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조정래 감독 “애초 기대치의 100배가 나온 영화”

입력 2016.02.16 (19:34) 수정 2016.02.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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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뚝심이 이룬 결실…시민의 힘으로 세상 밖에 나와
'피아니스트' 떠올리며 작업, "아베 총리가 이 영화 봐야"


"정말 온 힘을 다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욕심입니다. 이만큼 나온 것은 기적이죠. 애초 기대치의 100배가 나온 영화에요. 1이라는 비용에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100을 해주셨어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귀향'의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조정래(43) 감독을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경남 양산시에서 위안부 피해자 최모 할머니가 지병으로 별세한 소식을 꺼내자 조 감독은 "참 안타깝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5명으로 줄었다.

제작에 처음 착수하고 1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는 똘똘 뭉친 배우와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과 그간의 회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손숙 선생님은 출연료를 일절 받지 않겠노라고 먼저 제안하셨고, 재일교포 4세 연극배우 강하나 양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배역을 훌륭히 연기했어요. 서미지 양은 오디션 당시 배우로 캐스팅되지 못하면 스태프로라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의지를 불살랐고요. 김구 선생님의 외종손인 이 영화 임성철 PD는 일본군 악역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상당한 금액의 개인재산을 영화 제작비로 들이기도 했고요."

조 감독은 2002년 나눔의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영화처럼 문화적 증거물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했어요.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어 제목을 '귀향'(鬼鄕)이라고 지었습니다. 외국과 국내에서 상영회를 열 때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고향으로 모셔온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한국영화가 크게 성장하면서 그만큼 영화적 소재도 다양해졌다. 위안부는 마지막 남은 '금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계에서 관심이 많은 소재였다. 2002년만 하더라도 감독 10여명이 위안부 소재 영화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역사적 고증에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고개를 돌렸다. 그간 세상에 나온 위안부 피해자 소재 영화들도 하나같이 흥행 참패를 겪었다.

"2014년 중국에서 40억원을 투자한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베이징에 갔죠. 투자 조건이 중국인 소녀를 주연으로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무조건 주인공은 한국 소녀여야 한다며 거절했어요. 결국, 협상이 틀어졌어요. 펑펑 울었죠. 너무 힘들어서 대통령에게 도와 달라고 청와대에 손 글씨 편지까지 보냈어요."

'귀향'은 결국 시민의 힘으로 완성됐다. 영화의 티저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7만5천명이 넘는 시민이 문자 후원, 자동응답전화(ARS) 후원, 펀딩 등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순제작비의 50% 이상인 약 12억원의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어렵사리 만들어진 영화 '귀향'을 최대한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극적인 묘사를 최대한 배제했고, 정치 선동의 도구로 이 영화가 활용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를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면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유대인 학살을 다뤘지만, 음악영화라고 할 정도로 예술적이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잖아요."

조 감독은 최근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일본이 사죄했다면 이제부터 위안부 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아베 총리가 앞장서서 이 영화를 보고, 일본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향'의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60만명 수준이다. 개봉 첫날 약 300개의 상영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 오락영화가 스크린 독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각종 변칙 마케팅으로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의 작품 선택권이 크게 위협받는 현실에서 절대 쉽지 않은 목표다.

조 감독은 "14년에 걸쳐 제작됐고, 시민의 힘으로 개봉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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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향’ 조정래 감독 “애초 기대치의 100배가 나온 영화”
    • 입력 2016-02-16 19:34:08
    • 수정2016-02-16 19:35:09
    연합뉴스
14년 뚝심이 이룬 결실…시민의 힘으로 세상 밖에 나와
'피아니스트' 떠올리며 작업, "아베 총리가 이 영화 봐야"


"정말 온 힘을 다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욕심입니다. 이만큼 나온 것은 기적이죠. 애초 기대치의 100배가 나온 영화에요. 1이라는 비용에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100을 해주셨어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귀향'의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조정래(43) 감독을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경남 양산시에서 위안부 피해자 최모 할머니가 지병으로 별세한 소식을 꺼내자 조 감독은 "참 안타깝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45명으로 줄었다.

제작에 처음 착수하고 1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는 똘똘 뭉친 배우와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과 그간의 회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손숙 선생님은 출연료를 일절 받지 않겠노라고 먼저 제안하셨고, 재일교포 4세 연극배우 강하나 양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배역을 훌륭히 연기했어요. 서미지 양은 오디션 당시 배우로 캐스팅되지 못하면 스태프로라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의지를 불살랐고요. 김구 선생님의 외종손인 이 영화 임성철 PD는 일본군 악역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상당한 금액의 개인재산을 영화 제작비로 들이기도 했고요."

조 감독은 2002년 나눔의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영화처럼 문화적 증거물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했어요.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어 제목을 '귀향'(鬼鄕)이라고 지었습니다. 외국과 국내에서 상영회를 열 때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고향으로 모셔온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한국영화가 크게 성장하면서 그만큼 영화적 소재도 다양해졌다. 위안부는 마지막 남은 '금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화계에서 관심이 많은 소재였다. 2002년만 하더라도 감독 10여명이 위안부 소재 영화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역사적 고증에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고개를 돌렸다. 그간 세상에 나온 위안부 피해자 소재 영화들도 하나같이 흥행 참패를 겪었다.

"2014년 중국에서 40억원을 투자한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베이징에 갔죠. 투자 조건이 중국인 소녀를 주연으로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무조건 주인공은 한국 소녀여야 한다며 거절했어요. 결국, 협상이 틀어졌어요. 펑펑 울었죠. 너무 힘들어서 대통령에게 도와 달라고 청와대에 손 글씨 편지까지 보냈어요."

'귀향'은 결국 시민의 힘으로 완성됐다. 영화의 티저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7만5천명이 넘는 시민이 문자 후원, 자동응답전화(ARS) 후원, 펀딩 등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순제작비의 50% 이상인 약 12억원의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어렵사리 만들어진 영화 '귀향'을 최대한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자극적인 묘사를 최대한 배제했고, 정치 선동의 도구로 이 영화가 활용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를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면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유대인 학살을 다뤘지만, 음악영화라고 할 정도로 예술적이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잖아요."

조 감독은 최근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일본이 사죄했다면 이제부터 위안부 문제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아베 총리가 앞장서서 이 영화를 보고, 일본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향'의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60만명 수준이다. 개봉 첫날 약 300개의 상영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업 오락영화가 스크린 독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각종 변칙 마케팅으로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의 작품 선택권이 크게 위협받는 현실에서 절대 쉽지 않은 목표다.

조 감독은 "14년에 걸쳐 제작됐고, 시민의 힘으로 개봉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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