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빠가 남긴 책 ‘파더 앤 도터’

입력 2015.12.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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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의 관계만큼 애틋한 관계가 있을까. 적어도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대놓고 이 같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나왔다. 제목마저 '파더 앤 도터'(Fathers and Daughters)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대만큼 밝지만은 않다.

케이티(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심리학 석사이자 사회복지사다. 지역사회의 문제아동을 상담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지만 케이티는 자신을 '텅빈 우물' 같다고 표현한다. 그 공허함을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로 채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면 뭐라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케이티의 아픔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실마리는 현재 케이티가 맺게 된 두 관계와 과거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에 담겨 있다.

관계 하나. 케이티에게 흑인 소녀 한명이 배당된다. 이름은 루시(쿠벤자네 왈리스). 아버지는 약물 남용으로 죽고 매춘부인 어머니는 손님한테 살해된 불행한 소녀다. 루시는 입을 닫고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다. 케이티의 임무는 루시의 말문을 열게 하는 것.

관계 둘. 케이티를 찾아온 남자 카메론(아론 폴). 그는 케이티의 아버지인 제이크(러셀 크로우)가 쓴 '파더 앤 도터'의 팬이다. 이 책을 읽고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의 케이티에게는 아버지 제이크밖에 없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었다. 하나뿐인 혈육인 제이크는 온전치 못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유명 작가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병원에 7개월가량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했다. 그 사이 케이티는 이모네 집에서 살았다.

케이티 이모 부부는 제이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못한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궁핍해 조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급기야 이모 부부는 케이티를 입양하려고 한다. 궁지에 몰린 제이크는 신들린 듯 3개월 만에 소설을 완성한다. '파더 앤 도터'란 제목의.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카메론과 루시가 각각 어떤 인물을 상징하는지를 알아챌 것이다.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란 다소 진부한 관계를 다루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간단치 않다.

과거와 현재의 케이티를 교차해 보여주면서 케이티가 왜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된다는 것을, 연인 관계를 맺기를 두려워하는지 이유를 조금씩 조금씩 보여준다.

관객은 '케이티가 왜 저럴까'란 궁금함 때문에서라도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케이티를 이해하게 된다.

이 영화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인 'close to you'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준다.

영화에는 카펜터스의 원곡이 아닌 리메이크 버전이 삽입됐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이 연주하고 마이클 볼튼이 노래를 불렀다.

영화는 케이티와 카메론이 포옹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때론 사랑한다는 말보다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더 많은 감정을 전해주는 법이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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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아빠가 남긴 책 ‘파더 앤 도터’
    • 입력 2015-12-02 17:20:40
    연합뉴스
아버지와 딸의 관계만큼 애틋한 관계가 있을까. 적어도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대놓고 이 같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영화가 나왔다. 제목마저 '파더 앤 도터'(Fathers and Daughters)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대만큼 밝지만은 않다. 케이티(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심리학 석사이자 사회복지사다. 지역사회의 문제아동을 상담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지만 케이티는 자신을 '텅빈 우물' 같다고 표현한다. 그 공허함을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로 채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면 뭐라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케이티의 아픔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실마리는 현재 케이티가 맺게 된 두 관계와 과거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에 담겨 있다. 관계 하나. 케이티에게 흑인 소녀 한명이 배당된다. 이름은 루시(쿠벤자네 왈리스). 아버지는 약물 남용으로 죽고 매춘부인 어머니는 손님한테 살해된 불행한 소녀다. 루시는 입을 닫고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다. 케이티의 임무는 루시의 말문을 열게 하는 것. 관계 둘. 케이티를 찾아온 남자 카메론(아론 폴). 그는 케이티의 아버지인 제이크(러셀 크로우)가 쓴 '파더 앤 도터'의 팬이다. 이 책을 읽고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의 케이티에게는 아버지 제이크밖에 없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었다. 하나뿐인 혈육인 제이크는 온전치 못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유명 작가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병원에 7개월가량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했다. 그 사이 케이티는 이모네 집에서 살았다. 케이티 이모 부부는 제이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정신질환이 완치되지 못한 데다가 경제적으로도 궁핍해 조카를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급기야 이모 부부는 케이티를 입양하려고 한다. 궁지에 몰린 제이크는 신들린 듯 3개월 만에 소설을 완성한다. '파더 앤 도터'란 제목의.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카메론과 루시가 각각 어떤 인물을 상징하는지를 알아챌 것이다.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란 다소 진부한 관계를 다루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간단치 않다. 과거와 현재의 케이티를 교차해 보여주면서 케이티가 왜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된다는 것을, 연인 관계를 맺기를 두려워하는지 이유를 조금씩 조금씩 보여준다. 관객은 '케이티가 왜 저럴까'란 궁금함 때문에서라도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면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케이티를 이해하게 된다. 이 영화의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인 'close to you'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준다. 영화에는 카펜터스의 원곡이 아닌 리메이크 버전이 삽입됐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이 연주하고 마이클 볼튼이 노래를 불렀다. 영화는 케이티와 카메론이 포옹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때론 사랑한다는 말보다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더 많은 감정을 전해주는 법이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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