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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eye] 美 대학 흑인 학생 차별 논란 재점화
입력 2015.12.26 (08:41) 수정 2015.12.26 (09:40)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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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마틴 루터 킹 목사,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다 1968년 암살됐습니다.

그로부터 41년 후인 2009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40여 년 만에 이뤄진 극적인 역사의 눈부심 때문일까요?

이제 미국에서는 흑인 차별 문제가 눈에 띄지 않는 듯합니다.

그런데 올해 가을부터 미국 대학들에서 흑인 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팀 울프(미주리주립대 총장) : "무대책에 대해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지난달 9일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의 총장이 학생들의 시위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사태는 지난 9월 초 흑인 총학생회장이 백인 학생들로부터 흑인을 지칭하는 속어로 불려진 데서 시작됐습니다.

흑인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누군가 기숙사에 인분으로 나치 문양을 그리는 등, 오히려 흑인에 대한 적대적 행동들이 나타났습니다.

흑인 학생 단체는 학교 측에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총장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10월초부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돼 학생들이 단식 투쟁을 하고, 교수들까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녹취> "자유를 위한 투쟁은 우리의 임무!"

<인터뷰> 아비가일 홀리스(미주리주립대 시위 주도 학생) : "총장은 흑인 학생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떤 억압이 일어나는지 인종차별이 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결국 한 경기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는 이 대학 미식 축구팀이 경기 보이콧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자, 총장은 사퇴했습니다.

흑인 학생들은 학내 인종 차별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흑인 학생들은 지금도 학내에서 일상적인 인종 차별을 경험한다고 토로합니다.

<인터뷰> 아비가일 홀리스(미주리주립대 학생) : "나한테 침을 뱉은 사람도 있었어요, 학내에서 모든 흑인 학생들을 총으로 쏴 없애버리고 흑인 문화센터를 불태워버리겠다는 등의 위협이 계속돼 왔습니다."

<인터뷰> 로벤 팔로지(미주리주립대 대학원생) : "나는 아직도 학자가 아니라 운동선수 학생으로 소개됩니다. 흑인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교수들도 소외감에 시달립니다.

<인터뷰> 아난드 프랄라드(미주리주립대 교수) : "나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없고 그냥 매일 일종의 고립감에 시달린다면 그건 정말 힘든 일이죠."

흑인 학생들은 미주리 주립대학 사태에서 보듯 결국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1800년대, 백인에 의해 만들어져 백인 중심으로 운영돼온 대학 문화 자체를 이젠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백인 우월주의의 모든 상징을 내려라."

학교 내에서 주 깃발을 내리란 시위입니다.

미시시피 주기에는 미국 50개 주에서 유일하게, 남북전쟁 때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연합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인터뷰> 도미니크 스콧(미시시피주립대 흑인 학생 대표) : "이런 상징들을 볼 때 흑인들은 여기서 존중받고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광대한 노예제 농장의 역사를 가진 미시시피 주는 미국에서 흑인 비율이 가장 높지만, 1848년에 설립된 이 주립대학에는 1962년에야 첫 흑인 학생이 입학했습니다.

당시 무장 경호원의 엄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백인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학 운동 경기에서 학생들은 남부연합기를 흔들었고, 2000년대 중반까지 남부연합군 찬양가가 울려퍼졌습니다.

아직도 대학 정문 앞에는 남부연합군을 기리는 동상이 서 있고, 건물과 거리들엔 인종주의자의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흑인 학생과 직원들은 더 이상 이걸 당연하게 여겨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멜로디 프리어슨(미시시피주립대 직원) : "그것들은 물리적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대학에 뭔가 모자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영구화 시킵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대학 측도, 백인이 다수인 학생의회 투표에서 주기를 내리자는 결론이 나자 깃발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미국 국기만 펄럭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주립대학에서 주기를 내려도 되는지를 포함해 여전히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등이 항의 시위를 하고, 주지사 등은 주기를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크리스 맥다니엘(미시시피주 상원 의원) : "그런 투표를 하고 싶다면 미시시피 주 의회에서 해야 합니다. 주의 제도로서 주기는 거기 걸려 있어야 합니다."

이같은 대학 내 인종 차별 철폐 시위는 미 전역으로 번져갔습니다.

예일대에서는 기숙사 지도교수가 할로윈 때 인종 차별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 퇴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하버드대에서는 로스쿨의 역대 흑인 교수 초상화가 훼손되면서 시위가 시작됐고, 프린스턴대 학생들은 인종주의자로 여겨지는 특정 대통령의 이름을 학교 건물들에서 지우라며 총장실 점거 농성까지 벌였습니다.

<인터뷰> 브리아 베이커(예일대 흑인 학생 대표) : "새로운 문제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경험하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는 단지 일회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학 내 인종차별적 문화 자체를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색 인종 학생 비율을 높일 것, 유색 인종 교수 비율을 높일 것, 인종 차별의 역사와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것, 흑인 문화 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릴 것 등입니다.

<인터뷰> 제니퍼 스톨만(미시시피주립대 교수) : "흑인 역사는 흑인 학생들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수 지식입니다."

시위가 멈추지 않자 여러 대학에서 앞다투어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카메론 와더(미주리주립대 학생) : "교수를 단지 인종에 근거해 뽑는다면 최고의 후보를 뽑지 못할 것이고 교육의 품질 저하를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흑인이 잇따라 숨진 사건은 흑인 학생들이 결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이라서 오히려 말 꺼내기가 더 어려웠던 인종 차별 문제를 이젠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브리아 베이커(예일대 흑인 학생 대표) : "인종 차별에 대해 대화하는 걸 전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는 사람들이 말하기 꺼리던 얘기들을 합니다. 그게 우리가 뭔가 이룰 수 있었던 이유라고 봅니다."

2015년이어서 가능했다는 흑인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

미국 사회는 아직도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싸우고 있습니다.
  • [특파원 eye] 美 대학 흑인 학생 차별 논란 재점화
    • 입력 2015-12-26 09:01:01
    • 수정2015-12-26 09:40:0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마틴 루터 킹 목사,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다 1968년 암살됐습니다.

그로부터 41년 후인 2009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40여 년 만에 이뤄진 극적인 역사의 눈부심 때문일까요?

이제 미국에서는 흑인 차별 문제가 눈에 띄지 않는 듯합니다.

그런데 올해 가을부터 미국 대학들에서 흑인 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박에스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팀 울프(미주리주립대 총장) : "무대책에 대해 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지난달 9일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의 총장이 학생들의 시위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사태는 지난 9월 초 흑인 총학생회장이 백인 학생들로부터 흑인을 지칭하는 속어로 불려진 데서 시작됐습니다.

흑인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누군가 기숙사에 인분으로 나치 문양을 그리는 등, 오히려 흑인에 대한 적대적 행동들이 나타났습니다.

흑인 학생 단체는 학교 측에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총장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10월초부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돼 학생들이 단식 투쟁을 하고, 교수들까지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녹취> "자유를 위한 투쟁은 우리의 임무!"

<인터뷰> 아비가일 홀리스(미주리주립대 시위 주도 학생) : "총장은 흑인 학생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떤 억압이 일어나는지 인종차별이 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결국 한 경기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는 이 대학 미식 축구팀이 경기 보이콧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자, 총장은 사퇴했습니다.

흑인 학생들은 학내 인종 차별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흑인 학생들은 지금도 학내에서 일상적인 인종 차별을 경험한다고 토로합니다.

<인터뷰> 아비가일 홀리스(미주리주립대 학생) : "나한테 침을 뱉은 사람도 있었어요, 학내에서 모든 흑인 학생들을 총으로 쏴 없애버리고 흑인 문화센터를 불태워버리겠다는 등의 위협이 계속돼 왔습니다."

<인터뷰> 로벤 팔로지(미주리주립대 대학원생) : "나는 아직도 학자가 아니라 운동선수 학생으로 소개됩니다. 흑인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교수들도 소외감에 시달립니다.

<인터뷰> 아난드 프랄라드(미주리주립대 교수) : "나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없고 그냥 매일 일종의 고립감에 시달린다면 그건 정말 힘든 일이죠."

흑인 학생들은 미주리 주립대학 사태에서 보듯 결국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1800년대, 백인에 의해 만들어져 백인 중심으로 운영돼온 대학 문화 자체를 이젠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백인 우월주의의 모든 상징을 내려라."

학교 내에서 주 깃발을 내리란 시위입니다.

미시시피 주기에는 미국 50개 주에서 유일하게, 남북전쟁 때 노예제 존치를 주장한 남부연합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인터뷰> 도미니크 스콧(미시시피주립대 흑인 학생 대표) : "이런 상징들을 볼 때 흑인들은 여기서 존중받고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광대한 노예제 농장의 역사를 가진 미시시피 주는 미국에서 흑인 비율이 가장 높지만, 1848년에 설립된 이 주립대학에는 1962년에야 첫 흑인 학생이 입학했습니다.

당시 무장 경호원의 엄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백인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학 운동 경기에서 학생들은 남부연합기를 흔들었고, 2000년대 중반까지 남부연합군 찬양가가 울려퍼졌습니다.

아직도 대학 정문 앞에는 남부연합군을 기리는 동상이 서 있고, 건물과 거리들엔 인종주의자의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흑인 학생과 직원들은 더 이상 이걸 당연하게 여겨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멜로디 프리어슨(미시시피주립대 직원) : "그것들은 물리적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대학에 뭔가 모자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영구화 시킵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대학 측도, 백인이 다수인 학생의회 투표에서 주기를 내리자는 결론이 나자 깃발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미국 국기만 펄럭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주립대학에서 주기를 내려도 되는지를 포함해 여전히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등이 항의 시위를 하고, 주지사 등은 주기를 다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크리스 맥다니엘(미시시피주 상원 의원) : "그런 투표를 하고 싶다면 미시시피 주 의회에서 해야 합니다. 주의 제도로서 주기는 거기 걸려 있어야 합니다."

이같은 대학 내 인종 차별 철폐 시위는 미 전역으로 번져갔습니다.

예일대에서는 기숙사 지도교수가 할로윈 때 인종 차별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 퇴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하버드대에서는 로스쿨의 역대 흑인 교수 초상화가 훼손되면서 시위가 시작됐고, 프린스턴대 학생들은 인종주의자로 여겨지는 특정 대통령의 이름을 학교 건물들에서 지우라며 총장실 점거 농성까지 벌였습니다.

<인터뷰> 브리아 베이커(예일대 흑인 학생 대표) : "새로운 문제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경험하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는 단지 일회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학 내 인종차별적 문화 자체를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색 인종 학생 비율을 높일 것, 유색 인종 교수 비율을 높일 것, 인종 차별의 역사와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것, 흑인 문화 센터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릴 것 등입니다.

<인터뷰> 제니퍼 스톨만(미시시피주립대 교수) : "흑인 역사는 흑인 학생들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수 지식입니다."

시위가 멈추지 않자 여러 대학에서 앞다투어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카메론 와더(미주리주립대 학생) : "교수를 단지 인종에 근거해 뽑는다면 최고의 후보를 뽑지 못할 것이고 교육의 품질 저하를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흑인이 잇따라 숨진 사건은 흑인 학생들이 결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이라서 오히려 말 꺼내기가 더 어려웠던 인종 차별 문제를 이젠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브리아 베이커(예일대 흑인 학생 대표) : "인종 차별에 대해 대화하는 걸 전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는 사람들이 말하기 꺼리던 얘기들을 합니다. 그게 우리가 뭔가 이룰 수 있었던 이유라고 봅니다."

2015년이어서 가능했다는 흑인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

미국 사회는 아직도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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