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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해설 이승엽 “내가 만약 타석에…”
입력 2015.11.08 (23:12) 연합뉴스
"제가 지금 타석에 있다면…."

'해설위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은 태극마크의 무게에 짓눌린 후배들을 이해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해설을 내놨다.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을 중계한 SBS의 특별 해설을 맡은 이승엽은 "나보다 훌륭한 기량을 갖춰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하겠나"라면서 "만약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화법을 썼다.

이승엽이 이날 가장 많이 언급한 이름은 일본 대표팀 선발 오타니 쇼헤이(닛폰햄 파이터스)였다.

그는 오타니의 구위에 눌려 고전하는 한국 타자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1회초가 시작하기 전 이승엽은 "1회가 중요하다. 많은 공을 보며 상대 투수 오타니에게 스트레스를 줘야 한다"며 "못 칠 공은 없다. 다만 어려운 공이 있을 뿐"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3회가 되자 생각을 바꿨다. 오타니가 정면 승부를 펼치고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만약 내가 타석에 선다면 초구부터 직구를 노릴 것이다"라며 "지금 오타니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척 높다. 초구에 스윙을 하더라도 배트를 내놓고 타이밍을 맞춰 봐야 다음 공에 더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스트라이크 이후에 오타니가 던지는 포크볼이 아마도 원했던 것보다 높게 제구돼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 포크볼을 기다리다 직구를 공략할 수는 없지만, 직구 타이밍에서 포크볼을 공략하는 건 가능하다"며 "나라면, 직구만 기다리고 과감하게 스윙하겠다"고 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뒤, 힘없는 스윙으로 물러나는 후배 타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해설위원' 이승엽의 말 수는 줄었다.

이승엽은 한·일전에서 선수들이 느낄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2회말 선취점을 내주고 경기 내내 끌려가는 후배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13시즌, 일본에서 8시즌을 뛰고 다양한 국제대회에 나선 경험을 시청자에게 전하며 야구팬에게 한·일전을 보는 재미를 안겼다.

이승엽은 "2011년 이후 4년 만에 삿포로돔에 왔다. 이곳은 파울 지역이 넓어서 야수들이 파울이 되는 타구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5회말 한국 좌익수 김현수가 나카무라 다케야의 타구를 외야 펜스에 충돌하며 공을 잡아낼 때는 "이곳 펜스는 한국보다 딱딱하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8회, 이승엽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한일전에서 이승엽이 극적인 장면은 자주 연출했던 바로 그때다.

0-4로 뒤진 한국은 2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이승엽은 "아, 지금 홈런을 치면 어떻게 되죠"라며 동점 홈런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이승엽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승엽은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다독였다. 그는 "의기소침할 때가 아니다. 이제 겨우 대회 첫 경기를 했을 뿐"이라며 "예선을 통과해 일본과 다시 만나 설욕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조심스러운 해설 이승엽 “내가 만약 타석에…”
    • 입력 2015-11-08 23:12:20
    연합뉴스
"제가 지금 타석에 있다면…."

'해설위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은 태극마크의 무게에 짓눌린 후배들을 이해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해설을 내놨다.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을 중계한 SBS의 특별 해설을 맡은 이승엽은 "나보다 훌륭한 기량을 갖춰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하겠나"라면서 "만약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화법을 썼다.

이승엽이 이날 가장 많이 언급한 이름은 일본 대표팀 선발 오타니 쇼헤이(닛폰햄 파이터스)였다.

그는 오타니의 구위에 눌려 고전하는 한국 타자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1회초가 시작하기 전 이승엽은 "1회가 중요하다. 많은 공을 보며 상대 투수 오타니에게 스트레스를 줘야 한다"며 "못 칠 공은 없다. 다만 어려운 공이 있을 뿐"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3회가 되자 생각을 바꿨다. 오타니가 정면 승부를 펼치고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만약 내가 타석에 선다면 초구부터 직구를 노릴 것이다"라며 "지금 오타니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척 높다. 초구에 스윙을 하더라도 배트를 내놓고 타이밍을 맞춰 봐야 다음 공에 더 좋은 스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스트라이크 이후에 오타니가 던지는 포크볼이 아마도 원했던 것보다 높게 제구돼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 포크볼을 기다리다 직구를 공략할 수는 없지만, 직구 타이밍에서 포크볼을 공략하는 건 가능하다"며 "나라면, 직구만 기다리고 과감하게 스윙하겠다"고 했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뒤, 힘없는 스윙으로 물러나는 후배 타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해설위원' 이승엽의 말 수는 줄었다.

이승엽은 한·일전에서 선수들이 느낄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2회말 선취점을 내주고 경기 내내 끌려가는 후배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 13시즌, 일본에서 8시즌을 뛰고 다양한 국제대회에 나선 경험을 시청자에게 전하며 야구팬에게 한·일전을 보는 재미를 안겼다.

이승엽은 "2011년 이후 4년 만에 삿포로돔에 왔다. 이곳은 파울 지역이 넓어서 야수들이 파울이 되는 타구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5회말 한국 좌익수 김현수가 나카무라 다케야의 타구를 외야 펜스에 충돌하며 공을 잡아낼 때는 "이곳 펜스는 한국보다 딱딱하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8회, 이승엽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한일전에서 이승엽이 극적인 장면은 자주 연출했던 바로 그때다.

0-4로 뒤진 한국은 2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이승엽은 "아, 지금 홈런을 치면 어떻게 되죠"라며 동점 홈런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이승엽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승엽은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다독였다. 그는 "의기소침할 때가 아니다. 이제 겨우 대회 첫 경기를 했을 뿐"이라며 "예선을 통과해 일본과 다시 만나 설욕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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