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가 건드린 양안 뇌관, 터지나?

입력 2016.01.18 (15:55) 수정 2016.01.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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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사과 사태로 대만 민심 부글부글

대만의 독자 노선을 강조하는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당선된데다 16살 걸그룹 소녀 쯔위의 사과 사태가 국민 감정을 자극하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대만인들은 다음달 4일 쯔위 문제를 촉발시킨 대만 출신 가수 황안에 대한 규탄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 시위에는 약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중국 성향이 강한 황안은 쯔위가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을 중국에 알려 쯔위 사과 사태를 불거지게 한 인물이다.

[연관 기사] ☞ ‘쯔위 논란’ 후폭풍 어디까지…JYP 홈피 연일 다운

차이잉원은 당선 일성으로 쯔위 문제를 거론했다. 차이잉원은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쯔위의 공개 사과로 이어진 중국의 압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국민적 단결과 애국심을 호소하면서 대만인들의 자존심에 불을 붙였다.



쯔위 사태+정권 교체, 양안 관계 격랑 속으로

이렇게 쯔위 사태가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잉주 총통 재임기의 8년 밀월이 끝난 것은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양측 관계 기본틀로 기능해온 '92 공식'(1992년에 양측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 시험대에 올랐다.

차이잉원 당선인은 그동안 '92공식'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았지만 인정하지도 않았다. '양안관계 현상유지' 정도만을 언급해왔다. 그녀의 이런 태도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성명을 내고 "'92공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며 어떤 형태로든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 활동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마잉주 총통 당선 때 보냈던 축하의 말은 고사하고 '딴 생각 품지 말라'는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매체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는 더욱 노골적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에서 "차이잉원이 천수이볜의 길을 답습하는 것은 '죽음의 길'(死路)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17일 사설에서 "차이 당선인이 양안 관계의 선을 넘어 천수이볜 전 총통의 위험을 길을 따르려고 한다면 막다른 길에 부딪힐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총통을 지낸 민진당의 천수이볜은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히는 등 임기 중 중국과 극심하게 대립했다.

차이잉원 당선인은 대만 독립을 명시적으로 표명지는 않았지만 독자 노선을 추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당선 직후 "대만의 민주주의 제도와 국가 정체성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압박은 양안관계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중국과 각을 세웠다.



대만 새 정권, 친미.친일 노선 시동

차이잉원 당선인은 전임 마잉주 정권의 친중 노선 대신에 미국.일본 중시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만과 미국의 밀착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도 예고돼 있다. 차이 당선인이 선거 다음날인 17일 일본대사관 격인 '일본교류협회'를 방문해 친일 정책 행보를 시작했다. 일본은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정권이 퇴진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18일 의회에 출석해 "차이잉원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양국이 상호협력과 인적교류를 더욱 증진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 동맹에 대만까지 가세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중국은 경계와 긴장 모드에 돌입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적대시하면 대만 정권 위험"

하지만 차이잉원의 대만이 친중국 색채를 어느 정도는 벗겠지만 양안 관계의 기본 틀을 흔드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대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양안 평화 없이는 대만의 경제적 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새 집권자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 대만연구소 옌 쿤예 부학장은 "대만 수출의 40%가 중국을 향한다. 만일 새 정권이 양안 관계 평화의 기초를 흔든다면 대만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결국에는 정권의 안정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타이베이 밍추안대 양 카이후앙 교수는 "중국 본토인이 대만을 여행하고 투자하는 것은 양안 분위기에 달려 있다. 대만 사람들이 특정한 조건 아래서만(중국과의 우호관계) 대만의 평화와 발전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지금의 애국주의적 감정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쯔위 사건에 더해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가 당선되면서 대만은 지금 감정적으로 한껏 격앙되고 고무된 상태다. 하지만 세계 두번째의 슈퍼파워와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동거해야 해야 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게 되면 실리에 기초한 '적절한 평화의 길'을 찾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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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1-18 17:56:14
    취재K
쯔위 사과 사태로 대만 민심 부글부글

대만의 독자 노선을 강조하는 차이잉원이 총통으로 당선된데다 16살 걸그룹 소녀 쯔위의 사과 사태가 국민 감정을 자극하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가 격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대만인들은 다음달 4일 쯔위 문제를 촉발시킨 대만 출신 가수 황안에 대한 규탄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 시위에는 약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중국 성향이 강한 황안은 쯔위가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을 중국에 알려 쯔위 사과 사태를 불거지게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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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은 당선 일성으로 쯔위 문제를 거론했다. 차이잉원은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쯔위의 공개 사과로 이어진 중국의 압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국민적 단결과 애국심을 호소하면서 대만인들의 자존심에 불을 붙였다.



쯔위 사태+정권 교체, 양안 관계 격랑 속으로

이렇게 쯔위 사태가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중국과 대만 관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잉주 총통 재임기의 8년 밀월이 끝난 것은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양측 관계 기본틀로 기능해온 '92 공식'(1992년에 양측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 시험대에 올랐다.

차이잉원 당선인은 그동안 '92공식'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았지만 인정하지도 않았다. '양안관계 현상유지' 정도만을 언급해왔다. 그녀의 이런 태도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성명을 내고 "'92공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며 어떤 형태로든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 활동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마잉주 총통 당선 때 보냈던 축하의 말은 고사하고 '딴 생각 품지 말라'는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매체 "대만 독립 추진은 '죽음의 길'"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는 더욱 노골적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에서 "차이잉원이 천수이볜의 길을 답습하는 것은 '죽음의 길'(死路)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17일 사설에서 "차이 당선인이 양안 관계의 선을 넘어 천수이볜 전 총통의 위험을 길을 따르려고 한다면 막다른 길에 부딪힐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총통을 지낸 민진당의 천수이볜은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히는 등 임기 중 중국과 극심하게 대립했다.

차이잉원 당선인은 대만 독립을 명시적으로 표명지는 않았지만 독자 노선을 추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당선 직후 "대만의 민주주의 제도와 국가 정체성은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압박은 양안관계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중국과 각을 세웠다.



대만 새 정권, 친미.친일 노선 시동

차이잉원 당선인은 전임 마잉주 정권의 친중 노선 대신에 미국.일본 중시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만과 미국의 밀착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도 예고돼 있다. 차이 당선인이 선거 다음날인 17일 일본대사관 격인 '일본교류협회'를 방문해 친일 정책 행보를 시작했다. 일본은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정권이 퇴진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18일 의회에 출석해 "차이잉원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양국이 상호협력과 인적교류를 더욱 증진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 동맹에 대만까지 가세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중국은 경계와 긴장 모드에 돌입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적대시하면 대만 정권 위험"

하지만 차이잉원의 대만이 친중국 색채를 어느 정도는 벗겠지만 양안 관계의 기본 틀을 흔드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이 대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양안 평화 없이는 대만의 경제적 안정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새 집권자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칭화대 대만연구소 옌 쿤예 부학장은 "대만 수출의 40%가 중국을 향한다. 만일 새 정권이 양안 관계 평화의 기초를 흔든다면 대만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결국에는 정권의 안정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타이베이 밍추안대 양 카이후앙 교수는 "중국 본토인이 대만을 여행하고 투자하는 것은 양안 분위기에 달려 있다. 대만 사람들이 특정한 조건 아래서만(중국과의 우호관계) 대만의 평화와 발전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지금의 애국주의적 감정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쯔위 사건에 더해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가 당선되면서 대만은 지금 감정적으로 한껏 격앙되고 고무된 상태다. 하지만 세계 두번째의 슈퍼파워와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동거해야 해야 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게 되면 실리에 기초한 '적절한 평화의 길'을 찾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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