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순 맞은 유엔 대북제재…전례 없는 수준?

입력 2016.02.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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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 등에 대한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대북결의안 초안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내일(26일) 오전 5시(한국시간) 회의를 열어 최종 결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결의안은 이르면 내일, 적어도 다음 주 초에는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성명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강력하고 단합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과거보다 강도 높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동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방문해 왕 부장과 미-중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는 수준 결의'...어떤 내용 담길까?

미국과 중국이 어렵사리 합의에 이른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채택된 6차례의 대북 제재안은 '더 이상 담을 내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재 가능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이 나왔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제재의 전제조건을 꽤 많이 삭제해 포괄적으로 바꾼 한편, 권고성 조항들을 의무 조항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제재의 수준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가 불분명한 금융 자산의 동결, 북한 공군에 대한 항공유 공급 중단,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 광물을 적정선에서 수입 금지하는 방안 등이 제재안에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선박의 국제항구 접근을 제한하는 해운 제재,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비행 금지를 의무화하는 방안, 북한의 대남 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과 핵·미사일 개발 기관인 원자력공업성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관기사] ☞ 미중 외교장관회담 공동 기자회견 [전문]



중국의 '반작용' - 늘어난 '대화' 언급

대북제재 강도에 대해 이견을 펴온 미국과 중국이 제재 수위를 높인 것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서는 양국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임을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논의를 동시에 이행하자"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북 핵실험 이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파견하고 자체 대북제재안을 강화하는 등 북한을 옭아매는 전략을 펴온 미국의 입에서도 오랜만에 '대화'가 언급됐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어떻게 나오게 할지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전제 조건으로 달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던 종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다. "북한이 비핵화를 협상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제재'와 '대화' 모두에서 조금씩 양보한 것이다. 최근 서로 강공을 주고받고 있는 남북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상황을 향후 두 달 동안 면밀히 모니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한반도의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한반도 상황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대북 제재 국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국이 대북 대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미국을 설득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는 속도 조절...'시급성' 밀리나

미-중 간에 대북 제재 합의가 도출되면서 '사드' 논의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23일, 한미 양국은 사드 공동실무단 구성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기로 예정했었지만 체결 한 시간 전 미국이 돌연 일정 연기를 요구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주한미군과 워싱턴(미국 국방부) 간에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같은 날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급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 결정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일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드를 원치 않으면 비핵화에 적극 나서라'는 중국에 대한 주문임과 동시에 '중국의 태도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사드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공개한 사드 시험발사 장면 (출처: 록히드마틴 홈페이지)사드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공개한 사드 시험발사 장면 (출처: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이 직접 갈등 해결에 나서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자칫 사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큰 동북아 전략의 틀 사이에서 한국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사드 배치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온 정부 입장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어제(24일)에도 "사드 배치는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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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수순 맞은 유엔 대북제재…전례 없는 수준?
    • 입력 2016-02-25 18:54:03
    취재K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에 대한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대북결의안 초안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내일(26일) 오전 5시(한국시간) 회의를 열어 최종 결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결의안은 이르면 내일, 적어도 다음 주 초에는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성명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강력하고 단합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과거보다 강도 높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동에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방문해 왕 부장과 미-중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는 수준 결의'...어떤 내용 담길까?

미국과 중국이 어렵사리 합의에 이른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초안은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채택된 6차례의 대북 제재안은 '더 이상 담을 내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재 가능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이 나왔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제재의 전제조건을 꽤 많이 삭제해 포괄적으로 바꾼 한편, 권고성 조항들을 의무 조항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제재의 수준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가 불분명한 금융 자산의 동결, 북한 공군에 대한 항공유 공급 중단, 석탄과 철광석 등 북한 광물을 적정선에서 수입 금지하는 방안 등이 제재안에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선박의 국제항구 접근을 제한하는 해운 제재,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영공 비행 금지를 의무화하는 방안, 북한의 대남 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과 핵·미사일 개발 기관인 원자력공업성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관기사] ☞ 미중 외교장관회담 공동 기자회견 [전문]



중국의 '반작용' - 늘어난 '대화' 언급

대북제재 강도에 대해 이견을 펴온 미국과 중국이 제재 수위를 높인 것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서는 양국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임을 강조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논의를 동시에 이행하자"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북 핵실험 이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파견하고 자체 대북제재안을 강화하는 등 북한을 옭아매는 전략을 펴온 미국의 입에서도 오랜만에 '대화'가 언급됐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어떻게 나오게 할지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전제 조건으로 달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던 종전보다 누그러진 태도다. "북한이 비핵화를 협상한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제재'와 '대화' 모두에서 조금씩 양보한 것이다. 최근 서로 강공을 주고받고 있는 남북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의 상황을 향후 두 달 동안 면밀히 모니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한반도의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한반도 상황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대북 제재 국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국이 대북 대화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미국을 설득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는 속도 조절...'시급성' 밀리나

미-중 간에 대북 제재 합의가 도출되면서 '사드' 논의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23일, 한미 양국은 사드 공동실무단 구성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기로 예정했었지만 체결 한 시간 전 미국이 돌연 일정 연기를 요구해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주한미군과 워싱턴(미국 국방부) 간에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같은 날 열린 미·중 외교장관회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급급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 결정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일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면 사드를 배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사드를 원치 않으면 비핵화에 적극 나서라'는 중국에 대한 주문임과 동시에 '중국의 태도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한 태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사드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공개한 사드 시험발사 장면 (출처: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이 직접 갈등 해결에 나서게 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자칫 사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큰 동북아 전략의 틀 사이에서 한국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사드 배치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온 정부 입장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어제(24일)에도 "사드 배치는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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