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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더이상 괴물은 없다…한국 흥행 이유는?
입력 2015.11.11 (06:41) 수정 2015.11.11 (06:42) 취재후·사건후
■ 화성에 혼자 남겨지다.

마션마션

▲ 영화 '마션'


화성 탐사 도중 모래 폭풍을 만난 우주인 마크 와트니, 대피하던 도중 부상당한 채 모래 더미 속에 파묻힌다. 그가 죽은 줄 안 동료들은 단 한 척뿐인 귀환용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가 버린다. 간신히 눈을 든 마크, 살았다는 희망도 잠시뿐, 입에서는 절망적인 한마디가 터져 나온다.

"나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마션'이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26일 만에 450만 관객을 넘어섰다. 10월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전통적인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로, '마션'은 지금까지 10월에 개봉한 외화 중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됐다. 2012년 개봉해 320만 명을 모은 '그래비티',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에 이어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한 번 한국 극장가를 장악한 셈이다.

■ 우주를 유영하고 은하계를 가로지른다.

그래비티그래비티

▲ 영화 '그래비티'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나선 우주 비행. 러시아의 폭파된 인공위성 잔해가 폭풍처럼 몰아치면서 우주왕복선은 파괴되고 망망한 우주로 일엽편주처럼 떨어져 나온다.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만들자는 제작진의 목표대로 관객들은 사실보다 더 사실감 넘치는 우주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망망한 무중력의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체험을 한다.

인터스텔라인터스텔라

▲ 영화 '인터스텔라'


점점 더 황폐해지는 지구.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하고 목숨을 건 우주여행을 떠난다. 2년간의 표류 끝에 마침내 토성 인근에 도착한 탐사대는 은하계와 다른 은하계를 잇는 통로인 웜홀을 찾아낸다. 지금껏 아무도 통과해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웜홀 속으로 우주선을 타고 빨려 들어간다.

■ 우주 괴물은 그만!

우주 영화 하면 쉽게 떠오르는 장면은 우주 공간에서 괴생물체와 맞닥뜨리거나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그림이었다. 많은 SF 작품들은 더 두려운 괴생명체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골몰해왔지만, 관객들은 점점 괴물에 식상해졌다.
반면 최근 우주 영화는 위 3편의 예에서 보듯이 좀 더 과학적 지식과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재미와 정보를 줘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마션'에 등장하는 우주복과 화성 탐사선, 임시 막사와 태양광 패널 등은 모두 NASA가 이미 개발에 성공했거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술들이다. '그래비티'는 우주정거장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소재로 삼았고, '인터스텔라'는 블랙홀과 중력, 웜홀을 통한 시공간 이동 등 우주와 관련된 난해한 최신 과학이론을 관객들이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 고독한 로빈슨 크루소... 혹시 나라면?

마션마션

▲ 영화 '마션'


'마션'에서 주인공 와트니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들고, 화성을 탈출할 때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창문과 심지어는 지붕까지 뜯어내고 비닐로 대체한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 실험을 하느냐고?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실에서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이 시도들은 광선총 한 자루 없는 우주인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렇게 이 3편의 영화는 우주라고 하는 극한 환경에서 개인의 생존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민족을 깨우치는 선각자도 아니오, 우주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도 아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고독한' 인간이다. 오히려 그 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도록 해 준다.
영화를 보면서 우주 공간이나('그래비티') 화성에('마션') 홀로 남겨진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고민하고 상상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과학 지식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고 학습하고 탐구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마션'을 본 한 대학생은 주인공이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나라면 어떻게 저 문제를 해결했을까?" 계속 고민하면서 관람해 영화가 더 재밌다고 얘기했다.

■ 영화도 보고 과학도 배우고

이렇게 과학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재미와 함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단체 관람 등 교육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영화관에 몰리면서 흥행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인터스텔라'는 정작 북미에서는 기대보다 부진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천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이 흥행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학부모들 사이에 '우리 아이가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부모가 아이의 손을 이끌고 오는 가족 단위 관람이 실제로 많았다. '마션'은 '인터스텔라'만큼 폭발적인 흥행 요소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스텔라' 때와 비슷한 단체 관람은 재연되고 있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영화 속 과학 이론과 기술 등을 주제로 한 과학자의 대중 강연이 이어지고 또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지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주 영화의 흥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과학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이 한때는 소수만이 즐겼던 우주 영화의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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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11-11 06:42:16
    취재후·사건후
■ 화성에 혼자 남겨지다.

마션마션

▲ 영화 '마션'


화성 탐사 도중 모래 폭풍을 만난 우주인 마크 와트니, 대피하던 도중 부상당한 채 모래 더미 속에 파묻힌다. 그가 죽은 줄 안 동료들은 단 한 척뿐인 귀환용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가 버린다. 간신히 눈을 든 마크, 살았다는 희망도 잠시뿐, 입에서는 절망적인 한마디가 터져 나온다.

"나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마션'이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개봉 26일 만에 450만 관객을 넘어섰다. 10월 극장가가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전통적인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수치로, '마션'은 지금까지 10월에 개봉한 외화 중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됐다. 2012년 개봉해 320만 명을 모은 '그래비티',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인터스텔라'에 이어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한 번 한국 극장가를 장악한 셈이다.

■ 우주를 유영하고 은하계를 가로지른다.

그래비티그래비티

▲ 영화 '그래비티'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나선 우주 비행. 러시아의 폭파된 인공위성 잔해가 폭풍처럼 몰아치면서 우주왕복선은 파괴되고 망망한 우주로 일엽편주처럼 떨어져 나온다.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만들자는 제작진의 목표대로 관객들은 사실보다 더 사실감 넘치는 우주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망망한 무중력의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체험을 한다.

인터스텔라인터스텔라

▲ 영화 '인터스텔라'


점점 더 황폐해지는 지구.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하고 목숨을 건 우주여행을 떠난다. 2년간의 표류 끝에 마침내 토성 인근에 도착한 탐사대는 은하계와 다른 은하계를 잇는 통로인 웜홀을 찾아낸다. 지금껏 아무도 통과해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 무슨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고 웜홀 속으로 우주선을 타고 빨려 들어간다.

■ 우주 괴물은 그만!

우주 영화 하면 쉽게 떠오르는 장면은 우주 공간에서 괴생물체와 맞닥뜨리거나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그림이었다. 많은 SF 작품들은 더 두려운 괴생명체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골몰해왔지만, 관객들은 점점 괴물에 식상해졌다.
반면 최근 우주 영화는 위 3편의 예에서 보듯이 좀 더 과학적 지식과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재미와 정보를 줘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마션'에 등장하는 우주복과 화성 탐사선, 임시 막사와 태양광 패널 등은 모두 NASA가 이미 개발에 성공했거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기술들이다. '그래비티'는 우주정거장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소재로 삼았고, '인터스텔라'는 블랙홀과 중력, 웜홀을 통한 시공간 이동 등 우주와 관련된 난해한 최신 과학이론을 관객들이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 고독한 로빈슨 크루소... 혹시 나라면?

마션마션

▲ 영화 '마션'


'마션'에서 주인공 와트니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들고, 화성을 탈출할 때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창문과 심지어는 지붕까지 뜯어내고 비닐로 대체한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 실험을 하느냐고?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실에서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이 시도들은 광선총 한 자루 없는 우주인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렇게 이 3편의 영화는 우주라고 하는 극한 환경에서 개인의 생존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민족을 깨우치는 선각자도 아니오, 우주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도 아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고독한' 인간이다. 오히려 그 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도록 해 준다.
영화를 보면서 우주 공간이나('그래비티') 화성에('마션') 홀로 남겨진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고민하고 상상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과학 지식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고 학습하고 탐구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마션'을 본 한 대학생은 주인공이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나라면 어떻게 저 문제를 해결했을까?" 계속 고민하면서 관람해 영화가 더 재밌다고 얘기했다.

■ 영화도 보고 과학도 배우고

이렇게 과학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재미와 함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단체 관람 등 교육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영화관에 몰리면서 흥행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인터스텔라'는 정작 북미에서는 기대보다 부진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천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이 흥행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학부모들 사이에 '우리 아이가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부모가 아이의 손을 이끌고 오는 가족 단위 관람이 실제로 많았다. '마션'은 '인터스텔라'만큼 폭발적인 흥행 요소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스텔라' 때와 비슷한 단체 관람은 재연되고 있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영화 속 과학 이론과 기술 등을 주제로 한 과학자의 대중 강연이 이어지고 또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과학에 대한 지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우주 영화의 흥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과학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이 한때는 소수만이 즐겼던 우주 영화의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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