통사 대리점에서 유심기변에 대한 설명을 빠뜨리는 경우가 잦고 이통사의 20% 할인제 웹페이지에도 유심기변에 대한 경고는 짧게 적혀 있거나 아예 없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심기변이 금지된 이유는 작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영향 때문이다. 단통법 체제에서는 단말기 지원금과 20% 할인 중 '양자택일'이다. 두 가지 혜택을 다 누릴 순 없다. 예컨대 20% 할인이 가능한 단말기는 직구 휴대전화나 2년 약정을 넘긴 구형 폰 등 지원금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기기여야 한다.

그런데 20% 할인을 받는 사람이 유심기변을 하게 되면 '이중 수혜'의 위험이 생긴다. 지원금이 붙은 최신 휴대전화를 구해 유심을 옮겨 꽂아 단말기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할인과 지원금 혜택을 다 챙기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20% 요금 할인은 소비자가 지원금 없는 폰을 쓰면서 그 대가로 할인 혜택을 받겠다는 것이라 특정 단말기에 매인 약정 성격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단말기를 자유롭게 못 바꾸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심기변이 금지됐다고 단말기를 아예 못 바꾸는 건 아니다. 휴대전화가 심하게 부서졌거나 보조금 없는 새 폰을 구한 상황 등에는 이통사 대리점을 찾으면 된다. 직원이 새 단말기가 20% 할인 대상인지를 확인하고 수동으로 이통사 시스템에 기기를 등록하는 '전산기변'으로 단말기를 옮겨 탈 수 있다.

스마트폰 애호가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심기변 금지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심을 옮겨 꽂으며 여러 단말기를 쓰는 사람이 점점 느는데다 가입자 정보 관리 등을 통해서도 이중 수혜를 막을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으로서는 할인 대상이 되는 단말기를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행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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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휴대폰 ‘유심’ 빼서 새 스마트폰에 꽂았다가…
    • 입력 2015-11-01 07:42:44
    • 수정2015-11-01 11:21:37
    연합뉴스
IT(정보기술)기기 애호가인 김모(41)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 스마트폰 단말기가 생겨 이를 한동안 써보려던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휴대전화에서 전화번호 등 가입자 정보를 담은 손톱 크기 칩인 유심(USIM)을 빼내 새 단말기에 꽂으니 작동은커녕 전화가 불통됐다. 당황한 김씨가 얼른 유심을 원래 휴대전화에 꽂아도 결과는 같았다. 유심만 끼우면 어떤 단말기든 자기 전화로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유심 불량을 의심하던 김씨가 이통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상담원 반응이 냉담했다. "유심을 전화기에서 빼면 안 되는데 왜 그러셨어요?" 원인은 김씨가 가입한 '20% 요금 할인제'였다. 단말기 보조금을 포기하는 대가로 매달 요금을 20%씩 깎아주는 제도로 국내 이통 3사가 다 운영한다. 한 단말기를 오래 쓰는 '절약파'나 외산 스마트폰을 '직구(직접구매)'한 사람 등에게 특히 인기가 좋아 작년 10월 도입 이후 지금껏 국내 가입자가 270만명을 넘었다. 그런데 이 할인제에 가입하면 소비자가 유심을 옮겨 꽂아 단말기를 갈아타는 '유심기변'이 금지된다. 유심에 록(lock·잠금장치)이 설정돼 원래 휴대전화에서 빼면 통화 기능이 마비된다. 유심과 휴대전화를 안 보이는 끈으로 꽁꽁 묶어놓은 셈이다. 문제는 김씨처럼 이 조건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않아 무심코 유심을 빼다 곤욕을 겪기 십상이라는 것. 이통사 대리점에서 유심기변에 대한 설명을 빠뜨리는 경우가 잦고 이통사의 20% 할인제 웹페이지에도 유심기변에 대한 경고는 짧게 적혀 있거나 아예 없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심기변이 금지된 이유는 작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영향 때문이다. 단통법 체제에서는 단말기 지원금과 20% 할인 중 '양자택일'이다. 두 가지 혜택을 다 누릴 순 없다. 예컨대 20% 할인이 가능한 단말기는 직구 휴대전화나 2년 약정을 넘긴 구형 폰 등 지원금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기기여야 한다. 그런데 20% 할인을 받는 사람이 유심기변을 하게 되면 '이중 수혜'의 위험이 생긴다. 지원금이 붙은 최신 휴대전화를 구해 유심을 옮겨 꽂아 단말기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할인과 지원금 혜택을 다 챙기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20% 요금 할인은 소비자가 지원금 없는 폰을 쓰면서 그 대가로 할인 혜택을 받겠다는 것이라 특정 단말기에 매인 약정 성격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단말기를 자유롭게 못 바꾸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심기변이 금지됐다고 단말기를 아예 못 바꾸는 건 아니다. 휴대전화가 심하게 부서졌거나 보조금 없는 새 폰을 구한 상황 등에는 이통사 대리점을 찾으면 된다. 직원이 새 단말기가 20% 할인 대상인지를 확인하고 수동으로 이통사 시스템에 기기를 등록하는 '전산기변'으로 단말기를 옮겨 탈 수 있다. 스마트폰 애호가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심기변 금지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심을 옮겨 꽂으며 여러 단말기를 쓰는 사람이 점점 느는데다 가입자 정보 관리 등을 통해서도 이중 수혜를 막을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통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업으로서는 할인 대상이 되는 단말기를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행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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