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과) “대화, 협력, 교류와 같은 단어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 남북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듯” ②

입력 2016.01.25 (09:43) 수정 2016.01.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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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6년 1월 25일(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 (고려대 북한학과)


“대화, 협력, 교류와 같은 단어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 남북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듯”

[홍지명] 새해 우리 외교안보 기조의 초점이 대북압박에 맞춰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6자 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고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6자 회담 참가국 가운데 미국은 긍정적이지만 중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5자 회담 개최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5자 회담으로 동북아 안보의 틀을 재편성할 수 있을지, 또 그러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고려대 북한학과의 남성욱 교수를 연결해서 분석·전망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세요.

[홍지명] 최근 외교국방통일부 업무보고를 통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대북압박에 초점을 맞춘 걸로 확인이 됐다고 하는데, 남 교수께서도 안보전문가 자격으로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하셨다는데, 이런 기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남성욱] 저는 뭐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을 했습니다. 1월 6일에 북핵 실험이 있었고 2주 만에 업무보고가 열리니까 업무보고의 전반적인 흐름이 당초 12월에 준비했던 것과는 많이 차이가 났습니다.

[홍지명] 좀 강경적으로 흐른 모양이군요.

[남성욱] 아무래도 대통령 입장에서 이 북핵 4차 핵실험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결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5차, 6차 핵실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일부장관에게는 지금은 대화보다는 대북압박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얘기함으로써 전반적인 북핵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홍지명] 그렇군요. 대통령께서 북핵문제에서 북한문제로 초점을, 대상을 좀 넓혀가겠다는 언급도 했는데 이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남성욱] 그날 대통령께서 북핵문제에서 북한문제로 넘어가는 발언을 하셨는데, 이건 사실 그동안 학자들이 많이 얘기했던 말입니다. 북한이라는 정상적인 체제는 그냥 놔두고 북핵만 해결하면 남북관계 발전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김정은 3대 세습 이후에 핵실험을 두 번 하면서 이건 핵문제만 떨어져서 생각할 게 아니라 3대 세습의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문제를 해결해야지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현실에 대한 한계를 느끼시고 좀 답답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발언인 것 같습니다.

[홍지명] 6자 회담이 실효성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는 사실 그동안에도 늘 논란이 제기됐던 문제이고 무용론은 불편한 진실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어렵게 6자 회담 무용론을 거론했습니다. 5자 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남성욱] 이 발언도 그날 대통령께서 북한의 5차, 6차 핵실험을 막을 수 있겠느냐, 이런 식으로 제재가 약해서는, 그러면서 외교부장관에게 중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발언을 하면서 북한을 제외하고 5자 회담을 해야 된다, 그래서 중국을 설득하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면서 이 5자 회담이 언론에 보도가 됐습니다.

[홍지명] 그런데 5자 회담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국은 지지한다지만 중국은 사실상 반대 입장인데,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또 선뜻 나설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그날 업무보고가 10시부터 12시까지 열렸는데 이게 언론의 보도가 오전에 나왔습니다. 오후 4~5시 경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자 회담보다는 6자 회담의 재개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거부입장을 표명했고요. 미국 워싱턴 시간은 저녁이었는데 아침이 되면서 5자 회담 괜찮다,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대통령의 발언이 오늘 일부 언론 보도대로 사전에 외교부와 조정을 거치지 않은 발언이라는 보도가 나오긴 했는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을 참가시킨 6자 회담이라는 게,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회담중간에도 뒤에서 핵실험을 준비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북한을 참가시키는 6자 회담이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면서 5자 회담을 제기했는데 이게 이제 국제사회의, 중·러의 동의를 과연 얻을 수 있겠느냐, 당일에 반대발언이 나옴으로써 우리의 입장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홍지명] 북한 추가제재의 키를 쥔 중국이 동참하도록 설득 또는 압박을 한·미 양국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지 어떤 점을 외교적으로 파고들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남성욱] 시진핑 주석이 들어선 다음에 중국의 대미 입장이 강경해졌습니다. 먼저 후진타오 입장 때는 원자바오와 집단지도체제라 미국과 타협을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첫날은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틀, 사흘 지나면서 중국책임론에서 미국책임론으로 맞받아치는 등 중국이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을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과연 다음 달 중순 전에 나올 유엔 대북제재가 기존 제재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이제 우리의 고민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5자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게 하여튼 문제를 복잡하게는 하고 있습니다.

[홍지명] 5자 회담을 열더라도 당사자인 북한을 빼고 북핵문제를 논의한다면 혹시 결의사항이 나오더라도 북한이 지금의 유엔 결의사항처럼 그냥 거부해버린다든지 또는 북한을 더 자극해서 동북아정세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은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북한을 빼고라도 압박을 가해서 북한이 손을 들도록 해야 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신데, 현실적으로 중·러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그런 대통령의 구상을 과연 실현할 수 있겠느냐, 어떤 실현가능성의 문제에서 지금 벽에 부딪히고 있는데, 그날 대통령께서도 상당히 답답한 표정 속에서 이 말씀이 나왔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최선보다는 현재 차선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지명]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이란의 핵 포기를 거론했습니다만, 북핵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압박만이 방법인가 하는 점에서는 늘 논란이 많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박이 더 실효적이라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거겠죠?

[남성욱] 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대통령께서 통일부에게 대화보다는 지금은 제재가 중요하다고 원칙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원칙과 일관성을 주장함으로써 금년도 남북관계에서 대화와 협력, 교류 이런 단어는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은 당분간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제재를 하고 중국을 최대한 설득하라고 외교부장관을 굉장히 독려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말하는 이 합당한 수준과 우리가 말하는 아주 아픈 제재가 과연 얼마나 같을 수 있느냐에 관해서 이번 4차 핵실험 이후에 우리의 고민은 굉장히 깊어집니다. 이란 핵문제도 대통령께서 자주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속된 말로 이런 표현을 합니다. 중국이 이란에는 없고 북한에는 있다고, 결국은 이란핵과 북핵의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홍지명] 우리가 얘기하는 아픈 제재라는 건 소위 이 원유까지도 금수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제재를 얘기하는 것일 텐데, 조금 전에 남 교수께서 말씀해주신 중국이 주장하는 합당한 수준의 제재, 중국은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남성욱] 중국은 회초리를 들지만 때리는 시늉만 하는 거죠. 때리지는 않는 거죠. 지금 원유 말씀을 하셨는데 단동-신의주 현장에 가보면 분명히 송유관 파이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30%만 잠가도 아픈 제재가 될 텐데, 중국입장에서는 이 송유관을 잠그는 문제가 북한정권을 쓰러트릴 수가 있다, 이것은 동북아의 국제정치, 한·미·일, 북·중·러의 양강 구도에서 한 축을 무너트리기 때문에 중국입장에서는 선호하지 않죠. 그래서 과연 원유 제재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 의견입니다.

[홍지명] 어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케리 장관이 사흘 뒤에 중국을 들어가는데, 대화의 결과물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까요?

[남성욱] 상당히 쉽지는 않을 겁니다. 존 케리가 직접 가서 왕이 부장과 얘기를 나누겠지만 중국의 최근 입장은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일본과 또 조어도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존 케리 장관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 간의 의견격차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화를 위한 노력을 미국이 최대한 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에게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지명] 그래도 케리 장관의 방중이 안보리 결의제재수준과 대북의 직접적인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질문 하나 드려보고 싶은데, 지금 북핵 대응방안으로써 사드배치 논의가 공론화되고 또 활발해지고 있거든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가장 뜨거운 감자죠. 뭐 사실은 제가 지난해 12월 29일에 상하이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포럼에서도 참석을 해서 이 사드 얘기를 하기만 하면 중국 전문가들이 경기를 일으킵니다. 이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하 게 아니고 북경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아주 예민하게,

[홍지명] 중국 쪽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는군요?

[남성욱] 예,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4차 핵실험 이후에 워싱턴과 서울의 분위기가 실효적인 조치로 뭔가는 해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워싱턴에서 한 3번 나오면 저희로서도 전문가들이 1번 정도 얘기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가 사실은 양날의 검입니다. 중국을 자극해서 오히려 북한문제에 소극적일 수가 있고 한편으로 또 한중관계가 나빠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합니다.

[홍지명] 지난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가 크게 달라져 있습니다. 안보환경도 달라졌는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전반적인 제언이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남성욱] 제가 그날 참석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4차 핵실험 후에 한반도 안보환경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다, 이제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안보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리고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자꾸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가 지난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 참석 이후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이런 한중관계의 내리막이 우리한테 썩 좋은 면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안보는 강조하되 국제정세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우리가 오히려 고립될 수 있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지명]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게 진정한 친구다,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했는데 중국이 우리가 힘들 때 진정 손을 잡아줄지 어떨지 지켜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고려대 북한학과의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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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과) “대화, 협력, 교류와 같은 단어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 남북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듯” ②
    • 입력 2016-01-25 09:43:19
    • 수정2016-01-25 09:44:28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6년 1월 25일(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 (고려대 북한학과)


“대화, 협력, 교류와 같은 단어들은 최소한 올 상반기 남북관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듯”

[홍지명] 새해 우리 외교안보 기조의 초점이 대북압박에 맞춰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6자 회담 무용론을 제기하고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6자 회담 참가국 가운데 미국은 긍정적이지만 중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5자 회담 개최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도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5자 회담으로 동북아 안보의 틀을 재편성할 수 있을지, 또 그러기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고려대 북한학과의 남성욱 교수를 연결해서 분석·전망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세요.

[홍지명] 최근 외교국방통일부 업무보고를 통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대북압박에 초점을 맞춘 걸로 확인이 됐다고 하는데, 남 교수께서도 안보전문가 자격으로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하셨다는데, 이런 기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남성욱] 저는 뭐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을 했습니다. 1월 6일에 북핵 실험이 있었고 2주 만에 업무보고가 열리니까 업무보고의 전반적인 흐름이 당초 12월에 준비했던 것과는 많이 차이가 났습니다.

[홍지명] 좀 강경적으로 흐른 모양이군요.

[남성욱] 아무래도 대통령 입장에서 이 북핵 4차 핵실험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결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5차, 6차 핵실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일부장관에게는 지금은 대화보다는 대북압박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얘기함으로써 전반적인 북핵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홍지명] 그렇군요. 대통령께서 북핵문제에서 북한문제로 초점을, 대상을 좀 넓혀가겠다는 언급도 했는데 이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까?

[남성욱] 그날 대통령께서 북핵문제에서 북한문제로 넘어가는 발언을 하셨는데, 이건 사실 그동안 학자들이 많이 얘기했던 말입니다. 북한이라는 정상적인 체제는 그냥 놔두고 북핵만 해결하면 남북관계 발전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김정은 3대 세습 이후에 핵실험을 두 번 하면서 이건 핵문제만 떨어져서 생각할 게 아니라 3대 세습의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문제를 해결해야지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현실에 대한 한계를 느끼시고 좀 답답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발언인 것 같습니다.

[홍지명] 6자 회담이 실효성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는 사실 그동안에도 늘 논란이 제기됐던 문제이고 무용론은 불편한 진실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어렵게 6자 회담 무용론을 거론했습니다. 5자 회담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어떤 배경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남성욱] 이 발언도 그날 대통령께서 북한의 5차, 6차 핵실험을 막을 수 있겠느냐, 이런 식으로 제재가 약해서는, 그러면서 외교부장관에게 중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발언을 하면서 북한을 제외하고 5자 회담을 해야 된다, 그래서 중국을 설득하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면서 이 5자 회담이 언론에 보도가 됐습니다.

[홍지명] 그런데 5자 회담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미국은 지지한다지만 중국은 사실상 반대 입장인데,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또 선뜻 나설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그날 업무보고가 10시부터 12시까지 열렸는데 이게 언론의 보도가 오전에 나왔습니다. 오후 4~5시 경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자 회담보다는 6자 회담의 재개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거부입장을 표명했고요. 미국 워싱턴 시간은 저녁이었는데 아침이 되면서 5자 회담 괜찮다,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대통령의 발언이 오늘 일부 언론 보도대로 사전에 외교부와 조정을 거치지 않은 발언이라는 보도가 나오긴 했는데,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을 참가시킨 6자 회담이라는 게,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회담중간에도 뒤에서 핵실험을 준비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북한을 참가시키는 6자 회담이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면서 5자 회담을 제기했는데 이게 이제 국제사회의, 중·러의 동의를 과연 얻을 수 있겠느냐, 당일에 반대발언이 나옴으로써 우리의 입장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홍지명] 북한 추가제재의 키를 쥔 중국이 동참하도록 설득 또는 압박을 한·미 양국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지 어떤 점을 외교적으로 파고들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남성욱] 시진핑 주석이 들어선 다음에 중국의 대미 입장이 강경해졌습니다. 먼저 후진타오 입장 때는 원자바오와 집단지도체제라 미국과 타협을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첫날은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틀, 사흘 지나면서 중국책임론에서 미국책임론으로 맞받아치는 등 중국이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 요구에 선뜻 응하지 않을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과연 다음 달 중순 전에 나올 유엔 대북제재가 기존 제재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이제 우리의 고민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5자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게 하여튼 문제를 복잡하게는 하고 있습니다.

[홍지명] 5자 회담을 열더라도 당사자인 북한을 빼고 북핵문제를 논의한다면 혹시 결의사항이 나오더라도 북한이 지금의 유엔 결의사항처럼 그냥 거부해버린다든지 또는 북한을 더 자극해서 동북아정세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은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부분인데요. 북한을 빼고라도 압박을 가해서 북한이 손을 들도록 해야 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신데, 현실적으로 중·러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그런 대통령의 구상을 과연 실현할 수 있겠느냐, 어떤 실현가능성의 문제에서 지금 벽에 부딪히고 있는데, 그날 대통령께서도 상당히 답답한 표정 속에서 이 말씀이 나왔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최선보다는 현재 차선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지명]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이란의 핵 포기를 거론했습니다만, 북핵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압박만이 방법인가 하는 점에서는 늘 논란이 많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박이 더 실효적이라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거겠죠?

[남성욱] 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대통령께서 통일부에게 대화보다는 지금은 제재가 중요하다고 원칙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원칙과 일관성을 주장함으로써 금년도 남북관계에서 대화와 협력, 교류 이런 단어는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국은 당분간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제재를 하고 중국을 최대한 설득하라고 외교부장관을 굉장히 독려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말하는 이 합당한 수준과 우리가 말하는 아주 아픈 제재가 과연 얼마나 같을 수 있느냐에 관해서 이번 4차 핵실험 이후에 우리의 고민은 굉장히 깊어집니다. 이란 핵문제도 대통령께서 자주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속된 말로 이런 표현을 합니다. 중국이 이란에는 없고 북한에는 있다고, 결국은 이란핵과 북핵의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홍지명] 우리가 얘기하는 아픈 제재라는 건 소위 이 원유까지도 금수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제재를 얘기하는 것일 텐데, 조금 전에 남 교수께서 말씀해주신 중국이 주장하는 합당한 수준의 제재, 중국은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남성욱] 중국은 회초리를 들지만 때리는 시늉만 하는 거죠. 때리지는 않는 거죠. 지금 원유 말씀을 하셨는데 단동-신의주 현장에 가보면 분명히 송유관 파이프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30%만 잠가도 아픈 제재가 될 텐데, 중국입장에서는 이 송유관을 잠그는 문제가 북한정권을 쓰러트릴 수가 있다, 이것은 동북아의 국제정치, 한·미·일, 북·중·러의 양강 구도에서 한 축을 무너트리기 때문에 중국입장에서는 선호하지 않죠. 그래서 과연 원유 제재에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 의견입니다.

[홍지명] 어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케리 장관이 사흘 뒤에 중국을 들어가는데, 대화의 결과물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까요?

[남성욱] 상당히 쉽지는 않을 겁니다. 존 케리가 직접 가서 왕이 부장과 얘기를 나누겠지만 중국의 최근 입장은 미·중 간의 대립구도가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일본과 또 조어도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존 케리 장관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과 미국 간의 의견격차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화를 위한 노력을 미국이 최대한 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에게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외교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지명] 그래도 케리 장관의 방중이 안보리 결의제재수준과 대북의 직접적인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질문 하나 드려보고 싶은데, 지금 북핵 대응방안으로써 사드배치 논의가 공론화되고 또 활발해지고 있거든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가장 뜨거운 감자죠. 뭐 사실은 제가 지난해 12월 29일에 상하이에서 중국 전문가들과 포럼에서도 참석을 해서 이 사드 얘기를 하기만 하면 중국 전문가들이 경기를 일으킵니다. 이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하 게 아니고 북경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아주 예민하게,

[홍지명] 중국 쪽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는군요?

[남성욱] 예,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4차 핵실험 이후에 워싱턴과 서울의 분위기가 실효적인 조치로 뭔가는 해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워싱턴에서 한 3번 나오면 저희로서도 전문가들이 1번 정도 얘기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문제가 사실은 양날의 검입니다. 중국을 자극해서 오히려 북한문제에 소극적일 수가 있고 한편으로 또 한중관계가 나빠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합니다.

[홍지명] 지난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가 크게 달라져 있습니다. 안보환경도 달라졌는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전반적인 제언이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남성욱] 제가 그날 참석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4차 핵실험 후에 한반도 안보환경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다, 이제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안보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그리고 한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자꾸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가 지난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 참석 이후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이런 한중관계의 내리막이 우리한테 썩 좋은 면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안보는 강조하되 국제정세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우리가 오히려 고립될 수 있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지명]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게 진정한 친구다,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했는데 중국이 우리가 힘들 때 진정 손을 잡아줄지 어떨지 지켜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고려대 북한학과의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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