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사회문제로 대응해야

입력 2015.12.23 (07:36) 수정 2015.12.23 (09: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감일상 해설위원]

11살 소녀가 친아버지와 동거녀한테 2년 동안이나 감금 상태에서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 울산과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처벌 기준과 신고 대상이 대폭 강화됐지만 아동 학대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그 피해 정도는 더 참혹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만 27건으로 전년도 보다 48% 나 늘었습니다. 가해자는 친부모가 77%로 가장 많았고 양부모를 포함할 경우 80% 이상이 부모였습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범죄 발생 장소도 가정이 8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버릇을 고치려고 학대를 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볼 때 자녀를 소유물이나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일부 부모들의 자녀 양육 의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이 같은 가해자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구조적 문제점도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인 아버지도 어릴 때 상습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학대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도 문제입니다.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담임교사의 실종 신고가 처리되지 않는 등 2년 동안이나 학교에서 사라진 초등학생에 대해 손을 쓸 수 없었던 사회적 보호와 관리 시스템의 부재 역시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지적됩니다. 신고와 처벌 못지않게 피해 아동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한 사후 조처와 보호시설 확충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후 다시 학대를 당했다는 재학대 사례가 천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다시 학대자들의 손에 맡겨지는 '원 가정 보호'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은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25개월 된 입양아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양어머니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확정했습니다. 아동 학대는 강력한 처벌 등 법과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변화 없이는 뿌리 뽑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아동학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사회문제로 대응해야
    • 입력 2015-12-23 08:00:33
    • 수정2015-12-23 09:12:50
    뉴스광장
[감일상 해설위원] 11살 소녀가 친아버지와 동거녀한테 2년 동안이나 감금 상태에서 학대를 당하다 탈출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 울산과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처벌 기준과 신고 대상이 대폭 강화됐지만 아동 학대 건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그 피해 정도는 더 참혹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아동학대 판정 건수는 만 27건으로 전년도 보다 48% 나 늘었습니다. 가해자는 친부모가 77%로 가장 많았고 양부모를 포함할 경우 80% 이상이 부모였습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범죄 발생 장소도 가정이 8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버릇을 고치려고 학대를 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볼 때 자녀를 소유물이나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일부 부모들의 자녀 양육 의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이 같은 가해자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구조적 문제점도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부분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인 아버지도 어릴 때 상습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학대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도 문제입니다. 친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담임교사의 실종 신고가 처리되지 않는 등 2년 동안이나 학교에서 사라진 초등학생에 대해 손을 쓸 수 없었던 사회적 보호와 관리 시스템의 부재 역시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지적됩니다. 신고와 처벌 못지않게 피해 아동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한 사후 조처와 보호시설 확충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후 다시 학대를 당했다는 재학대 사례가 천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다시 학대자들의 손에 맡겨지는 '원 가정 보호'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은 대목입니다. 대법원은 25개월 된 입양아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양어머니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확정했습니다. 아동 학대는 강력한 처벌 등 법과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인식의 변화 없이는 뿌리 뽑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아동학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