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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왜 이란과 국교를 끊었을까?
입력 2016.01.05 (19:18) 수정 2016.01.06 (17:35) 취재K

▲사우디 아라비아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이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 항공편 중단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현지 시간 지난 3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어 4일엔 이란과의 교역은 물론이고 항공편 운항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민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공관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일전 불사'도 각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왜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것일까?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지만, 사실 사태를 촉발한 것도 사우디 아라비아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시아파 이란 국민들이 수니파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테헤란 공관을 습격하면서 충돌 사태는 외교관계 단절로 비화됐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이 맹주인 시아파를 처형한 것은 이란과의 충돌과 유혈사태를 뻔히 예견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교단절 조치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내정치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국경 밖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교단절이 국내 정치 위기를 돌리려는 기도라며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란의 주장을 인정이라도 하듯이 이슬람 종파간 갈등은 확대됐다. 사우디에 우호적인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도 이란과 외교 단절에 동참했다. 바레인은 4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발표하면서 자국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고 수단은 단교조치와 함께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을 낮췄다. 수니파 진영의 외교적 대응에 맞서 이라크 등 시아파가 많은 곳에선 사우디 규탄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이 중동 지역을 넘어 전세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충돌 원인이 국제정세보다는 국내 요인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4일(현지 시간)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항공편 중단 등으로 정면 충돌한 사우디와 이란에서 각각 왕정과 강경 보수파들이 갈등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내우외환에 빠진 국왕이 '강한 면모'를 국민에게 과시하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사우디는 최근 저유가와 예맨 내전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사우디가 군사 개입한 예맨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리더십에 의문이 커졌다. 또 미국의 셰일 오일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이 축소되고 국내 유가는 오히려 50%나 올랐다.

2011년에 불었던 '아랍의 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자국민에 대한 각종 지원을 늘리며 내부적 불만을 억눌러온 사우디로선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왕권에 도전하려는 세력에 경고를 보내고 수니파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집단처형과 단교 등으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사우디의 시아파 처형'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아파 이란 국민들이 수니파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관을 습격했다.

이란에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강경 보수 세력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다음달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 내 보수파들은 미국 등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이 개방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의 보수파는 로하니 정부가 최근 시리아 내전 등 역내 주요 이슈와 관련해 라이벌인 사우디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에도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 신문은 로하니 대통령이 대사관을 습격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정당화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강경 보수층에 대한 로하니 대통령의 장악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심화가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의 이란 핵합의 추진을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국이 다른 정세를 고려하지 않고 핵합의를 위해 적대적이던 시아파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 사우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균형한 외교 정책 때문에 미국이 중동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이란 핵합의의 발효, 시리아 사태의 해결 등 시급한 현안을 앞두고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란이 핵합의로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중동 각국의 시아파 무장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국제사회를 속이고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우디 내에 있는 시아파 반군을 지원해 정부 전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쏟아냈다.

현재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시리아, 이라크에서 이미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로서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이 경제제재 해제로 원유 수출에 나서면 유가가 추가로 폭락해 국가재정이 위협을 받을 상황까지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종파간 분쟁을 빌미로 한 두 나라 간 갈등이 국제원유가 인하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사우디는 왜 이란과 국교를 끊었을까?
    • 입력 2016-01-05 19:18:09
    • 수정2016-01-06 17:35:46
    취재K

▲사우디 아라비아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이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 항공편 중단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현지 시간 지난 3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어 4일엔 이란과의 교역은 물론이고 항공편 운항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민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공관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일전 불사'도 각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왜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것일까?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지만, 사실 사태를 촉발한 것도 사우디 아라비아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가 난 시아파 이란 국민들이 수니파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테헤란 공관을 습격하면서 충돌 사태는 외교관계 단절로 비화됐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이 맹주인 시아파를 처형한 것은 이란과의 충돌과 유혈사태를 뻔히 예견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교단절 조치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내정치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국경 밖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외교단절이 국내 정치 위기를 돌리려는 기도라며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란의 주장을 인정이라도 하듯이 이슬람 종파간 갈등은 확대됐다. 사우디에 우호적인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도 이란과 외교 단절에 동참했다. 바레인은 4일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발표하면서 자국에 주재하는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고 수단은 단교조치와 함께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을 낮췄다. 수니파 진영의 외교적 대응에 맞서 이라크 등 시아파가 많은 곳에선 사우디 규탄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립이 중동 지역을 넘어 전세적으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충돌 원인이 국제정세보다는 국내 요인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텔레그래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4일(현지 시간)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항공편 중단 등으로 정면 충돌한 사우디와 이란에서 각각 왕정과 강경 보수파들이 갈등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내우외환에 빠진 국왕이 '강한 면모'를 국민에게 과시하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사우디는 최근 저유가와 예맨 내전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사우디가 군사 개입한 예맨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리더십에 의문이 커졌다. 또 미국의 셰일 오일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서 국민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이 축소되고 국내 유가는 오히려 50%나 올랐다.

2011년에 불었던 '아랍의 봄'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자국민에 대한 각종 지원을 늘리며 내부적 불만을 억눌러온 사우디로선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왕권에 도전하려는 세력에 경고를 보내고 수니파 진영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고 집단처형과 단교 등으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사우디의 시아파 처형'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아파 이란 국민들이 수니파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관을 습격했다.

이란에서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강경 보수 세력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다음달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란 내 보수파들은 미국 등 서방과의 핵협상 타결이 개방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의 보수파는 로하니 정부가 최근 시리아 내전 등 역내 주요 이슈와 관련해 라이벌인 사우디와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에도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이 신문은 로하니 대통령이 대사관을 습격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정당화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강경 보수층에 대한 로하니 대통령의 장악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심화가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동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의 이란 핵합의 추진을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국이 다른 정세를 고려하지 않고 핵합의를 위해 적대적이던 시아파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 사우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균형한 외교 정책 때문에 미국이 중동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이란 핵합의의 발효, 시리아 사태의 해결 등 시급한 현안을 앞두고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란이 핵합의로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중동 각국의 시아파 무장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국제사회를 속이고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우디 내에 있는 시아파 반군을 지원해 정부 전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쏟아냈다.

현재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시리아, 이라크에서 이미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로서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이 경제제재 해제로 원유 수출에 나서면 유가가 추가로 폭락해 국가재정이 위협을 받을 상황까지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종파간 분쟁을 빌미로 한 두 나라 간 갈등이 국제원유가 인하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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