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적 고아들…“법·제도 만들어야”

입력 2016.02.15 (12:27) 수정 2016.02.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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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0만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우리 경제에서 빠트릴 수 없는 주요 일원이 돼 가고 있는데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한국에서 출산한 아이를 자신들의 나라로 데려가지 않고 출국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무국적 고아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생일축하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해피의 돌 잔치가 열렸습니다.

<녹취> "마음에 드는 것 집어 보세요."

미숙아로 태어난 지 3일 만에 베트남 이주 노동자였던 엄마는 해피를 이 곳에 놓고 떠났습니다.

해피는 '무국적 고아'가 됐습니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였던 아빠는 임신 사실을 알자 본국으로 서둘러 떠났고, 엄마는 혼자서 해피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은숙(이주여성센터 이사장) : "인큐베이터 비용이 하루에 90만 원씩 나오더라고요. 아이가 불행하니까 행복하게 살라고 해피라고 이름 지었어요."

아동보호시설에서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면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해주는 사설센터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녹취> "할머니 과자 주려고?"

이 시설에 살고 있는 해피와 같은 처지의 '무국적 고아'들은 열 명입니다.

베트남 출신의 불법체류자인 이 30대 여성도 해피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생후 5개월 된 자신의 아이도 곧 해피처럼 혼자가 될 거란걸 알기 때문입니다.

쉼터에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남은 기한은 이제 3개월 뿐입니다.

<녹취> 불법체류자 : "아기가 많이 아파요. 나중에 아기 수술하면 돈도 없고 의료보험 적용도 안 돼 걱정이에요."

해피 같은 무국적 고아들에 대한 정부 통계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외국인인 해피는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해성(지구촌 사랑나눔대표) : "외국인의 자녀들, 무국적으로 태어난 이 아이들까지 우리가 수용하는 폭넓은 선진국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국적 아동의 건강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도록 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경제의 일원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

그 그늘인 무국적 고아들을 보호하는 법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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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국적 고아들…“법·제도 만들어야”
    • 입력 2016-02-15 12:28:57
    • 수정2016-02-15 12: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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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0만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제 우리 경제에서 빠트릴 수 없는 주요 일원이 돼 가고 있는데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한국에서 출산한 아이를 자신들의 나라로 데려가지 않고 출국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무국적 고아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생일축하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해피의 돌 잔치가 열렸습니다.

<녹취> "마음에 드는 것 집어 보세요."

미숙아로 태어난 지 3일 만에 베트남 이주 노동자였던 엄마는 해피를 이 곳에 놓고 떠났습니다.

해피는 '무국적 고아'가 됐습니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였던 아빠는 임신 사실을 알자 본국으로 서둘러 떠났고, 엄마는 혼자서 해피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은숙(이주여성센터 이사장) : "인큐베이터 비용이 하루에 90만 원씩 나오더라고요. 아이가 불행하니까 행복하게 살라고 해피라고 이름 지었어요."

아동보호시설에서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면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해주는 사설센터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녹취> "할머니 과자 주려고?"

이 시설에 살고 있는 해피와 같은 처지의 '무국적 고아'들은 열 명입니다.

베트남 출신의 불법체류자인 이 30대 여성도 해피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생후 5개월 된 자신의 아이도 곧 해피처럼 혼자가 될 거란걸 알기 때문입니다.

쉼터에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남은 기한은 이제 3개월 뿐입니다.

<녹취> 불법체류자 : "아기가 많이 아파요. 나중에 아기 수술하면 돈도 없고 의료보험 적용도 안 돼 걱정이에요."

해피 같은 무국적 고아들에 대한 정부 통계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외국인인 해피는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해성(지구촌 사랑나눔대표) : "외국인의 자녀들, 무국적으로 태어난 이 아이들까지 우리가 수용하는 폭넓은 선진국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국적 아동의 건강권과 교육권을 보장하도록 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우리경제의 일원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

그 그늘인 무국적 고아들을 보호하는 법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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