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보수 대법관의 죽음…미 정치 격변

입력 2016.02.15 (18:12) 수정 2016.02.15 (20: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사망한 미 연방 대법관의 후임 자리를 놓고 민주-공화 양당 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이 일거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인데요.

대선에서도 주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번에 숨진 스캘리아 대법관에 대해 알아보죠.

상당히 보수적인 인물이었죠?

<답변>
맞습니다.

대법관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오랫동안 재직해 온 인물입니다.

미 대법원의 보수화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79살인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은 서부 텍사스의 리조트로 여행을 갔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지난 1986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지명해 30년 동안 재직했는데요.

스캘리아 대법관은 헌법에 쓰여진 조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전주의'를 추구한 사람입니다.

낙태와 동성결혼에 강력히 반대하고, 총기 보유와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녹취> 스캘리아(미 연방 대법관) : "민주주의는 동성애 등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설득하고 투표하는 것입니다."

보수파의 상징이지만, 논리적이고 유머 있는 판결문을 쓰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론 너무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해 인종적·성적 차별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대법관 한 명의 죽음이 왜 이렇게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거죠?

<답변>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로 총 9명입니다.

이념적으로는 보수 5 : 진보 4 정도로 보수 성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비게 된 자리에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면, 이 구도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저는 적절한 시기에 후임자를 지명해서 헌법적인 책무를 다 할 것입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직후에 발표된 성명인데요.

11개월 남은 자신의 임기 중에 후임자를 지명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법관들은 종신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지명하면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는데요.

한 번 임명이 되면,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수 십 년 동안 법원의 이념적 정체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실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자기 임기 동안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미 대법원은 지난 30년 동안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미 진보 성향인 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후임을 지명하면 레이건 이후 처음으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한 대통령이 됩니다.

<질문>
그러니까 단순히 대법관 한 명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진보-보수가 역전된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미 대법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현재 미국 대법원이 심리중인 것들 중에도 예민한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불법 이민자 470만 명의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22개 주 정부가 이에 반대해 소송을 내면서 대법원이 심리중입니다.

오는 6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대법원이 행정명령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면, 11월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유리해집니다.

이 뿐 아니라 낙태나 공무원 노조 문제, 오바마 건강보험, 기후변화 정책 등 여러가지 쟁점들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후임 대법관 인선을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년 가까이 대법관 자리를 비워 놓을 수는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문>
당도 그렇지만, 당장 대선 후보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쟁점들이 하나 같이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숨진 날,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TV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토론회에 앞서 애도하는 묵념을 했습니다.

토론회의 첫 질문도 바로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 인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주자) :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막아야 합니다. 지명을 연기해야 합니다."

<녹취> 크루즈(공화당 대선 주자) :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 대법관을 지명하면 한 세대 동안 대법원을 잃을 수 있습니다. 포기해선 안됩니다."

반면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내년 1월까지 미국의 대통령은 오바마라면서 조속한 지명을 촉구했고, 샌더스 후보도 어떤 후보이든 인준 투표를 해보자는 입장입니다.

<질문>
미 대선 쟁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네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할 지가 관심입니다.

현재 미 상원 의원 100명 중 54명은 공화당 소속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해도 인준 권한이 있는 공화당이 저지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올해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强 대 强의 전략을 쓰지 않고, 중도 성향의 인사나 공화당도 인정할 만한 '명분'을 가진 후보를 지명할 수도 있습니다.

후임 대법관으로는 인도와 베트남계 등 아시아계 판사들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보수 대법관의 죽음…미 정치 격변
    • 입력 2016-02-15 18:27:45
    • 수정2016-02-15 20:10:38
    글로벌24
<앵커 멘트>

사망한 미 연방 대법관의 후임 자리를 놓고 민주-공화 양당 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 대법원의 보수적 성향이 일거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인데요.

대선에서도 주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김시원 기자와 살펴봅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먼저 이번에 숨진 스캘리아 대법관에 대해 알아보죠.

상당히 보수적인 인물이었죠?

<답변>
맞습니다.

대법관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고 가장 오랫동안 재직해 온 인물입니다.

미 대법원의 보수화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79살인 스캘리아 연방 대법관은 서부 텍사스의 리조트로 여행을 갔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지난 1986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지명해 30년 동안 재직했는데요.

스캘리아 대법관은 헌법에 쓰여진 조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전주의'를 추구한 사람입니다.

낙태와 동성결혼에 강력히 반대하고, 총기 보유와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녹취> 스캘리아(미 연방 대법관) : "민주주의는 동성애 등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설득하고 투표하는 것입니다."

보수파의 상징이지만, 논리적이고 유머 있는 판결문을 쓰기도 했는데요.

한편으론 너무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해 인종적·성적 차별을 드러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대법관 한 명의 죽음이 왜 이렇게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거죠?

<답변>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로 총 9명입니다.

이념적으로는 보수 5 : 진보 4 정도로 보수 성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비게 된 자리에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하면, 이 구도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저는 적절한 시기에 후임자를 지명해서 헌법적인 책무를 다 할 것입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직후에 발표된 성명인데요.

11개월 남은 자신의 임기 중에 후임자를 지명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법관들은 종신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지명하면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는데요.

한 번 임명이 되면, 정권 교체와 상관 없이 수 십 년 동안 법원의 이념적 정체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권에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실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자기 임기 동안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미 대법원은 지난 30년 동안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미 진보 성향인 2명의 대법관을 임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후임을 지명하면 레이건 이후 처음으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한 대통령이 됩니다.

<질문>
그러니까 단순히 대법관 한 명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진보-보수가 역전된다, 이거군요?

<답변>
맞습니다.

미 대법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현재 미국 대법원이 심리중인 것들 중에도 예민한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불법 이민자 470만 명의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22개 주 정부가 이에 반대해 소송을 내면서 대법원이 심리중입니다.

오는 6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대법원이 행정명령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면, 11월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유리해집니다.

이 뿐 아니라 낙태나 공무원 노조 문제, 오바마 건강보험, 기후변화 정책 등 여러가지 쟁점들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후임 대법관 인선을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1년 가까이 대법관 자리를 비워 놓을 수는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문>
당도 그렇지만, 당장 대선 후보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쟁점들이 하나 같이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숨진 날,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TV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토론회에 앞서 애도하는 묵념을 했습니다.

토론회의 첫 질문도 바로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 인선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주자) : "(오바마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을) 막아야 합니다. 지명을 연기해야 합니다."

<녹취> 크루즈(공화당 대선 주자) :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 대법관을 지명하면 한 세대 동안 대법원을 잃을 수 있습니다. 포기해선 안됩니다."

반면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내년 1월까지 미국의 대통령은 오바마라면서 조속한 지명을 촉구했고, 샌더스 후보도 어떤 후보이든 인준 투표를 해보자는 입장입니다.

<질문>
미 대선 쟁점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네요.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변>
일단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할 지가 관심입니다.

현재 미 상원 의원 100명 중 54명은 공화당 소속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해도 인준 권한이 있는 공화당이 저지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올해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强 대 强의 전략을 쓰지 않고, 중도 성향의 인사나 공화당도 인정할 만한 '명분'을 가진 후보를 지명할 수도 있습니다.

후임 대법관으로는 인도와 베트남계 등 아시아계 판사들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