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영화방] 극찬한 이유 있었네…‘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입력 2016.01.14 (19:43) 수정 2016.01.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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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화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강승화입니다. 2016년 새해, 무비부비가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쑥스럽네요. 자. 영화를 조용히 사색하는 공간 이거 아 좋지 않습니까. 이 곳은 다락 영화방인데요. 이곳에서 매주 여러분과 영화에 대한 사색 나아가서 그것이 갖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다락 영화방의 첫 상영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인데요. 새해에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엘리스들을 위해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봅니다.

영화는 주인공 수남의 과거 회상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던 수남. 성실하기만 하면 행복해 질 줄 알았던 그녀의 소박한 꿈을 세상은 조금씩 짓밟아갑니다. 토끼가 양복을 입은 채 뛰어다니고 과자를 먹으면 개미만큼 몸이 작아지는 곳, 개성 넘치는 소녀 엘리스가 꿈꾸던 이상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엘리스 수남의 나라는 다릅니다. 개성표출은 시도할 생각조차 못하고 숨죽이며 성실하게만 살아야 하는 나라.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도 행복할까 말까한 세상이죠.

사람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지켜야할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가족, 연인일 수도 있고 혹은 돈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이루고자 하는 꿈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은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수남에게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수많은 자격증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인 걸 깨닫고 낙담하게 되는데요. 그때 수남이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이유가 등장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결혼으로 그토록 원했던 행복을 찾은 수남. 하지만 그것은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이 규정이라는 인물은 수남에게 그저 남편이라는 존재가 아닙니다. 수남이 살아있는 이유 그 자체인데요. 세상은 그것을 난도질하고 고립시킵니다. 수남은 다시 행복을 찾기 위해 특기를 발동시킵니다. 바로 성실함이죠.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행복은 자꾸만 수남에게서 달아나려 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남편이 식물인간이 된 후 수남의 희망도 근근히 숨만 붙어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데요. 더는 내려갈 곳이라곤 죽음뿐인 성실한 나라에서 수남은 묻습니다.

이 영화는 오포세대의 현실을 블랙 코미디로 잘 나타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노력해도 빛이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세상이 영화속 성실한 나라와 닮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는 수남이 규정과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데요. 어떤 분들은 이 두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어떤 분들은 두 사람의 죽음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마지막 장면을 비극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수남만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엘리스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면서 다락 영화방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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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락영화방] 극찬한 이유 있었네…‘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입력 2016-01-14 19:43:11
    • 수정2016-01-15 15:41:33
    다락 영화방
강승화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강승화입니다. 2016년 새해, 무비부비가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쑥스럽네요. 자. 영화를 조용히 사색하는 공간 이거 아 좋지 않습니까. 이 곳은 다락 영화방인데요. 이곳에서 매주 여러분과 영화에 대한 사색 나아가서 그것이 갖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다락 영화방의 첫 상영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인데요. 새해에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엘리스들을 위해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봅니다.

영화는 주인공 수남의 과거 회상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던 수남. 성실하기만 하면 행복해 질 줄 알았던 그녀의 소박한 꿈을 세상은 조금씩 짓밟아갑니다. 토끼가 양복을 입은 채 뛰어다니고 과자를 먹으면 개미만큼 몸이 작아지는 곳, 개성 넘치는 소녀 엘리스가 꿈꾸던 이상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엘리스 수남의 나라는 다릅니다. 개성표출은 시도할 생각조차 못하고 숨죽이며 성실하게만 살아야 하는 나라.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도 행복할까 말까한 세상이죠.

사람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지켜야할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가족, 연인일 수도 있고 혹은 돈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이루고자 하는 꿈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은 행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수남에게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수많은 자격증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용지물인 걸 깨닫고 낙담하게 되는데요. 그때 수남이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이유가 등장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결혼으로 그토록 원했던 행복을 찾은 수남. 하지만 그것은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이 규정이라는 인물은 수남에게 그저 남편이라는 존재가 아닙니다. 수남이 살아있는 이유 그 자체인데요. 세상은 그것을 난도질하고 고립시킵니다. 수남은 다시 행복을 찾기 위해 특기를 발동시킵니다. 바로 성실함이죠.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행복은 자꾸만 수남에게서 달아나려 합니다. 자살을 시도한 남편이 식물인간이 된 후 수남의 희망도 근근히 숨만 붙어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데요. 더는 내려갈 곳이라곤 죽음뿐인 성실한 나라에서 수남은 묻습니다.

이 영화는 오포세대의 현실을 블랙 코미디로 잘 나타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노력해도 빛이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세상이 영화속 성실한 나라와 닮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는 수남이 규정과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데요. 어떤 분들은 이 두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어떤 분들은 두 사람의 죽음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마지막 장면을 비극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 수남만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엘리스들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바라면서 다락 영화방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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