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생산 강국으로…中 와인굴기의 꿈

입력 2015.11.07 (08:44) 수정 2015.11.07 (09: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인들이 와인을 마시고 있습니다.

엄청난 인구수 덕분에 세계 와인 소비를 중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중국이 이젠 와인 생산에서도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일어선다는 뜻의 대국굴기, 이젠 와인굴기라는 말도 나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태욱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의 대국굴기를 세계에 과시한 전승절 기념식.

열병식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0여개국 지도자와 각국 대표에게 건배를 제의합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해 건배!"

건배주는 중국이 자랑하는 백주가 아닌 레드 와인입니다.

중국산 포도로 중국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중국 상하이 시내.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이 와인잔을 기울입니다.

경제 활동의 주축인 1980년대생, '바링허우'와 유행을 이끄는 90년대생, '주링허우'가 와인 주소비층입니다.

<인터뷰> 진인주(와인 고객) : "와인은 도수가 낮아 부드럽잖아요. 게다가 아시다시피 건강에도 좋은 점이 많아요."

중국인들의 한 해 레드와인 소비량은 9리터 짜리 1억5천5백만 상자.

병으로 따지면 무려 19억6천5백만 병이나 됩니다.

레드와인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75% 정도가 중국 국내산입니다.

<인터뷰> 제이슨(와인바 사장) : "중국산 와인은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판매량이) 거의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중국산 와인이 이렇게 자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뿌리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산둥반도 북쪽 연안의 항구 도시 옌타이.

1858년 톈진조약으로 개항해 일찌감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인 국제 무역항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중국에서도 과일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녹취> 옌타이 시민 : "여기는 체리와 펑라이 지역 포도가 아주 유명하죠. 정말 맛있어요."

이 때문에 바로 이 곳에서 중국의 와인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강렬한 가을 햇살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볕을 머금은 남향 언덕으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나무들마다 단맛이 한껏 오른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인터뷰> 농민 : "다 숙성됐어요. (이 포도는 일반 포도와 다르네요?) 완전히 다르죠. 이건 그냥 먹지 않고 와인 제조에만 쓰여요."

이곳에서 재배되는 와인용 포도는 일반 포도와는 달리 모양이 작고, 톡 쏘는 매실향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금방 수확한 이 포도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카베르네 게르니쉬트라는 품종입니다.

중국 와인의 독특한 맛과 향기는 바로 이 품종에서 나옵니다.

이 밖에도 이 농장에서만 10여 개 품종의 포도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온난한 해양성 기후.

여기다 강수량이 많지 않고 물 빠짐이 좋은 토질까지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인터뷰> 저우위엔(와인 전문가) : "기후와 토양 등 풍토가 포도 생산에 가장 적합합니다. 위도도 37도 정도로 프랑스의 보르도와 같은 위치입니다."

이 때문에 옌타이는 중국에서 명실상부한 와인의 고장으로 입지를 확고히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자리잡은 국영 와인 생산업체 장위주조공사.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입니다.

우리 돈 몇 만 원대 와인에서부터 최고급품까지 상품도 다양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외국 정상을 만날 때 내놓는 건배주도 바로 이 업체가 생산한 와인입니다.

<인터뷰> 따이페이(판매원) : "국빈연 때 메디베데프나 캐머런, 오바마 같은 국가 지도자들에게 대접했던 와인입니다. 워런버핏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최상급 와인입니다."

거대한 지하 저장고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와인통들이 빼곡히 쌓여있습니다.

이 오크통 안에서 최소 8개월 이상을 숙성한 뒤 병에 옮겨 담습니다.

<녹취> 무잉(장위 바이너리 해설원) : "온도는 12~18도, 습도는 75~85%입니다. (일년 내내 이 조건을 유지하나요?) 맞아요. 일년 사계절 이 온도입니다."

오크통 숙성을 마쳐도 곧바로 출시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병에 옮겨담은 와인은 다시 지하 저장고로 보내집니다.

<인터뷰> 두위텐(와인 생산공장 반장) : "병에 담은 반완성품은 다시 저장고에 1년 ~ 18개월 정도 넣어둡니다. 그런 뒤에 포장하죠. 이게 보통 와인과의 차이입니다."

와인 한 병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꼬박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렇게 생산되는 와인이 이 업체만 한 해 25만 톤.. 3억3천만 병에 이릅니다.

이런 와인 주조 기술은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게 아닙니다.

중국에서 처음 현대식 와인이 생산된 건 120여년 전입니다.

80여 년이 지나 상표가 시커멓게 변색된 와인도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1915년 미국에서 열린 '파나마 태평양박람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을 만큼 일찍이 품질도 인정받았습니다.

<인터뷰> 관계자 : "현재도 금상을 받은 브랜디는 대단히 유명한 상품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미 중국 와인 수준이 높았군요?) 네, 세계박람회에서 상을 받았으니까요."

1912년 옌타이를 방문한 쑨원은 이 업체의 와인을 맛본 뒤 '품중례천, 품질이 뛰어나 샘물처럼 감미롭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박물관 지하에는 1905년에 지어진 중국 최초의 와인 저장실이 남아있습니다.

<녹취> "머리 조심하세요. 여기가 바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 와인 저장고입니다. 지금도 사용중입니다."

지하실에 들어서자 100여 년을 켜켜히 배인 진한 와인향이 코를 찌릅니다.

당시에 사용됐던 오크통들이 지금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줄지어 있습니다.

이 나무통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오크통'이란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와인 만5천 리터, 2만 병 정도를 한번에 숙성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이런 오크통을 만들었다는 건 중국의 와인생산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옌타이 외곽에 건설중인 세계 유일의 '와인 시티'.

오크통 모양을 본 딴 건물은 이미 마무리 시공이 한창입니다.

전체 4백만 제곱미터 땅에 포도농장과 와인 생산.유통 시설, 와인 테마의 놀이동산까지 들어서게 됩니다.

세계 와인 시장에 대한 중국의 야심찬 도전장입니다.

<인터뷰> 류아이보(장위주조공사 직원) : "모든 공정이 기계화되고, 매일 출고하는 와인이 420만 병이 될 겁니다. 전세계에서 최고의 와인생산 센터가 될 겁니다."

전세계 우수 와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아시아 최대 소비시장, 중국.

이 막대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이미 와인 생산에서도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와인 생산 120여 년.

그 깊고 조용한 지하 저장고에서 와인 강국을 향한 중국의 꿈도 함께 익어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eye] 생산 강국으로…中 와인굴기의 꿈
    • 입력 2015-11-07 09:14:08
    • 수정2015-11-07 09:42:4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인들이 와인을 마시고 있습니다.

엄청난 인구수 덕분에 세계 와인 소비를 중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중국이 이젠 와인 생산에서도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일어선다는 뜻의 대국굴기, 이젠 와인굴기라는 말도 나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태욱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중국의 대국굴기를 세계에 과시한 전승절 기념식.

열병식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0여개국 지도자와 각국 대표에게 건배를 제의합니다.

<녹취>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해 건배!"

건배주는 중국이 자랑하는 백주가 아닌 레드 와인입니다.

중국산 포도로 중국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중국 상하이 시내.

퇴근길에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이 와인잔을 기울입니다.

경제 활동의 주축인 1980년대생, '바링허우'와 유행을 이끄는 90년대생, '주링허우'가 와인 주소비층입니다.

<인터뷰> 진인주(와인 고객) : "와인은 도수가 낮아 부드럽잖아요. 게다가 아시다시피 건강에도 좋은 점이 많아요."

중국인들의 한 해 레드와인 소비량은 9리터 짜리 1억5천5백만 상자.

병으로 따지면 무려 19억6천5백만 병이나 됩니다.

레드와인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75% 정도가 중국 국내산입니다.

<인터뷰> 제이슨(와인바 사장) : "중국산 와인은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판매량이) 거의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중국산 와인이 이렇게 자국 시장에서 확고하게 뿌리내린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산둥반도 북쪽 연안의 항구 도시 옌타이.

1858년 톈진조약으로 개항해 일찌감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인 국제 무역항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중국에서도 과일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녹취> 옌타이 시민 : "여기는 체리와 펑라이 지역 포도가 아주 유명하죠. 정말 맛있어요."

이 때문에 바로 이 곳에서 중국의 와인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강렬한 가을 햇살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볕을 머금은 남향 언덕으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나무들마다 단맛이 한껏 오른 포도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인터뷰> 농민 : "다 숙성됐어요. (이 포도는 일반 포도와 다르네요?) 완전히 다르죠. 이건 그냥 먹지 않고 와인 제조에만 쓰여요."

이곳에서 재배되는 와인용 포도는 일반 포도와는 달리 모양이 작고, 톡 쏘는 매실향이 나는 게 특징입니다.

금방 수확한 이 포도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카베르네 게르니쉬트라는 품종입니다.

중국 와인의 독특한 맛과 향기는 바로 이 품종에서 나옵니다.

이 밖에도 이 농장에서만 10여 개 품종의 포도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온난한 해양성 기후.

여기다 강수량이 많지 않고 물 빠짐이 좋은 토질까지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인터뷰> 저우위엔(와인 전문가) : "기후와 토양 등 풍토가 포도 생산에 가장 적합합니다. 위도도 37도 정도로 프랑스의 보르도와 같은 위치입니다."

이 때문에 옌타이는 중국에서 명실상부한 와인의 고장으로 입지를 확고히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자리잡은 국영 와인 생산업체 장위주조공사.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입니다.

우리 돈 몇 만 원대 와인에서부터 최고급품까지 상품도 다양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외국 정상을 만날 때 내놓는 건배주도 바로 이 업체가 생산한 와인입니다.

<인터뷰> 따이페이(판매원) : "국빈연 때 메디베데프나 캐머런, 오바마 같은 국가 지도자들에게 대접했던 와인입니다. 워런버핏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최상급 와인입니다."

거대한 지하 저장고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와인통들이 빼곡히 쌓여있습니다.

이 오크통 안에서 최소 8개월 이상을 숙성한 뒤 병에 옮겨 담습니다.

<녹취> 무잉(장위 바이너리 해설원) : "온도는 12~18도, 습도는 75~85%입니다. (일년 내내 이 조건을 유지하나요?) 맞아요. 일년 사계절 이 온도입니다."

오크통 숙성을 마쳐도 곧바로 출시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병에 옮겨담은 와인은 다시 지하 저장고로 보내집니다.

<인터뷰> 두위텐(와인 생산공장 반장) : "병에 담은 반완성품은 다시 저장고에 1년 ~ 18개월 정도 넣어둡니다. 그런 뒤에 포장하죠. 이게 보통 와인과의 차이입니다."

와인 한 병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꼬박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렇게 생산되는 와인이 이 업체만 한 해 25만 톤.. 3억3천만 병에 이릅니다.

이런 와인 주조 기술은 하루 아침에 얻어진 게 아닙니다.

중국에서 처음 현대식 와인이 생산된 건 120여년 전입니다.

80여 년이 지나 상표가 시커멓게 변색된 와인도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1915년 미국에서 열린 '파나마 태평양박람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을 만큼 일찍이 품질도 인정받았습니다.

<인터뷰> 관계자 : "현재도 금상을 받은 브랜디는 대단히 유명한 상품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미 중국 와인 수준이 높았군요?) 네, 세계박람회에서 상을 받았으니까요."

1912년 옌타이를 방문한 쑨원은 이 업체의 와인을 맛본 뒤 '품중례천, 품질이 뛰어나 샘물처럼 감미롭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박물관 지하에는 1905년에 지어진 중국 최초의 와인 저장실이 남아있습니다.

<녹취> "머리 조심하세요. 여기가 바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 와인 저장고입니다. 지금도 사용중입니다."

지하실에 들어서자 100여 년을 켜켜히 배인 진한 와인향이 코를 찌릅니다.

당시에 사용됐던 오크통들이 지금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줄지어 있습니다.

이 나무통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오크통'이란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와인 만5천 리터, 2만 병 정도를 한번에 숙성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이런 오크통을 만들었다는 건 중국의 와인생산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옌타이 외곽에 건설중인 세계 유일의 '와인 시티'.

오크통 모양을 본 딴 건물은 이미 마무리 시공이 한창입니다.

전체 4백만 제곱미터 땅에 포도농장과 와인 생산.유통 시설, 와인 테마의 놀이동산까지 들어서게 됩니다.

세계 와인 시장에 대한 중국의 야심찬 도전장입니다.

<인터뷰> 류아이보(장위주조공사 직원) : "모든 공정이 기계화되고, 매일 출고하는 와인이 420만 병이 될 겁니다. 전세계에서 최고의 와인생산 센터가 될 겁니다."

전세계 우수 와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아시아 최대 소비시장, 중국.

이 막대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이미 와인 생산에서도 세계 7대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와인 생산 120여 년.

그 깊고 조용한 지하 저장고에서 와인 강국을 향한 중국의 꿈도 함께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