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폭력은 사랑이 아니라 범죄다

입력 2016.02.05 (16:41) 수정 2016.02.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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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폭력은 '사랑싸움'이 아니다.

경찰청은 최근(3일) '데이트 폭력' 또는 '연인 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전국의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근절 TF 팀'을 구성해 한 달간 집중 단속에 나섰다. 연인 간 갈등 또는 이별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연인 폭력' 범죄가 연간 평균 7,200 여건씩 벌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살인 사건도 매년 100건이 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을 이제는 '사랑싸움'이 아니라 '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사랑해서 그랬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이별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오늘 부산에서 동시에 3건이나 발생했다. 전국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근절 TF 팀'이 생긴 이후 부산에서 첫 검거 사례가 나오자마자, 동시에 두 건의 추가 범죄가 더 발생할 정도로 '연인 폭력'범죄는 일상화됐다고 볼 수 있다.

< 사건 1 > 부산 동래 경찰서

부산 동래구에 사는 유 모(39) 씨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지난해 12월쯤,열 달가량 동거하던 애인 권 모 씨와 헤어졌다. 애인 권 씨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 씨는 날마다 애인 집을 찾아가 애원하며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다.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고, 죽어버리겠다는 카톡 메시지를 130건 넘게 보내기도 했다. 아무리 애원해도 헤어진 애인 권 씨가 만나주지 않자 유 씨는 어제(4일) 권 씨의 집을 또 찾아갔다. 권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유 씨는 이삿짐센터에 6만 원을 주고 사다리차를 불렀다.

사다리차 기사에겐 "우리 집 열쇠를 두고 나왔는데 현관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사다리차 기사는 별 의심 없이 유 씨를 사다리에 태워 6층 빌라의 작은 방 창문으로 올려줬다. 창문을 통해 애인 권 씨 집에 잠입한 유 씨는 작은 방 옷장과 커튼 사이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거실에서 낮잠을 자던 권 씨는 뭔지 모를 인기척을 느끼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권 씨 집 작은 방 커튼 뒤에 숨어있던 유 씨를 '주거침입'혐의로 체포했다.



< 사건 2 > 부산진 경찰서

부산 해운대에 사는 회사원 하 모(33) 씨는 2년 넘게 사귀던 애인 한 모 씨와 지난해 10월 헤어졌다. 평소 성품이 온순한 하 씨였지만, 술만 먹으면 폭언을 하는 등 술버릇이 나빠서 다툼이 잦았다. 한 씨는 결국 하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하 씨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해 다시 만나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한 씨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하 씨는 지난 4일(어제) 밤 8시 반쯤, 헤어진 애인 한 씨를 설득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사귈 당시에 이미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헤어진 애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한 씨가 놀라 밖으로 달아나려 하자, 하 씨는 출입문을 막고서 밤 10시까지 1시간 반 동안 한 씨를 감금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한 씨가 다시 만나줄 것을 거부하자, 차라리 뛰어내려 죽어버리겠다며 아파트 10층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난간에 매달렸다. 한 씨의 비명을 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자살 소동을 벌이던 하 씨를 설득 끝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 사건 3 > 부산 북부 경찰서

부산에서 오토바이 수리점을 하던 조 모(29) 씨는 최근 애인 31살 임 모 씨로부터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평소 조 씨가 애인 임 씨에게 집착이 심해 사사건건 행동을 간섭하고 참견해서 너무 힘들다는 게 이별의 이유였다. 이에 앙심을 품은 조 씨는 애인 임 씨와 임 씨 어머니를 경남 양산의 한 패스트푸드점 매장으로 불러냈다. 조 씨는 임 씨 모녀에게 "현금 2,000 만 원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입금을 독촉하는 협박 문자도 여러 차례 보냈다.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 임 씨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조 씨는 공갈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별 폭력'…. 근본적 해결책은?

[연관 기사] ☞ 경찰청 공식 블로그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이별 폭력'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형사처벌만 하고 끝내면 추후 '보복 범죄' 등 재범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별 폭력'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 우선'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각 경찰서 형사과장을 TF 팀장으로 지정하고,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에서 각 한 명씩 전담 수사요원을 임명했다. 상담 전문 여경도 배치하고 원터치 112신고와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웨어러블 긴급 호출기도 지급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전화나 문자 메시지도 형사처벌 대상 범죄라는 점을 가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접근 또는 연락 금지를 경고한 이후에도 추가 폭행이 이어지면 곧바로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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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 폭력은 사랑이 아니라 범죄다
    • 입력 2016-02-05 16:41:09
    • 수정2016-02-06 14:36:36
    취재K
연인 폭력은 '사랑싸움'이 아니다.

경찰청은 최근(3일) '데이트 폭력' 또는 '연인 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전국의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근절 TF 팀'을 구성해 한 달간 집중 단속에 나섰다. 연인 간 갈등 또는 이별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연인 폭력' 범죄가 연간 평균 7,200 여건씩 벌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살인 사건도 매년 100건이 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을 이제는 '사랑싸움'이 아니라 '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사랑해서 그랬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이별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오늘 부산에서 동시에 3건이나 발생했다. 전국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근절 TF 팀'이 생긴 이후 부산에서 첫 검거 사례가 나오자마자, 동시에 두 건의 추가 범죄가 더 발생할 정도로 '연인 폭력'범죄는 일상화됐다고 볼 수 있다.

< 사건 1 > 부산 동래 경찰서

부산 동래구에 사는 유 모(39) 씨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지난해 12월쯤,열 달가량 동거하던 애인 권 모 씨와 헤어졌다. 애인 권 씨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 씨는 날마다 애인 집을 찾아가 애원하며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다.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고, 죽어버리겠다는 카톡 메시지를 130건 넘게 보내기도 했다. 아무리 애원해도 헤어진 애인 권 씨가 만나주지 않자 유 씨는 어제(4일) 권 씨의 집을 또 찾아갔다. 권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유 씨는 이삿짐센터에 6만 원을 주고 사다리차를 불렀다.

사다리차 기사에겐 "우리 집 열쇠를 두고 나왔는데 현관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사다리차 기사는 별 의심 없이 유 씨를 사다리에 태워 6층 빌라의 작은 방 창문으로 올려줬다. 창문을 통해 애인 권 씨 집에 잠입한 유 씨는 작은 방 옷장과 커튼 사이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거실에서 낮잠을 자던 권 씨는 뭔지 모를 인기척을 느끼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권 씨 집 작은 방 커튼 뒤에 숨어있던 유 씨를 '주거침입'혐의로 체포했다.



< 사건 2 > 부산진 경찰서

부산 해운대에 사는 회사원 하 모(33) 씨는 2년 넘게 사귀던 애인 한 모 씨와 지난해 10월 헤어졌다. 평소 성품이 온순한 하 씨였지만, 술만 먹으면 폭언을 하는 등 술버릇이 나빠서 다툼이 잦았다. 한 씨는 결국 하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하 씨는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해 다시 만나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한 씨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하 씨는 지난 4일(어제) 밤 8시 반쯤, 헤어진 애인 한 씨를 설득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사귈 당시에 이미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집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헤어진 애인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한 씨가 놀라 밖으로 달아나려 하자, 하 씨는 출입문을 막고서 밤 10시까지 1시간 반 동안 한 씨를 감금했다. 아무리 설득해도 한 씨가 다시 만나줄 것을 거부하자, 차라리 뛰어내려 죽어버리겠다며 아파트 10층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난간에 매달렸다. 한 씨의 비명을 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즉각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자살 소동을 벌이던 하 씨를 설득 끝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 사건 3 > 부산 북부 경찰서

부산에서 오토바이 수리점을 하던 조 모(29) 씨는 최근 애인 31살 임 모 씨로부터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평소 조 씨가 애인 임 씨에게 집착이 심해 사사건건 행동을 간섭하고 참견해서 너무 힘들다는 게 이별의 이유였다. 이에 앙심을 품은 조 씨는 애인 임 씨와 임 씨 어머니를 경남 양산의 한 패스트푸드점 매장으로 불러냈다. 조 씨는 임 씨 모녀에게 "현금 2,000 만 원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입금을 독촉하는 협박 문자도 여러 차례 보냈다.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 임 씨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조 씨는 공갈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별 폭력'…. 근본적 해결책은?

[연관 기사] ☞ 경찰청 공식 블로그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이별 폭력'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형사처벌만 하고 끝내면 추후 '보복 범죄' 등 재범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별 폭력'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 우선'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각 경찰서 형사과장을 TF 팀장으로 지정하고,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에서 각 한 명씩 전담 수사요원을 임명했다. 상담 전문 여경도 배치하고 원터치 112신고와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웨어러블 긴급 호출기도 지급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전화나 문자 메시지도 형사처벌 대상 범죄라는 점을 가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접근 또는 연락 금지를 경고한 이후에도 추가 폭행이 이어지면 곧바로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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