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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국에 기울어진 한국?’…“입장 분명히 해라”
입력 2015.11.26 (06:06) 수정 2015.11.26 (06:09) 취재후·사건후
■ “미국은 한국을 이해 못 해요”

"미국은 한국인들이 중국보다 일본에 더 나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 자체를 못 해요". 지난해 어느 외교 전문가에게 들었던 얘기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는 일본보다 공산주의 국가이고 한국전쟁 때 적이기까지 했던 중국에 더 우호적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죠.

다민족이 얽혀 살고 지배받은 경험이 없는 미국이 '식민지의 치욕'을 이해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의문이 단순히 한국의 정서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최근의 한중 관계, 한일 관계에 대한 의구심에서 거슬러 올라간 것이라면 문제는 좀 달라집니다.

박근혜, 시진핑박근혜, 시진핑


지난 9월 중국의 전승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동맹국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주최의 열병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기운다'는 미국의 우려가 높다는 말이 다시 돌았고, 한국 정부는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중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고 말해 힘을 실어줬습니다.

과연 이것으로 한국의 '중국 경사'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을까요? 이달 초 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관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미국 싱크탱크들을 돌아봤습니다. 이 경험만으로만 보자면 우리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 경사론'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남중국해’ 중국 잘못, 한국이 더 힘있게 지적해야”

최근 미·중 간에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부터 미국의 전문가들은 우려를 털어놨습니다. 대부분 '항행의 자유', 즉 한 나라(중국)가 다른 나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반발 의사를 피력하는 건 당연하다는 투였습니다. 이를 잘 이행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적한 것은 물론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가 "남중국해 문제가 국제 규범에 의해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그런 원론적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읽혔습니다.

미국 국방대학교의 짐 프리스터프 박사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이 취해야 할 한국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한국에 항행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남한이 지금보다 더 힘있게 이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을 향한 '정면돌파'를 결심한 미국 정부에 한국이 정확한 우군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중국해 인공섬 사진남중국해 인공섬 사진

▲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


■ “‘중국으로 중심 이동 아니다’…한국이 명확히 해야”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언급하면서도 한중 관계의 '나쁜 소식(bad news)'이라며 "한미 간 대 중국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중국 쪽으로 한국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한국이 더 명확히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린 부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맺고 있는 동맹들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강력하게 공조하지 않고 중국에도 느슨한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은 (한국이 바라는) 북한 문제 해결조차 소홀히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에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명확히 할 증거를 제대로 보이라는 거죠.

■ “중국이 어떤 통일을 지지할까요?”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이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역시 '북한'입니다. 브루스 버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유사시에 중국은 북한에 진입할 이유가 많지만 미국이나 남한은 이를 저지할 물리적인 힘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통일 대박'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이유로도 중국을 꼽았습니다. "통일 뒤에도 중국 기업들은 북한에 갖고 있는 부동산이나 광물 개발권 등을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북한의 광석 야적장북한의 광석 야적장

▲ 대중 수출이 이뤄지는 북한의 광석 야적장


군사 전문가인 프리스터프 박사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집중적으로 북한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통일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단언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중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미국은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베이징이 통일을 컨트롤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중국 경계’보다 더 눈에 띈 ‘일본 우호’

지난 몇 년간 한중 관계보다 한일 관계가 훨씬 더 첨예해서일까요? 사실 '중국 경사론'에 대한 경계심보다 한국 기자들 눈에 더 띄었던 것은 미국 전문가들의 일본에 대한 우호적 태도입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원만한 한일 관계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역사 갈등은 끝내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일본에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일본에 나름의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깊숙한 속얘기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미국인들은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한국에게도) 역사 같은 건 빨리 잊으라고 말하기 쉬울 것"이라는 예측 가능했던 얘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를 묻는 질문에는 "후방지원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1930년대와 달리 구조적으로 평화주의 국가"라는 답이 나왔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게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이냐"는 반문이 돌아왔습니다.

중국 견제용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TPP에 대해서는 "한국의 환율조작이 TPP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미리 TPP에 가입한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일본은 환율 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들이 일본의 지원을 많이 받는다는 점, 집단적 자위권 확보와 TPP 협상 타결을 통해 '미국의 최고의 동지'로 입장을 굳힌 일본에게 취할 수 있는 미국의 당연한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넘기 힘든 벽이 느껴졌습니다.

일본의 입장도, 중국의 위상도 가질 수 없는 한국에게 쏟아지는 복잡한 시선들이 한국 외교에 숙제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 [취재후] ‘중국에 기울어진 한국?’…“입장 분명히 해라”
    • 입력 2015-11-26 06:06:36
    • 수정2015-11-26 06:09:11
    취재후·사건후
■ “미국은 한국을 이해 못 해요”

"미국은 한국인들이 중국보다 일본에 더 나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 자체를 못 해요". 지난해 어느 외교 전문가에게 들었던 얘기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는 일본보다 공산주의 국가이고 한국전쟁 때 적이기까지 했던 중국에 더 우호적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죠.

다민족이 얽혀 살고 지배받은 경험이 없는 미국이 '식민지의 치욕'을 이해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의문이 단순히 한국의 정서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최근의 한중 관계, 한일 관계에 대한 의구심에서 거슬러 올라간 것이라면 문제는 좀 달라집니다.

박근혜, 시진핑박근혜, 시진핑


지난 9월 중국의 전승기념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동맹국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주최의 열병식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에 기운다'는 미국의 우려가 높다는 말이 다시 돌았고, 한국 정부는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중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고 말해 힘을 실어줬습니다.

과연 이것으로 한국의 '중국 경사'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을까요? 이달 초 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 주관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미국 싱크탱크들을 돌아봤습니다. 이 경험만으로만 보자면 우리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 경사론'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남중국해’ 중국 잘못, 한국이 더 힘있게 지적해야”

최근 미·중 간에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부터 미국의 전문가들은 우려를 털어놨습니다. 대부분 '항행의 자유', 즉 한 나라(중국)가 다른 나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반발 의사를 피력하는 건 당연하다는 투였습니다. 이를 잘 이행하지 않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적한 것은 물론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가 "남중국해 문제가 국제 규범에 의해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그런 원론적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가 읽혔습니다.

미국 국방대학교의 짐 프리스터프 박사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이 취해야 할 한국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한국에 항행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남한이 지금보다 더 힘있게 이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을 향한 '정면돌파'를 결심한 미국 정부에 한국이 정확한 우군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중국해 인공섬 사진남중국해 인공섬 사진

▲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


■ “‘중국으로 중심 이동 아니다’…한국이 명확히 해야”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언급하면서도 한중 관계의 '나쁜 소식(bad news)'이라며 "한미 간 대 중국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중국 쪽으로 한국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한국이 더 명확히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린 부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맺고 있는 동맹들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강력하게 공조하지 않고 중국에도 느슨한 태도를 취한다면 중국은 (한국이 바라는) 북한 문제 해결조차 소홀히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에 한미 동맹의 강력함을 명확히 할 증거를 제대로 보이라는 거죠.

■ “중국이 어떤 통일을 지지할까요?”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이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역시 '북한'입니다. 브루스 버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유사시에 중국은 북한에 진입할 이유가 많지만 미국이나 남한은 이를 저지할 물리적인 힘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통일 대박'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이유로도 중국을 꼽았습니다. "통일 뒤에도 중국 기업들은 북한에 갖고 있는 부동산이나 광물 개발권 등을 유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북한의 광석 야적장북한의 광석 야적장

▲ 대중 수출이 이뤄지는 북한의 광석 야적장


군사 전문가인 프리스터프 박사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집중적으로 북한에 투자하면서 오히려 통일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단언했습니다.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중국은 그렇지 않겠지만 미국은 남한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며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베이징이 통일을 컨트롤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중국 경계’보다 더 눈에 띈 ‘일본 우호’

지난 몇 년간 한중 관계보다 한일 관계가 훨씬 더 첨예해서일까요? 사실 '중국 경사론'에 대한 경계심보다 한국 기자들 눈에 더 띄었던 것은 미국 전문가들의 일본에 대한 우호적 태도입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원만한 한일 관계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역사 갈등은 끝내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일본에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일본에 나름의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깊숙한 속얘기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미국인들은 역사는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한국에게도) 역사 같은 건 빨리 잊으라고 말하기 쉬울 것"이라는 예측 가능했던 얘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를 묻는 질문에는 "후방지원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1930년대와 달리 구조적으로 평화주의 국가"라는 답이 나왔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하는 진정한 사과라는 게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이냐"는 반문이 돌아왔습니다.

중국 견제용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TPP에 대해서는 "한국의 환율조작이 TPP 가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미리 TPP에 가입한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일본은 환율 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들이 일본의 지원을 많이 받는다는 점, 집단적 자위권 확보와 TPP 협상 타결을 통해 '미국의 최고의 동지'로 입장을 굳힌 일본에게 취할 수 있는 미국의 당연한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넘기 힘든 벽이 느껴졌습니다.

일본의 입장도, 중국의 위상도 가질 수 없는 한국에게 쏟아지는 복잡한 시선들이 한국 외교에 숙제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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