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꿈에 대한 소신, 저는 주저함이 없었죠”

입력 2016.01.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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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이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했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개성 있는 멜로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남자 주연배우 겸 제작자 정우성(43)을 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0년 단편으로 제작된 동명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25분짜리 단편영화 버전에서는 감초 조연 배우인 김정태가 주연을 맡았다. 이윤정 감독은 자신이 각본·연출한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해 정식으로 충무로에 데뷔했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 '놈놈놈'을 하면서 알고 있긴 했지만, 살갑게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시나리오 습작에 대한 관심이 많은 영화계 후배 정도로 알고 있었죠. 이번 영화의 단편 버전을 보고는 톤 앤 매너의 신선함이 느껴졌어요."

그는 이 감독이 '감히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전해주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큰 괴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선배로서 후배 영화인의 재기 발랄한 개성을 살려주고 싶었다.

정우성은 "내가 점점 구세대가 돼가고, 신세대와 소통이 단절되면 나 자신도 기회를 잃는 것"이라며 "이런 벽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은 선배의 역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단어 선택 하나, 말 한마디는 막힘이 없고, 부드러우며 유창했다. 영화와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신이 누구보다도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명예사절로도 활동 중인 정우성은 지난해 네팔 대지진 피해자를 돕고자 5천만원을 기부하고, 남수단을 방문하는 등 나눔과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정우성은 "어느 순간부터 '내 것만 해야지'가 아니라 '같이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일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또 "신인이었을 때 '청춘의 아이콘'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었다"면서 "당시 영화인들끼리 서로 돌볼 여유나 내게 따끔한 조언을 해줬던 선배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내가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가깝게 대한다고 해도, 나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은 깰 수 없는 엄청난 느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내가 신인일 때는 꿈에 대한 소신을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찾고 싶은 남자와 기억을 감추고 싶은 여자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면서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물 구조를 띤 멜로영화다.

정우성이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소중한 기억을 잃어가는 애인(손예진)을 보듬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지워진 기억으로 감정이 메말라 버린 남자를 연기했다.

기억이라는 단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 있지만, 두 영화가 바라보는 사랑의 관점과 이야기하는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랑은 모두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판타지적인 사랑을 일상적인 사랑으로 치부하며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죠. 결혼은 늘 바라고 있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어요.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첫 영화 제작에 나선 그는 자신을 '철없는 제작자'라고 표현했다.

"요즘 멜로영화가 침체라서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같은 이치로, 요즘 멜로영화를 하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노련한 제작자들이나 하는 생각이죠.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 있다면 시도하고 도전할 때 영화의 다양성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액션보다는 멜로를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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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우성 “꿈에 대한 소신, 저는 주저함이 없었죠”
    • 입력 2016-01-04 16:12:27
    연합뉴스
"신인 감독이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했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개성 있는 멜로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남자 주연배우 겸 제작자 정우성(43)을 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0년 단편으로 제작된 동명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25분짜리 단편영화 버전에서는 감초 조연 배우인 김정태가 주연을 맡았다. 이윤정 감독은 자신이 각본·연출한 단편을 장편으로 개작해 정식으로 충무로에 데뷔했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 '놈놈놈'을 하면서 알고 있긴 했지만, 살갑게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시나리오 습작에 대한 관심이 많은 영화계 후배 정도로 알고 있었죠. 이번 영화의 단편 버전을 보고는 톤 앤 매너의 신선함이 느껴졌어요." 그는 이 감독이 '감히 정우성에게 시나리오를 전해주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큰 괴리감을 느꼈다고 한다. 선배로서 후배 영화인의 재기 발랄한 개성을 살려주고 싶었다. 정우성은 "내가 점점 구세대가 돼가고, 신세대와 소통이 단절되면 나 자신도 기회를 잃는 것"이라며 "이런 벽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은 선배의 역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단어 선택 하나, 말 한마디는 막힘이 없고, 부드러우며 유창했다. 영화와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신이 누구보다도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명예사절로도 활동 중인 정우성은 지난해 네팔 대지진 피해자를 돕고자 5천만원을 기부하고, 남수단을 방문하는 등 나눔과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정우성은 "어느 순간부터 '내 것만 해야지'가 아니라 '같이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일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또 "신인이었을 때 '청춘의 아이콘'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었다"면서 "당시 영화인들끼리 서로 돌볼 여유나 내게 따끔한 조언을 해줬던 선배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내가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가깝게 대한다고 해도, 나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은 깰 수 없는 엄청난 느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내가 신인일 때는 꿈에 대한 소신을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억을 찾고 싶은 남자와 기억을 감추고 싶은 여자의 시선을 번갈아 따라가면서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물 구조를 띤 멜로영화다. 정우성이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소중한 기억을 잃어가는 애인(손예진)을 보듬는 역할을 맡았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지워진 기억으로 감정이 메말라 버린 남자를 연기했다. 기억이라는 단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 있지만, 두 영화가 바라보는 사랑의 관점과 이야기하는 내용은 전혀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랑은 모두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판타지적인 사랑을 일상적인 사랑으로 치부하며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죠. 결혼은 늘 바라고 있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했어요.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첫 영화 제작에 나선 그는 자신을 '철없는 제작자'라고 표현했다. "요즘 멜로영화가 침체라서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같은 이치로, 요즘 멜로영화를 하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노련한 제작자들이나 하는 생각이죠.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 있다면 시도하고 도전할 때 영화의 다양성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액션보다는 멜로를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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