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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새벽 4시30분…새해를 깨우는 사람들
입력 2016.01.04 (14:31) 수정 2016.01.04 (16:27) 사회
4일 새벽 4시2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22번 버스 차고지. 나이가 지긋한 중년 남녀 4명(남자 3명, 여자 1명)이 겨울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사람들에겐 아직 한밤중으로 이불 속에서 꿀맛 같은 단잠을 즐기는 시간이지만, 이들은 잠을 이기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다. 2016년 새해를 맞아 첫차에 자신의 꿈을 싣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 승객중 한 명인 김옥희(57·여)씨를 인터뷰한 뒤 김 씨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새벽새벽


새벽새벽


새벽 3시40분 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팠던 무릎이 새해가 되면서 더 욱신거리며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오늘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볍다. 새해가 밝았고 첫 출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해라고 나한테 변화나 큰 희망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해라는 이름에 기대감을 나타내듯 나 또한 그냥 새해에는 더 좋아질 거란 막연한 희망을 품어본다.

곤히 잠들어 있는 남편이 행여 깰까 봐 조용히 이불에서 나와 세수를 하고 내 일터로 향할 준비를 서두른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하고 새벽 4시15분 자양동 집을 나와 첫차를 타기 위해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날씨 치고는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른 새벽은 제법 쌀쌀하다. 이럴 때는 따뜻한 차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새벽 4시30분 첫차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버스 요금함을 설치하면 나도 약 10분간의 기다림을 끝내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면 항상 내 지정좌석(?)인 중간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마장축산물시장 입구 앞에 있는 A 빌딩. 난 이곳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오전 5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일을 위해 난 지난해부터 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하나뿐인 아들(35)은 내가 지난해부터 몸이 좋지 않자 새벽부터 무리해서 그렇다며 이 일을 관두라고 성화다.

하지만 집에서 주부로 사는 건 내 체질상 맞지 않는 것 같다. 난 청소일을 하기 전 50대 초반까지 S 보험 설계사로 근무하는 등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왔다.
일이 좋고 또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이렇게라도 벌어서 손주 녀석 과자라도 사주는 게 나한테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새벽새벽


버스가 화양리를 지나면서 지난 한해를 반추해본다.

지난해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겠지만, 나한테도 무척 힘든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지난해 무릎 때문에 고생했다.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무릎 , 허리 등이 아프다는 하소연을 했을 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을부터 몸이 아프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몸이 더 악화돼 이 일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너무 몸을 돌보지 않은 내 잘못이 가장 큰 것 같다.
이제라도 내 몸을 잘 보살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새벽새벽


새벽새벽


어느새 버스에 사람이 많이 찼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밥벌이하느라 바쁜가 보다. 성동세무서 정류장에서 낯익은 얼굴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경동시장에서 일하는 이주군 씨다. 이 씨는 첫차를 타면서 그동안 눈인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다. 그는 올해 소원으로 고3이 된 큰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 새해소망은 다른 거 없다. 가족들 건강하고 지금처럼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우리 같은 서민들이 잘살 수 있게 높은 분들이 더 노력해 주면 좋겠다.

버스에서 오전 5시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걸 보니 목적지가 다가온 것 같다.
아직 창문 바깥은 여전히 새벽하늘에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세상은 밝아지고 아침해가 떠오를 것이다.
나도 지금처럼 충실하게 내 삶을 살아가면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좋은 날이 오겠지.
버스에서 내렸다. 다시 버스가 어두운 길을 달린다
  • 첫 출근 새벽 4시30분…새해를 깨우는 사람들
    • 입력 2016-01-04 14:31:44
    • 수정2016-01-04 16:27:38
    사회
4일 새벽 4시2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22번 버스 차고지. 나이가 지긋한 중년 남녀 4명(남자 3명, 여자 1명)이 겨울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사람들에겐 아직 한밤중으로 이불 속에서 꿀맛 같은 단잠을 즐기는 시간이지만, 이들은 잠을 이기고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다. 2016년 새해를 맞아 첫차에 자신의 꿈을 싣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 승객중 한 명인 김옥희(57·여)씨를 인터뷰한 뒤 김 씨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새벽새벽


새벽새벽


새벽 3시40분 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지난해 가을부터 아팠던 무릎이 새해가 되면서 더 욱신거리며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오늘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볍다. 새해가 밝았고 첫 출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해라고 나한테 변화나 큰 희망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해라는 이름에 기대감을 나타내듯 나 또한 그냥 새해에는 더 좋아질 거란 막연한 희망을 품어본다.

곤히 잠들어 있는 남편이 행여 깰까 봐 조용히 이불에서 나와 세수를 하고 내 일터로 향할 준비를 서두른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하고 새벽 4시15분 자양동 집을 나와 첫차를 타기 위해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날씨 치고는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른 새벽은 제법 쌀쌀하다. 이럴 때는 따뜻한 차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새벽 4시30분 첫차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버스 요금함을 설치하면 나도 약 10분간의 기다림을 끝내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 오르면 항상 내 지정좌석(?)인 중간에 자리를 잡는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마장축산물시장 입구 앞에 있는 A 빌딩. 난 이곳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오전 5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일을 위해 난 지난해부터 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하나뿐인 아들(35)은 내가 지난해부터 몸이 좋지 않자 새벽부터 무리해서 그렇다며 이 일을 관두라고 성화다.

하지만 집에서 주부로 사는 건 내 체질상 맞지 않는 것 같다. 난 청소일을 하기 전 50대 초반까지 S 보험 설계사로 근무하는 등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왔다.
일이 좋고 또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이렇게라도 벌어서 손주 녀석 과자라도 사주는 게 나한테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새벽새벽


버스가 화양리를 지나면서 지난 한해를 반추해본다.

지난해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겠지만, 나한테도 무척 힘든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지난해 무릎 때문에 고생했다.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무릎 , 허리 등이 아프다는 하소연을 했을 때,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을부터 몸이 아프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몸이 더 악화돼 이 일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너무 몸을 돌보지 않은 내 잘못이 가장 큰 것 같다.
이제라도 내 몸을 잘 보살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

새벽새벽


새벽새벽


어느새 버스에 사람이 많이 찼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밥벌이하느라 바쁜가 보다. 성동세무서 정류장에서 낯익은 얼굴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경동시장에서 일하는 이주군 씨다. 이 씨는 첫차를 타면서 그동안 눈인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다. 그는 올해 소원으로 고3이 된 큰딸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 새해소망은 다른 거 없다. 가족들 건강하고 지금처럼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우리 같은 서민들이 잘살 수 있게 높은 분들이 더 노력해 주면 좋겠다.

버스에서 오전 5시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는 걸 보니 목적지가 다가온 것 같다.
아직 창문 바깥은 여전히 새벽하늘에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세상은 밝아지고 아침해가 떠오를 것이다.
나도 지금처럼 충실하게 내 삶을 살아가면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좋은 날이 오겠지.
버스에서 내렸다. 다시 버스가 어두운 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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