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마션’에게 감자 대신 ‘곤충’이 있었다면?

입력 2015.11.07 (09:04) 수정 2015.11.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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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에게 곤충이 있었다면마션에게 곤충이 있었다면


화성 탐사 중 모래 폭풍을 만난 NASA 아레스 탐사대는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扮)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떠난다. 극적으로 살아남아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는 귀환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의 이야기다.

식물학자인 와트니는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거의 감자로만 버텼으니 귀환 프로젝트 성공의 최대 수훈은 감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화성에 가져간 음식이 곤충이었다면, 그리고 와트니에게 남은 게 씨감자가 아닌 애벌레였다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주인공이 영화 〈빠삐용(Papillon, 1973)〉에서처럼 바퀴벌레를 잡아먹었다거나, 〈설국열차(2013)〉처럼 벌레로 만든 양갱(?)으로 연명했다면 말이다. 극단적인 설정으로 영화적 긴장감은 더해지면서도, 역설적으로 와트니의 생존은 조금 더 수월해졌을 것이다.

농업농업


화성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 적합한 음식은 감자보다는 곤충이다. 무엇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소고기 100g엔 단백질이 27g 정도인데, 대표적인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유충엔 최대 50g 정도다.

국립농업과학원 윤은영 연구사는 "곤충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함량의 비율이 완전식품인 계란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B, 마그네슘, 철 등 미네랄 영양소도 다른 식품군에 비해 풍부하다. "살아 움직이는 종합 영양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양소는 풍부하면서도 돼지나 소 등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에 필요한 기간은 3개월 정도로 짧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00배나 적고, 사육 과정에서의 물 소비량 역시 최대 20배 가량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에 필요한 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어 UN 식량농업기구는 곤충을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미래 식량으로 지목했다.

☞ [UN 식량농업기구 보고서]
http://www.fao.org/docrep/019/i3253ko/i3253ko.pdf


한국식용곤충연구소 김용욱 대표는 이런 곤충의 특성을 이용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곤충 분말을 넣은 건빵이다.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가벼워서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 편한 음식을 찾다가 개발했다." 곤충 건빵 한 조각엔 8g 정도의 단백질이 있어 하루에 4개씩만 먹으면 어린이들의 단백질 권장량을 채우게 된다. 김 대표는 건빵 5천 개를 만들어 탄자니아에 보냈다.

곤충 건빵곤충 건빵


하지만 화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곤충을 먹는 건 아니다. 곤충을 먹지 않던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도 곤충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귀뚜라미로 영양바를 만든 미국 식품벤처기업 엑소(EXO)는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곤충 전문요리 식당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관악구에서 곤충 카페를 운영하는 류시두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곤충 음식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아직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식량으로서의 곤충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류 씨의 카페에서는 곤충 분말을 넣은 다양한 쿠키를 만들어 판매한다. 대부분 곤충 자체는 보이지 않는 제품들이지만 단 한 가지 제품은 갈색거저리가 그대로 보인다. "저희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고 매출이 높은 상품입니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 분들이 특히 이 쿠키를 좋아합니다."

곤충 쿠키곤충 쿠키


곤충은 식품 외에 의료, 애완, 학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곤충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능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엔 꽃매미 분비물이 천식과 두드러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왕지네 분비물이 아토피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애완, 학습 분야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에 애완곤충 코너가 자리 잡았고 애완곤충을 키워 소득을 얻는 농가도 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애완곤충 시장은 2조 원에 달한다. 애완 곤충 판매업체가 3천 곳을 넘고, 8cm 크기의 사슴벌레가 1억 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전 세계 곤충산업 규모는 현재 11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시장이 5년 뒤인 2020년까지 3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곤충산업 기술 수준은 일본을 '100'으로 보았을 때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이준호 교수는 "균일한 고품질의 곤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곤충을 정식 식품으로 등록해 관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벨기에 정도”라며 “식용 곤충 등록을 위한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어 잘 정착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 박인균 연구관은 "곤충산업 시장 개방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시에 기능성, 효능,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료 개발 등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아직 산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곤충이 많지 않아 지속적인 발굴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관 기사]
☞ [취재파일 K] 벌레에서 산업으로 곤충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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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마션’에게 감자 대신 ‘곤충’이 있었다면?
    • 입력 2015-11-07 09:04:04
    • 수정2015-11-09 0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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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에게 곤충이 있었다면


화성 탐사 중 모래 폭풍을 만난 NASA 아레스 탐사대는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扮)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지구로 떠난다. 극적으로 살아남아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는 귀환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 〈마션(The Martian, 2015)〉의 이야기다.

식물학자인 와트니는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거의 감자로만 버텼으니 귀환 프로젝트 성공의 최대 수훈은 감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화성에 가져간 음식이 곤충이었다면, 그리고 와트니에게 남은 게 씨감자가 아닌 애벌레였다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주인공이 영화 〈빠삐용(Papillon, 1973)〉에서처럼 바퀴벌레를 잡아먹었다거나, 〈설국열차(2013)〉처럼 벌레로 만든 양갱(?)으로 연명했다면 말이다. 극단적인 설정으로 영화적 긴장감은 더해지면서도, 역설적으로 와트니의 생존은 조금 더 수월해졌을 것이다.

농업


화성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 적합한 음식은 감자보다는 곤충이다. 무엇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 소고기 100g엔 단백질이 27g 정도인데, 대표적인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유충엔 최대 50g 정도다.

국립농업과학원 윤은영 연구사는 "곤충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함량의 비율이 완전식품인 계란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B, 마그네슘, 철 등 미네랄 영양소도 다른 식품군에 비해 풍부하다. "살아 움직이는 종합 영양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양소는 풍부하면서도 돼지나 소 등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에 필요한 기간은 3개월 정도로 짧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100배나 적고, 사육 과정에서의 물 소비량 역시 최대 20배 가량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에 필요한 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어 UN 식량농업기구는 곤충을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미래 식량으로 지목했다.

☞ [UN 식량농업기구 보고서]
http://www.fao.org/docrep/019/i3253ko/i3253ko.pdf


한국식용곤충연구소 김용욱 대표는 이런 곤충의 특성을 이용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곤충 분말을 넣은 건빵이다.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가벼워서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 편한 음식을 찾다가 개발했다." 곤충 건빵 한 조각엔 8g 정도의 단백질이 있어 하루에 4개씩만 먹으면 어린이들의 단백질 권장량을 채우게 된다. 김 대표는 건빵 5천 개를 만들어 탄자니아에 보냈다.

곤충 건빵


하지만 화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곤충을 먹는 건 아니다. 곤충을 먹지 않던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도 곤충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귀뚜라미로 영양바를 만든 미국 식품벤처기업 엑소(EXO)는 본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곤충 전문요리 식당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관악구에서 곤충 카페를 운영하는 류시두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곤충 음식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아직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식량으로서의 곤충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류 씨의 카페에서는 곤충 분말을 넣은 다양한 쿠키를 만들어 판매한다. 대부분 곤충 자체는 보이지 않는 제품들이지만 단 한 가지 제품은 갈색거저리가 그대로 보인다. "저희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고 매출이 높은 상품입니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 분들이 특히 이 쿠키를 좋아합니다."

곤충 쿠키


곤충은 식품 외에 의료, 애완, 학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곤충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능성 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엔 꽃매미 분비물이 천식과 두드러기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왕지네 분비물이 아토피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애완, 학습 분야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미 국내 대형마트에 애완곤충 코너가 자리 잡았고 애완곤충을 키워 소득을 얻는 농가도 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애완곤충 시장은 2조 원에 달한다. 애완 곤충 판매업체가 3천 곳을 넘고, 8cm 크기의 사슴벌레가 1억 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전 세계 곤충산업 규모는 현재 11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시장이 5년 뒤인 2020년까지 3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곤충산업 기술 수준은 일본을 '100'으로 보았을 때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이준호 교수는 "균일한 고품질의 곤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곤충을 정식 식품으로 등록해 관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벨기에 정도”라며 “식용 곤충 등록을 위한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어 잘 정착된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 박인균 연구관은 "곤충산업 시장 개방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동시에 기능성, 효능,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료 개발 등 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아직 산업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곤충이 많지 않아 지속적인 발굴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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