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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산지값은 1,000원 대…양념치킨은 2만 원
입력 2015.11.08 (13:21) 수정 2015.11.08 (17:23) 취재후
■ 산지 닭 한 마리 ‘천 원대, 양념치킨은 2만 원?’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뉴스 제목입니다. 산지 닭 한 마리 가격은 천 원대인데 배달시켜 먹는 통닭은 만 6천 원에서 2만 원까지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치킨 회사들은 마케팅 비용, 임대료, 재료비, 뭇값 등 다른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론으로 맞섭니다.
이런 기사가 포털에 뜨면 조회 수가 급증합니다. 치맥은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자리 잡았고 양념치킨 한 마리 시켜먹으려 해도 부자가 아니라면 손가락이 쉽게 주문 번호를 누르지 못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양념 통닭값이 이렇게 올랐다면 닭을 사육하는 농민들의 형편은 좀 나아졌을까요?

계사에 있는 농민계사에 있는 농민


■ “계열화가 뭐기에”

우리 식탁에 오르는 닭고기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걸까요? 여기엔 ‘계열화 사업’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닭고기 가공 회사가 병아리와 사료비, 난방비, 약품비 등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농가에 주고 농가가 대신 키워주는 시스템입니다. 병아리 사육과 가공, 유통 판매는 회사가 도맡아 하고 농가는 사육을 전담하는 것이 ‘계열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육계 농가의 80% 이상이 이 같은 ‘계열화 사업’에 편입됐습니다.
계열화에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닭을 키워서 출하하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합니다. 닭 한 마리를 키우는데 생산비가 1,800원 정도 드는데 출하 가격은 천 원대이기 때문에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형 닭고기 가공업체를 중심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AI 발생으로 닭고기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사육 시설과 가공 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닭고기 내수 공급량은 급증해 가격은 폭락하는데 업체 간 경쟁으로 공급량을 줄이지 않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출혈경쟁으로 닭 사육을 늘리면서 공급량이 8.1%나 늘었습니다. 업체마다 병아리 도태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닭고기 회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농가에 주는 사육비를 깎는 것입니다. 회사가 사육비를 줄이면 농가들은 어떤 피해를 보는 걸까요?

■ 날벼락 같은 새 계약서 “닭 사료 50g 줄여!”

사육 계약서사육 계약서


저희는 취재 중에 닭고기 업체가 육계 농가에 제시한 새 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닭 한 마리가 먹는 사료의 양을 1,710g에서 1,660g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50g 줄이겠다는 건데 농민은 계약할 건지 말 건지 밤잠을 설치고 있었습니다. 50g을 줄이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료비를 덜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농가는 6만 마리를 한 번 출하할 때마다 사료비 200만 원 정도를 덜 받습니다. 1년 이면 농가 수익이 1,200만 원 줄어드는 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료비, 난방비, 깔짚비, 약품비는 오릅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업체가 농가에 주는 사육비는 오르는 법이 없다”고요. 하지만 계약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농가들은 불리한 계약조건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만을 표시하거나 사육비 인상을 요구하면 그나마 닭 사육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닭 농가닭 농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


■ “이제는 한계.. 정부 적극 개입 필요”

업체 간의 과당경쟁은 그대로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가공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경기도 양주와 연천 일대 100여 농가가 사육비를 받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피해액만 수십억 원에 이릅니다. 육계 사육 농민들은 이제 한계에 와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사육비를 내리니 농가들은 사육 마릿수를 늘려서 수익을 맞추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육시설을 늘려야 하고 그러면 대출을 받아 시설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육비는 더 떨어지고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이자 감당도 힘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농민들은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농가와 업체 간의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부가 조사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계열화 사업을 장려해 왔기 때문에 정부도 책임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농민 한 분은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 기자님, 양념 통닭 가끔 시켜 드시죠? 그 통닭에는 양념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의 피, 눈물도 녹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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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출혈 경쟁에 생닭 ‘가격 폭락’…벼랑 끝 육계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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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08 13:21:53
    • 수정2015-11-08 17:23:31
    취재후
■ 산지 닭 한 마리 ‘천 원대, 양념치킨은 2만 원?’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뉴스 제목입니다. 산지 닭 한 마리 가격은 천 원대인데 배달시켜 먹는 통닭은 만 6천 원에서 2만 원까지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치킨 회사들은 마케팅 비용, 임대료, 재료비, 뭇값 등 다른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론으로 맞섭니다.
이런 기사가 포털에 뜨면 조회 수가 급증합니다. 치맥은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자리 잡았고 양념치킨 한 마리 시켜먹으려 해도 부자가 아니라면 손가락이 쉽게 주문 번호를 누르지 못하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양념 통닭값이 이렇게 올랐다면 닭을 사육하는 농민들의 형편은 좀 나아졌을까요?

계사에 있는 농민계사에 있는 농민


■ “계열화가 뭐기에”

우리 식탁에 오르는 닭고기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걸까요? 여기엔 ‘계열화 사업’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닭고기 가공 회사가 병아리와 사료비, 난방비, 약품비 등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농가에 주고 농가가 대신 키워주는 시스템입니다. 병아리 사육과 가공, 유통 판매는 회사가 도맡아 하고 농가는 사육을 전담하는 것이 ‘계열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육계 농가의 80% 이상이 이 같은 ‘계열화 사업’에 편입됐습니다.
계열화에 편입되지 않고 스스로 닭을 키워서 출하하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합니다. 닭 한 마리를 키우는데 생산비가 1,800원 정도 드는데 출하 가격은 천 원대이기 때문에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형 닭고기 가공업체를 중심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AI 발생으로 닭고기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사육 시설과 가공 공장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닭고기 내수 공급량은 급증해 가격은 폭락하는데 업체 간 경쟁으로 공급량을 줄이지 않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출혈경쟁으로 닭 사육을 늘리면서 공급량이 8.1%나 늘었습니다. 업체마다 병아리 도태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닭고기 회사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농가에 주는 사육비를 깎는 것입니다. 회사가 사육비를 줄이면 농가들은 어떤 피해를 보는 걸까요?

■ 날벼락 같은 새 계약서 “닭 사료 50g 줄여!”

사육 계약서사육 계약서


저희는 취재 중에 닭고기 업체가 육계 농가에 제시한 새 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닭 한 마리가 먹는 사료의 양을 1,710g에서 1,660g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50g 줄이겠다는 건데 농민은 계약할 건지 말 건지 밤잠을 설치고 있었습니다. 50g을 줄이겠다는 것은 그만큼 사료비를 덜 주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농가는 6만 마리를 한 번 출하할 때마다 사료비 200만 원 정도를 덜 받습니다. 1년 이면 농가 수익이 1,200만 원 줄어드는 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료비, 난방비, 깔짚비, 약품비는 오릅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업체가 농가에 주는 사육비는 오르는 법이 없다”고요. 하지만 계약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농가들은 불리한 계약조건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만을 표시하거나 사육비 인상을 요구하면 그나마 닭 사육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닭 농가닭 농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


■ “이제는 한계.. 정부 적극 개입 필요”

업체 간의 과당경쟁은 그대로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가공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경기도 양주와 연천 일대 100여 농가가 사육비를 받지 못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피해액만 수십억 원에 이릅니다. 육계 사육 농민들은 이제 한계에 와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사육비를 내리니 농가들은 사육 마릿수를 늘려서 수익을 맞추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육시설을 늘려야 하고 그러면 대출을 받아 시설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육비는 더 떨어지고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이자 감당도 힘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농민들은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농가와 업체 간의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부가 조사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하소연합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계열화 사업을 장려해 왔기 때문에 정부도 책임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농민 한 분은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 기자님, 양념 통닭 가끔 시켜 드시죠? 그 통닭에는 양념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의 피, 눈물도 녹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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