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음주 운전 차량 추돌…환경미화원 형제 참변

입력 2015.11.11 (08:33) 수정 2015.11.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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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멘트>

우애 좋은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너무 사이가 좋은 나머지, 직장도 나란히 한 회사에 다녔습니다.

삼 형제의 행복은 한 음주 운전 차량 때문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형제를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들이받아, 둘째가 목숨을 잃고 큰 형이 크게 다쳤습니다.

살아남은 두 형제는 아직 둘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소차에서 튕겨져 나온 쓰레기 더미들이 도로에 나뒹굽니다.

청소차 밑으론 쓰레기와 차량 잔해가 뒤엉켜 있습니다.

청소차를 들이받고 서 있는 검은 승용차 한 대.

사고 당시 충격을 보여주듯,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지난 9일 새벽,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 인근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청소차) 피해차량이 차량을 주차해놓고 횡단보도 상에서 환경미화 일을 하던 중에 음주 운전 가해 차량이 주차해놓은 (청소차를) 추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가지고 피해자가 피해 입은 사건입니다."

환경미화원 2명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환경미화원)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팔 오른쪽 어깨를 다친 상태여서 말이 가능했는데, 한 분은 아예 쓰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 당시에는 바닥에 피가 많이 고여 있는 상태였고 심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어요."

이들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상태가 심각했던 한 명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가해자에게선 술 냄새가 짙게 풍겼습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지구대에 와서 음주측정을 한 결과 0.157% 수치로 음주 상태를 만취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57%,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한 마디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했던 겁니다.

사고를 당한 두 환경미화원은 마흔아홉, 쉰 살의 연년생 형제였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큰 도로와 좁은 골목이 만나는 지점.

5톤 청소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에서 작은 트럭으로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작은 트럭을 들이받았습니다.

트럭을 운전하던 형은 그 충격으로 도로로 튕겨 나갔고, 트럭 뒤에 서서 쓰레기를 옮기던 동생은 차량 사이에 끼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주검이 돼 돌아온 가장.

세 아들과 부인을 남겨 놓고 황망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누구보다, 동생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큰 형의 충격이 컸습니다.

형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차량) 세 대가 있었는데... (승용차가) 박고 나서도 시동을 켜고 액셀을 계속 밟고 있더라고요. 서 있던 (청소차가) 밀려나가면서 사이가 벌어져서 떨어지고 저는 인도 쪽으로 날아가고."

동생의 사망 소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동생과) 작업현장에서 만나서 “오늘 비 오니깐 조심하자” 했죠. 그사이를 못 참고.. 만난 지 두, 세 시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유난히 우애가 깊었던 3형제.

큰 형은 2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그런 큰 형을 따라 둘째와 셋째가 나란히 같은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특히 둘째는 대인관계가 좋고 일도 잘해, 동료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직장 관계자 : "동료가 희생당했다는 것은 충격이고 말도 못하죠. (숨진 김 씨는) 착하고, 근면하고 책임감 있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삼형제는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하며 늘 함께 일을 나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직장 관계자 : "삼형제가 우애가 대단해요. 서로 돕고, 다른 사람의 (일이) 좀 지연되면 같이 도와주고."

사고가 나던 날도, 큰 형과 둘째가 평상시처럼 2인 1조로 작업을 했고, 막내는 근처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해 사고를 피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동생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거 밖에 (말 못했다) 살 줄 알았지, 누가 죽을 줄 알았어. (동생이) 살아있는 것 같고, 꿈만 같아. 실감이 안 나니깐. 매일 만나 커피 마시고 흩어지고. 실감이 안 나. 자는 것 같고."

형제는 춘천시 소속이 아닌 위탁 업체 직원이어서, 근무 중 사망 사고를 당해도 지자체 차원의 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녹취> 춘천시청 관계자 : "환경미화원이 춘천시 직영으로 하는 환경미화원이 아니라 저희 생활 쓰레기 수거를 하는 용역업체 있죠? 그쪽 근로자입니다. (보상은) 저희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업체에서 조치를 받을 사항인 것 같습니다."

자정에 출근해 아침 8시까지 일하는 열악한 환경, 환경미화원들은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인터뷰>고재철(지사장/안전보건공단 강원지사) : "차에서 떨어지고, 끼이고, 충돌하고 그런 부분이거든요. 작년 같은 경우에 2014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1년에 33명이 유사한 작업을 하시다가 사망을 했고, 근로자 100명당 1년에 1명 정도가 사고로 부상을 당해서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는 그런 정도고요."

이런 미화원들의 고충은 줄곧 외면당해 왔습니다.

<인터뷰>고재철(지사장/안전보건공단 강원지사) : "우리사회가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작업시간을 (낮으로) 바꿀 수 없는지, 주행차량들이 작업구역 내에 침입하지 못하게 유도하는 신호를 세우고 (안전한) 작업조건을 부여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먼저 떠난 둘째의 빈자리.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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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음주 운전 차량 추돌…환경미화원 형제 참변
    • 입력 2015-11-11 08:35:06
    • 수정2015-11-11 09: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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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멘트>

우애 좋은 삼형제가 있었습니다.

너무 사이가 좋은 나머지, 직장도 나란히 한 회사에 다녔습니다.

삼 형제의 행복은 한 음주 운전 차량 때문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형제를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들이받아, 둘째가 목숨을 잃고 큰 형이 크게 다쳤습니다.

살아남은 두 형제는 아직 둘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소차에서 튕겨져 나온 쓰레기 더미들이 도로에 나뒹굽니다.

청소차 밑으론 쓰레기와 차량 잔해가 뒤엉켜 있습니다.

청소차를 들이받고 서 있는 검은 승용차 한 대.

사고 당시 충격을 보여주듯,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져 있습니다.

지난 9일 새벽,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 인근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청소차) 피해차량이 차량을 주차해놓고 횡단보도 상에서 환경미화 일을 하던 중에 음주 운전 가해 차량이 주차해놓은 (청소차를) 추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가지고 피해자가 피해 입은 사건입니다."

환경미화원 2명이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환경미화원)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팔 오른쪽 어깨를 다친 상태여서 말이 가능했는데, 한 분은 아예 쓰려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 당시에는 바닥에 피가 많이 고여 있는 상태였고 심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어요."

이들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상태가 심각했던 한 명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가해자에게선 술 냄새가 짙게 풍겼습니다.

<인터뷰> 이대종(경위/춘천 중부지구대 4팀장) : "지구대에 와서 음주측정을 한 결과 0.157% 수치로 음주 상태를 만취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57%,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한 마디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했던 겁니다.

사고를 당한 두 환경미화원은 마흔아홉, 쉰 살의 연년생 형제였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큰 도로와 좁은 골목이 만나는 지점.

5톤 청소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에서 작은 트럭으로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작은 트럭을 들이받았습니다.

트럭을 운전하던 형은 그 충격으로 도로로 튕겨 나갔고, 트럭 뒤에 서서 쓰레기를 옮기던 동생은 차량 사이에 끼어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주검이 돼 돌아온 가장.

세 아들과 부인을 남겨 놓고 황망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누구보다, 동생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큰 형의 충격이 컸습니다.

형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차량) 세 대가 있었는데... (승용차가) 박고 나서도 시동을 켜고 액셀을 계속 밟고 있더라고요. 서 있던 (청소차가) 밀려나가면서 사이가 벌어져서 떨어지고 저는 인도 쪽으로 날아가고."

동생의 사망 소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동생과) 작업현장에서 만나서 “오늘 비 오니깐 조심하자” 했죠. 그사이를 못 참고.. 만난 지 두, 세 시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유난히 우애가 깊었던 3형제.

큰 형은 2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입니다.

그런 큰 형을 따라 둘째와 셋째가 나란히 같은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특히 둘째는 대인관계가 좋고 일도 잘해, 동료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직장 관계자 : "동료가 희생당했다는 것은 충격이고 말도 못하죠. (숨진 김 씨는) 착하고, 근면하고 책임감 있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삼형제는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하며 늘 함께 일을 나갔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직장 관계자 : "삼형제가 우애가 대단해요. 서로 돕고, 다른 사람의 (일이) 좀 지연되면 같이 도와주고."

사고가 나던 날도, 큰 형과 둘째가 평상시처럼 2인 1조로 작업을 했고, 막내는 근처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해 사고를 피했습니다.

<인터뷰> 숨진 피해자의 형 : "(동생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거 밖에 (말 못했다) 살 줄 알았지, 누가 죽을 줄 알았어. (동생이) 살아있는 것 같고, 꿈만 같아. 실감이 안 나니깐. 매일 만나 커피 마시고 흩어지고. 실감이 안 나. 자는 것 같고."

형제는 춘천시 소속이 아닌 위탁 업체 직원이어서, 근무 중 사망 사고를 당해도 지자체 차원의 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녹취> 춘천시청 관계자 : "환경미화원이 춘천시 직영으로 하는 환경미화원이 아니라 저희 생활 쓰레기 수거를 하는 용역업체 있죠? 그쪽 근로자입니다. (보상은) 저희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업체에서 조치를 받을 사항인 것 같습니다."

자정에 출근해 아침 8시까지 일하는 열악한 환경, 환경미화원들은 각종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인터뷰>고재철(지사장/안전보건공단 강원지사) : "차에서 떨어지고, 끼이고, 충돌하고 그런 부분이거든요. 작년 같은 경우에 2014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1년에 33명이 유사한 작업을 하시다가 사망을 했고, 근로자 100명당 1년에 1명 정도가 사고로 부상을 당해서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는 그런 정도고요."

이런 미화원들의 고충은 줄곧 외면당해 왔습니다.

<인터뷰>고재철(지사장/안전보건공단 강원지사) : "우리사회가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작업시간을 (낮으로) 바꿀 수 없는지, 주행차량들이 작업구역 내에 침입하지 못하게 유도하는 신호를 세우고 (안전한) 작업조건을 부여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먼저 떠난 둘째의 빈자리.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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