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비 오는데 텐트서 자라고? 날아간 부부 재결합의 꿈

흔히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표현한다.
부부간의 이길 수 없는 싸움이고, 이겨서도 안 되는 싸움으로 승자와 패자가 없는 게 부부 싸움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사건은 비(雨) 때문에 백년해로는 커녕 철천지원수가 된 부부 이야기다.

중국 동포 A(44)씨는 지난 2012년 중국에서 부인 B(37)씨와 합의이혼하고 한국에 들어와 일용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A 씨는 외로움과 고독에 사무쳤다.
이에 A 씨는 중국에 있는 아내에게 재결합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아내와 재결합할 수 있는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아내 B 씨가 아들과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이들 모자(母子)가 마땅히 지낼 곳이 없었다.

A 씨는 한국에 온 아내를 만나 “내가 사는 서울 영등포구 한 옥탑방으로 아들과 함께 들어오면 나는 옥탑방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며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아내와 관계를 회복해 결국 재결합 할 수 있을 거라고 A 씨는 생각했던 것이다.

아내도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A 씨의 말을 믿고 둘은 ‘한지붕 두 가족’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재결합 희망을 품은 A 씨의 꿈은 내리는 비(雨)에 산산조각이 나며 두 사람 사이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지난해 10월1일 낮 1시쯤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텐트에 깔아놓은 이불이 젖어 축축해지자 A 씨는 원래 자신의 집인 옥탑방 안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이를 본 아내는 약속대로 집 밖으로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A 씨는 말을 듣지 않고 아내에게 재결합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내는 A 씨의 제안을 거부하며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격분한 A 씨는 흉기로 아내를 찔렀다.
어깨 등을 다친 아내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결국 경찰에 체포된 A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위현석 부장판사)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한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A 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A 씨 어머니가 치료비 1,000만 원을 부담한 점 등도 참고해 양형을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