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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북한 ‘무수단’ 발사
북 핵실험, 백두산 분화 촉발 가능하다
입력 2016.02.17 (19:10) 취재K
북한의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백두산까지는 직선거리로 119km 떨어져 있다. 북한의 1~2차 핵실험(2006년, 2009년) 이후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이 제기돼(2010년) 시기가 맞물리며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활화산인 백두산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 집단인 지질학계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개연성 있는 추론이지만 관련이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백두산에 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촉발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북 핵실험, 백두산 분화 촉발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북의 핵실험에 의한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학계 내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의 홍태경 교수가 주도한 국내 연구팀이 주인공이다. 홍태경 교수 등의 "북한 핵실험이 초래한 백두산의 지상 진동과 응력 변화 예측"이란 연구 논문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의 2월 17일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진은 자연 지진에 의해 화산 분화가 촉발되는 현상부터 검토했다. 땅속에서 전파되는 지진파에 따라 화산 아래 마그마 방에 압력 변화가 생기고, 그 압력에 따라 마그마의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 분화를 촉발한다는 기존 이론을 따랐다. 1,2,3차 북 핵실험 결과로 나온 인공 지진파와 국내 자연 지진파 자료를 활용해 풍계리에서 가상의 핵실험이 했을 때 지표와 마그마 방에 전달되는 진동과 압력을 계산해냈다.



계산 결과, 핵실험에 따른 인공 지진의 규모가 커질수록 마그마 방에 가해지는 압력도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특히 규모 7.0의 핵실험 때 마그마 방에 최대 0.12MPa(메가파스칼)의 압력이 가해진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나왔다. 마그마 방에 0.1MPa 이상의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마그마의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생성된다는 기존 연구의 임계치까지 도출된 것이다. 0.1MPa의 압력은 갑자기 물속 10m 깊이에 들어갔을 때 눌리는 압력과 같고, 무게 10톤짜리 물체가 땅바닥에 떨어질 때 받는 충격(압력)과 비슷하다.

그런데 백두산 북한 쪽 마그마 방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마그마 방이 천지 5km 아래에 둥근 모습으로 자리한 것으로 가정했다.

'백두산 마그마 방의 구조는?'

홍태경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분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백두산 땅속에 있는 마그마 방의 구조와 성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나온 정보는 중국 지진국이 탄성파 탐사(인공지진을 일으켜 땅속 물질의 투과 속도를 알아내는 작업)로 마그마 방의 위치를 추정한 자료다. 이 자료는 백두산에서 북쪽으로 10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지하 마그마 방이 분포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홍태경 교수는 마그마 방이 풍계리와 가깝게 위치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 7.0보다 훨씬 작은 인공지진으로도 백두산 마그마 방이 자극돼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의 실제 반응은?'

백두산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소규모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그리고 2006년 무렵에는 정상부가 수 cm 정도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인공위성의 정밀 관측에 드러나기도 했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헬륨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2009년 2차 핵실험 뒤에도 역시 헬륨가스가 소량 배출됐다.



이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2005년 전후로 화산활동의 조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이때 백두산 마그마방 상부의 깨진 암석 틈에 모여 있던 헬륨가스가 핵실험으로 인해 배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시의 핵실험이 마그마 방을 직접 자극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3~4차 핵실험 이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포착된 이상 조짐은 없다.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촉발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번 논문의 결론과 상반되게 핵실험과 화산 분출 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1971년 미국이 태평양의 알류샨열도에서 폭발력 5Mt(메가톤)급, 규모 7 이상에 해당하는 지하 핵실험을 했는데, 당시 50km 인근에 있던 화산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류샨열도는 환태평양 지진대로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한 지역이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북 핵실험과 백두산의 연관성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중 백두산 마그마 연구'

2014년부터 정부는 중국과 협력해 백두산 마그마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중 공동연구단의 한국 측 대표 중 한 명인 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이미 국제기구인 '국제 공동 대륙지각 시추 프로그램(ICDP)'에 백두산 시추 제안서 초안을 제출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 제안서가 통과되면 한중연구단을 국제 공동연구단으로 승격시켜 2020년 이후에는 실제 백두산 마그마방 조사를 위한 시추를 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세워놓았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규모는 3차보다 다소 작은 4.8을 기록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인공지진의 규모로 볼 때 증폭형 핵폭탄 실험을 했거나 이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앞으로 북한이 수소폭탄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위해 더 큰 규모의 실험을 감행한다면, 백두산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장 궁금한 사람들은 남쪽보다는 오히려 북쪽에 몰려 있을 것이다.
  • 북 핵실험, 백두산 분화 촉발 가능하다
    • 입력 2016-02-17 19:10:44
    취재K
북한의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백두산까지는 직선거리로 119km 떨어져 있다. 북한의 1~2차 핵실험(2006년, 2009년) 이후 백두산의 분화 가능성이 제기돼(2010년) 시기가 맞물리며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활화산인 백두산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 집단인 지질학계는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개연성 있는 추론이지만 관련이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백두산에 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껏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촉발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북 핵실험, 백두산 분화 촉발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북의 핵실험에 의한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학계 내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의 홍태경 교수가 주도한 국내 연구팀이 주인공이다. 홍태경 교수 등의 "북한 핵실험이 초래한 백두산의 지상 진동과 응력 변화 예측"이란 연구 논문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의 2월 17일 인터넷판에 실렸다.



연구진은 자연 지진에 의해 화산 분화가 촉발되는 현상부터 검토했다. 땅속에서 전파되는 지진파에 따라 화산 아래 마그마 방에 압력 변화가 생기고, 그 압력에 따라 마그마의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형성돼 화산 분화를 촉발한다는 기존 이론을 따랐다. 1,2,3차 북 핵실험 결과로 나온 인공 지진파와 국내 자연 지진파 자료를 활용해 풍계리에서 가상의 핵실험이 했을 때 지표와 마그마 방에 전달되는 진동과 압력을 계산해냈다.



계산 결과, 핵실험에 따른 인공 지진의 규모가 커질수록 마그마 방에 가해지는 압력도 증가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특히 규모 7.0의 핵실험 때 마그마 방에 최대 0.12MPa(메가파스칼)의 압력이 가해진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나왔다. 마그마 방에 0.1MPa 이상의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마그마의 상승을 유발하는 기포가 생성된다는 기존 연구의 임계치까지 도출된 것이다. 0.1MPa의 압력은 갑자기 물속 10m 깊이에 들어갔을 때 눌리는 압력과 같고, 무게 10톤짜리 물체가 땅바닥에 떨어질 때 받는 충격(압력)과 비슷하다.

그런데 백두산 북한 쪽 마그마 방 구조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마그마 방이 천지 5km 아래에 둥근 모습으로 자리한 것으로 가정했다.

'백두산 마그마 방의 구조는?'

홍태경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분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백두산 땅속에 있는 마그마 방의 구조와 성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나온 정보는 중국 지진국이 탄성파 탐사(인공지진을 일으켜 땅속 물질의 투과 속도를 알아내는 작업)로 마그마 방의 위치를 추정한 자료다. 이 자료는 백두산에서 북쪽으로 10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지하 마그마 방이 분포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홍태경 교수는 마그마 방이 풍계리와 가깝게 위치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 7.0보다 훨씬 작은 인공지진으로도 백두산 마그마 방이 자극돼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의 실제 반응은?'

백두산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소규모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그리고 2006년 무렵에는 정상부가 수 cm 정도 부풀어 오르는 것이 인공위성의 정밀 관측에 드러나기도 했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헬륨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2009년 2차 핵실험 뒤에도 역시 헬륨가스가 소량 배출됐다.



이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2005년 전후로 화산활동의 조짐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이때 백두산 마그마방 상부의 깨진 암석 틈에 모여 있던 헬륨가스가 핵실험으로 인해 배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시의 핵실험이 마그마 방을 직접 자극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3~4차 핵실험 이후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포착된 이상 조짐은 없다.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촉발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번 논문의 결론과 상반되게 핵실험과 화산 분출 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1971년 미국이 태평양의 알류샨열도에서 폭발력 5Mt(메가톤)급, 규모 7 이상에 해당하는 지하 핵실험을 했는데, 당시 50km 인근에 있던 화산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류샨열도는 환태평양 지진대로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한 지역이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북 핵실험과 백두산의 연관성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중 백두산 마그마 연구'

2014년부터 정부는 중국과 협력해 백두산 마그마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중 공동연구단의 한국 측 대표 중 한 명인 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이미 국제기구인 '국제 공동 대륙지각 시추 프로그램(ICDP)'에 백두산 시추 제안서 초안을 제출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 제안서가 통과되면 한중연구단을 국제 공동연구단으로 승격시켜 2020년 이후에는 실제 백두산 마그마방 조사를 위한 시추를 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세워놓았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규모는 3차보다 다소 작은 4.8을 기록했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연구원의 이춘근 박사는 인공지진의 규모로 볼 때 증폭형 핵폭탄 실험을 했거나 이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앞으로 북한이 수소폭탄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위해 더 큰 규모의 실험을 감행한다면, 백두산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장 궁금한 사람들은 남쪽보다는 오히려 북쪽에 몰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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