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 중 과로하다 뇌경색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

가족과 떨어져 지방근무를 하면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다 뇌경색이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A(55)씨가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오늘(13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08년 지방 지사로 발령 나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했다.
A 씨가 맡은 업무는 농민 대상 토지 임대차사업으로 업무 특성상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에 일이 몰렸다.

A 씨는 2011년 1월부터는 두 달여 동안 30여 차례나 출장을 다녔으며 휴일에도 농민들을 만나러 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내에서는 동료 직원이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A 씨의 스트레스는 점점 높아졌다.
2011년 3월9일에는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그가 말대꾸하는 후배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었다. A 씨는 이틀 뒤인 3월11일 아침 의식을 잃은 채 동료에게 발견됐고 결국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뇌경색 발병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거부했고 이에 A 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부하 직원과 이례적 언쟁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발병과 악화의 원인이라는 게 의학적 소견"이라며 "A 씨의 뇌경색은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거나 지병인 고혈압 등이 과로로 급격히 악화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업무상 재해로 본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