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300% 수익 준다는 해외 로또 사업 투자해봤더니…

입력 2015.12.23 (09:03) 수정 2015.12.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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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간단하게 말해 천만 원 투자하면 기본으로 3천만 원을 주겠다는데 누가 혹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기자: "아니 그래도 그렇게 큰 이익이 나는 사업이 있을까요. 투자하기 전에 의심은 없었고요?"
A씨: "100% 믿음이 가지는 않더라고요. 하여튼 저는 다른 회원을 끌어들인 것은 아니고 제 돈만 날린 것이니까……."


태국 로또 사업 투자 설명서와 신청서태국 로또 사업 투자 설명서와 신청서

▲ 태국 로또 사업 투자 설명서, 회원 신청서 양식


■ 태국 로또 사업 수주하면 즉시 “대박”

정말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거액을 투자한 걸까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92명의 투자자가 쏟아부은 돈은 25억 4천만 원, 모두 태국 로또 사업을 수주하면 300%의 배당금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투자한 돈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과 천안에 거주했습니다. 특히 투자자 가운데는 고령자가 많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은 이른바 '대박 신화'였습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너무 궁금해서 투자 피해자 4명과 통화를 했습니다. 대부분은 인터뷰를 꺼렸습니다. '그냥 사건이 커지는 것이 싫다.', '이제는 잊고 싶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받은 여성 투자자 A 씨에게 동의를 얻어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A 씨는 자신의 직장 근처 ○○ 투자사의 사무실을 자주 지나치며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고정 수입이 있는 데다 3천만 원 정도 여윳돈이 있는 상황이라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처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었습니다. 태국의 로또 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는 이 회사에 투자하면 배당금만 300%를 벌 수 있다는 설명에 혹시나 하면서도 결국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을 보니까 배당금이 꼬박꼬박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것을 믿었지요. 전 설명회를 듣고 바로 투자한 것은 아니고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 배당금을 받는 것을 보고 그 후에 들어간 것이죠. 태국 현지 사진도 보여주고 설명회도 여러 차례 보면서 믿게 된 것도 있죠.”
- A 씨 전화 인터뷰 중에서 -


양일선 경사양일선 경사

▲ 수원 서부경찰서 양일선 경사


■ ‘다단계식’ 투자자 모집방식

그렇다면 해외 로또 사업을 수주도 하기 전에 어떻게 배당금이 지급될 수 있었을까. 이 돈은 사실상 배당금이 아니었습니다. '회원'이라고 불리는 추가 투자자를 모아오면 지급하는 수당 격인 이 돈은 사실 다른 투자자들이 낸 돈이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 서부경찰서 양일선 경사의 설명으로는, 이 투자회사는 최근 들어 원활하게 배당금을 줄 수 없게 되자 해외 새우 양식 사업과 전철사업 수주를 미끼로 투자금으로 계속 모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업의 배후에는 태국 쪽 지역 전문가로 볼 리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60살 김 모 씨입니다.

김 씨와 이미 구속된 피의자 이 모 씨는 투자자들을 한때 태국으로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초청 당시 로또 수주 사업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태국 현지어 연기자, 통역까지 등장시켜 무언가 큰 사업을 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투자금이 많이 모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추가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추가 투자자를 모아오는 즉시 등급에 따라 돈이 지급됐습니다. 전형적인 '다단계식'투자자 모집방식입니다. 일부에게는 수천만 원 이상의 직급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을 지급 받은 사람은 자신이 모집한 투자자와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친동생, 친인척 사이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 이 태국 로또 사기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 고발 건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투자 피해자들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침묵하고 있다고 양 경사는 설명했습니다.

태국 로또 사업 투자사 대표태국 로또 사업 투자사 대표

▲ 태국 로또 사업 투자사 대표


■ 투자금 ‘25억 원’은 현지 로비자금으로?

투자금 25억 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입니다. 경찰의 수사로도 일부만 밝혀졌습니다. ○○ 투자사의 대표 이 씨는 취재진에게 투자금 일부는 태국에 투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확인 질문이 이어지자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태국에 있는 김 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자신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란 식의 해명을 했습니다.

김씨가 태국의 고위직들과 찍은 사진들과 친분 관계를 암시하는 김 씨의 말을 믿고 자신도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국으로 간 투자금은 무슨 설비를 짓고 제대로 투자를 했다기보다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쓰였다고도 말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태국 로또사업에 정작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업 수주 가능성도 매우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투자 설명자료 사진 속에 등장하는 태국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에 대해서는 더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수사가 시작되자 태국 쪽 동업자로 알려진 김 씨는 달아나버렸습니다. 경찰은 최근 투자회사 대표인 이 씨 등 4명을 구속했습니다. 당연히 해외로 달아난 공범 김 모 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을 날린 피해자 A 씨는 40대였습니다. 고령자가 아닌 직장인 속아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유사수신'의 피해는 법률지식, 투자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고수익이 나에게 가능할 수 있다는 '대박심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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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로또사업 대박”…다단계로 25억원 투자받아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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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300% 수익 준다는 해외 로또 사업 투자해봤더니…
    • 입력 2015-12-23 09:03:34
    • 수정2015-12-23 09:04:47
    취재후·사건후
A씨: "간단하게 말해 천만 원 투자하면 기본으로 3천만 원을 주겠다는데 누가 혹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기자: "아니 그래도 그렇게 큰 이익이 나는 사업이 있을까요. 투자하기 전에 의심은 없었고요?" A씨: "100% 믿음이 가지는 않더라고요. 하여튼 저는 다른 회원을 끌어들인 것은 아니고 제 돈만 날린 것이니까……."
태국 로또 사업 투자 설명서와 신청서 ▲ 태국 로또 사업 투자 설명서, 회원 신청서 양식
■ 태국 로또 사업 수주하면 즉시 “대박” 정말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거액을 투자한 걸까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92명의 투자자가 쏟아부은 돈은 25억 4천만 원, 모두 태국 로또 사업을 수주하면 300%의 배당금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투자한 돈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과 천안에 거주했습니다. 특히 투자자 가운데는 고령자가 많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은 이른바 '대박 신화'였습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너무 궁금해서 투자 피해자 4명과 통화를 했습니다. 대부분은 인터뷰를 꺼렸습니다. '그냥 사건이 커지는 것이 싫다.', '이제는 잊고 싶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받은 여성 투자자 A 씨에게 동의를 얻어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A 씨는 자신의 직장 근처 ○○ 투자사의 사무실을 자주 지나치며 투자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고정 수입이 있는 데다 3천만 원 정도 여윳돈이 있는 상황이라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처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었습니다. 태국의 로또 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는 이 회사에 투자하면 배당금만 300%를 벌 수 있다는 설명에 혹시나 하면서도 결국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을 보니까 배당금이 꼬박꼬박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것을 믿었지요. 전 설명회를 듣고 바로 투자한 것은 아니고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 배당금을 받는 것을 보고 그 후에 들어간 것이죠. 태국 현지 사진도 보여주고 설명회도 여러 차례 보면서 믿게 된 것도 있죠.” - A 씨 전화 인터뷰 중에서 -
양일선 경사 ▲ 수원 서부경찰서 양일선 경사
■ ‘다단계식’ 투자자 모집방식 그렇다면 해외 로또 사업을 수주도 하기 전에 어떻게 배당금이 지급될 수 있었을까. 이 돈은 사실상 배당금이 아니었습니다. '회원'이라고 불리는 추가 투자자를 모아오면 지급하는 수당 격인 이 돈은 사실 다른 투자자들이 낸 돈이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 서부경찰서 양일선 경사의 설명으로는, 이 투자회사는 최근 들어 원활하게 배당금을 줄 수 없게 되자 해외 새우 양식 사업과 전철사업 수주를 미끼로 투자금으로 계속 모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업의 배후에는 태국 쪽 지역 전문가로 볼 리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60살 김 모 씨입니다. 김 씨와 이미 구속된 피의자 이 모 씨는 투자자들을 한때 태국으로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초청 당시 로또 수주 사업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태국 현지어 연기자, 통역까지 등장시켜 무언가 큰 사업을 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투자금이 많이 모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추가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추가 투자자를 모아오는 즉시 등급에 따라 돈이 지급됐습니다. 전형적인 '다단계식'투자자 모집방식입니다. 일부에게는 수천만 원 이상의 직급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을 지급 받은 사람은 자신이 모집한 투자자와 잘 아는 사이였습니다. 친동생, 친인척 사이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 이 태국 로또 사기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 고발 건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투자 피해자들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침묵하고 있다고 양 경사는 설명했습니다.
태국 로또 사업 투자사 대표 ▲ 태국 로또 사업 투자사 대표
■ 투자금 ‘25억 원’은 현지 로비자금으로? 투자금 25억 원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황입니다. 경찰의 수사로도 일부만 밝혀졌습니다. ○○ 투자사의 대표 이 씨는 취재진에게 투자금 일부는 태국에 투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의 확인 질문이 이어지자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태국에 있는 김 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씨는 자신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란 식의 해명을 했습니다. 김씨가 태국의 고위직들과 찍은 사진들과 친분 관계를 암시하는 김 씨의 말을 믿고 자신도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국으로 간 투자금은 무슨 설비를 짓고 제대로 투자를 했다기보다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쓰였다고도 말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태국 로또사업에 정작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업 수주 가능성도 매우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투자 설명자료 사진 속에 등장하는 태국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에 대해서는 더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수사가 시작되자 태국 쪽 동업자로 알려진 김 씨는 달아나버렸습니다. 경찰은 최근 투자회사 대표인 이 씨 등 4명을 구속했습니다. 당연히 해외로 달아난 공범 김 모 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을 날린 피해자 A 씨는 40대였습니다. 고령자가 아닌 직장인 속아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유사수신'의 피해는 법률지식, 투자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고수익이 나에게 가능할 수 있다는 '대박심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 “해외 로또사업 대박”…다단계로 25억원 투자받아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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