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아웅산 수치…몰랐던 그녀의 이면

입력 2015.11.11 (13:38) 수정 2015.11.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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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외면…독재적 스타일 지적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이번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수 치 여사가 이끄는 NLD(민주주의민족동맹)가 군부를 대표하는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누르고 압승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미얀마에서는 반세기 가량 지속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승리의 주역이자 '미얀마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려 온 그녀가 앞으로 미얀마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녀는 비 폭력 운동과 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혀 왔지만, 다른 한편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다. 군부와 일정 부분 타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일부서는 '독재적'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 산 장군의 딸인 수 치 여사는 1988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보고 반군부 투쟁을 시작했다. 군부는 그녀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가택 연금했고, 수 치 여사는 1999년 남편(마이클 아리스)이 영국서 암으로 숨질 때도 가지 못했다.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화를 주창해 온 그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수 치 여사는 2012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후 그녀가 '민주화 상징'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조금씩 변해갔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그녀는 2012년 군부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얀마는 인구의 90%가 불교도인데 로힝야족은 이슬람을 믿어 탄압을 받아왔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을 향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로힝야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수 치 여사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NLD 내부에서조차 '군부와 타협한 것 아니냐'며 그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 치 여사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얀마의 칼럼니스트인 우 시투 아웅 민 씨는 선거 전인 올해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독재적인 정치 결정 스타일로 인해) 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는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고, 똑똑한 정치인 축에는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수 치 여사는 이번 총선 직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서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내가 집권당의 지도자로서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대놓고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이번 압승에도 불구하고, 수 치 여사는 당분간 군부와의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지명할 수 있고, 내무부와 국방부 등 핵심 부처의 장관 임면권을 쥐고 있다. 더군다나 수 치 여사가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다면, 전체 의석의 75%가 필요한데 이 역시 군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 치 여사와 군부의 밀월 관계가 현실이 될 경우 53년 만에 군복 독재 종식을 기대하며 그녀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 설 수 있다는 점이 향후 미얀마 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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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압승’ 아웅산 수치…몰랐던 그녀의 이면
    • 입력 2015-11-11 13:38:56
    • 수정2015-11-11 15:06:27
    국제
소수민족 외면…독재적 스타일 지적

아웅 산 수 치 여사가 이번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수 치 여사가 이끄는 NLD(민주주의민족동맹)가 군부를 대표하는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누르고 압승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미얀마에서는 반세기 가량 지속한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승리의 주역이자 '미얀마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려 온 그녀가 앞으로 미얀마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녀는 비 폭력 운동과 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혀 왔지만, 다른 한편에는 짙은 그림자도 있다. 군부와 일정 부분 타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일부서는 '독재적'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 산 장군의 딸인 수 치 여사는 1988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보고 반군부 투쟁을 시작했다. 군부는 그녀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가택 연금했고, 수 치 여사는 1999년 남편(마이클 아리스)이 영국서 암으로 숨질 때도 가지 못했다.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화를 주창해 온 그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수 치 여사는 2012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후 그녀가 '민주화 상징'에서 '현실 정치인'으로 조금씩 변해갔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그녀는 2012년 군부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얀마는 인구의 90%가 불교도인데 로힝야족은 이슬람을 믿어 탄압을 받아왔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을 향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로힝야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수 치 여사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NLD 내부에서조차 '군부와 타협한 것 아니냐'며 그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수 치 여사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미얀마의 칼럼니스트인 우 시투 아웅 민 씨는 선거 전인 올해 8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독재적인 정치 결정 스타일로 인해) 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그는 전략적 사고가 부족하고, 똑똑한 정치인 축에는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수 치 여사는 이번 총선 직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서 모든 결정을 내리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내가 집권당의 지도자로서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대놓고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이번 압승에도 불구하고, 수 치 여사는 당분간 군부와의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지명할 수 있고, 내무부와 국방부 등 핵심 부처의 장관 임면권을 쥐고 있다. 더군다나 수 치 여사가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둔다면, 전체 의석의 75%가 필요한데 이 역시 군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 치 여사와 군부의 밀월 관계가 현실이 될 경우 53년 만에 군복 독재 종식을 기대하며 그녀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 설 수 있다는 점이 향후 미얀마 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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