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폐기 반복한 ‘북한인권법’ 11년…찬반 논란은 여전

입력 2016.03.03 (08:08) 수정 2016.03.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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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36명에 찬성 212, 기권 24명. 첫 발의된 지 11년 만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 설치, 북한인권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북한인권법' 11년 만에 통과...내용은?



법안이 설치를 명한 북한인권기록소는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보존하기 위한 기관이다. 향후 인권탄압 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근거로 삼을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미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의 실태 조사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일도 맡는다.

이밖에 통일부 내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인권 기본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제적 기준에 따라 대북 인도지원을 실시하고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우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야 대립에 잦은 폐기..'여론 의식'해 합의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다.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자 국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 인권단체 정부 지원,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이 포함됐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임기 만료로 인해 폐기됐다. 북한 인권보다는 정권 압박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져 남북관계를 악화할 수 있고, 대북전단 살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거의 매년 북한인권법을 제출했고, 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를 위한 법안이라며 저지에 나섰다. 여당이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강행처리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적도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새누리당은 5개의 북한인권법안을 무더기 발의했지만, 야당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법안을 연쇄적으로 내놓으며 맞섰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4월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목적으로 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내놨으며, 새누리당도 그 해 11월 이제껏 발의됐던 야당안을 통합해 '북한인권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여야간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도 이 때부터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들이 접점을 찾으면서 법안은 어렵게 합의에 다다랐다. 인권기록보관소의 소관부처로 새누리당은 법무부를, 더불어민주당은 통일부 산하를 지목했지만, 협의 끝에 통일부에 두되 3개월마다 한 번 씩 법무부에 자료를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 구성은 정부와 여당, 야당을 각각 4명 씩 둬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과 여야 동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더민주 주장이 부딪혔지만, 여야 각각 5명 씩 동수로 추천하되 나머지 2명을 정부 유관부처 관계자로 포함시킨다는 안으로 절충이 이뤄졌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은 법안의 '기본 원칙과 국가의 책무' 조항이다. 새누리당은 다른 무엇보다 '북한인권 증진'에 큰 방점을 둔 문구를, 더민주는 북한인권과 남북관계에 비슷한 비중을 둔 문구를 주장했다. 결국 양측이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로 합의를 보면서 북한인권법은 19대 국회를 넘기지 않고 처리되게 됐다. 5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여론의 변화 등도 합의 도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민족 장래에 꼭 필요"...논란은 여전

법안이 통과됐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며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북한 인권문제 개선이야말로 북핵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이며, 그 현실적 방안이 북한인권법 제정"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법안에 찬성한 대북전단 배포 단체들은 지난해 9월 "우리의 대북전단 배포 활동이 북한인권법 통과의 장애물이 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돼도 정부 지원을 신청하지 않고 민간 활동으로만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가 북한인권을 증진시킨다는 논리는 법률적 관점으로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적 오류"라며 북한인권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도 북한인권법이 남북 간의 평화통일과 화해협력을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인권개선 방안이 지나치게 무뎌졌다는 또다른 비판도 제기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북한 인권침해는 남북 대화를 주 역할로 하는 통일부가 아닌 법무부에서 처음부터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안이 '반신불수법'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결렬됐던 남북간 차관급 회담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불만을 표했던 북한은 매체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3일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에서 그 무슨 인권문제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뢰패당이 어리석은 북한 인권 소동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고 있는 데는 저들의 동족대결책동을 합리화하고 4월에 있게 될 총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보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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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3 08:08:07
    • 수정2016-03-03 08:09:24
    취재K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36명에 찬성 212, 기권 24명. 첫 발의된 지 11년 만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인권재단 설치, 북한인권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북한인권법' 11년 만에 통과...내용은?



법안이 설치를 명한 북한인권기록소는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보존하기 위한 기관이다. 향후 인권탄압 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근거로 삼을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미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의 실태 조사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일도 맡는다.

이밖에 통일부 내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인권 기본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제적 기준에 따라 대북 인도지원을 실시하고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등 취약계층을 우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야 대립에 잦은 폐기..'여론 의식'해 합의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때다.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자 국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고,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북한 인권단체 정부 지원, 북한인권대사 임명 등이 포함됐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임기 만료로 인해 폐기됐다. 북한 인권보다는 정권 압박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져 남북관계를 악화할 수 있고, 대북전단 살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거의 매년 북한인권법을 제출했고, 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를 위한 법안이라며 저지에 나섰다. 여당이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강행처리하기도 했지만 결국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적도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새누리당은 5개의 북한인권법안을 무더기 발의했지만, 야당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법안을 연쇄적으로 내놓으며 맞섰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4월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사업에 필요한 사항'을 목적으로 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내놨으며, 새누리당도 그 해 11월 이제껏 발의됐던 야당안을 통합해 '북한인권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여야간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도 이 때부터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부분들이 접점을 찾으면서 법안은 어렵게 합의에 다다랐다. 인권기록보관소의 소관부처로 새누리당은 법무부를, 더불어민주당은 통일부 산하를 지목했지만, 협의 끝에 통일부에 두되 3개월마다 한 번 씩 법무부에 자료를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북한인권자문위원회 구성은 정부와 여당, 야당을 각각 4명 씩 둬야 한다는 새누리당 주장과 여야 동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더민주 주장이 부딪혔지만, 여야 각각 5명 씩 동수로 추천하되 나머지 2명을 정부 유관부처 관계자로 포함시킨다는 안으로 절충이 이뤄졌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은 법안의 '기본 원칙과 국가의 책무' 조항이다. 새누리당은 다른 무엇보다 '북한인권 증진'에 큰 방점을 둔 문구를, 더민주는 북한인권과 남북관계에 비슷한 비중을 둔 문구를 주장했다. 결국 양측이 '국가는 북한인권증진 노력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로 합의를 보면서 북한인권법은 19대 국회를 넘기지 않고 처리되게 됐다. 5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여론의 변화 등도 합의 도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민족 장래에 꼭 필요"...논란은 여전

법안이 통과됐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인권법과 관련해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라며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북한 인권문제 개선이야말로 북핵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이며, 그 현실적 방안이 북한인권법 제정"이라고 평가했다. 역시 법안에 찬성한 대북전단 배포 단체들은 지난해 9월 "우리의 대북전단 배포 활동이 북한인권법 통과의 장애물이 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돼도 정부 지원을 신청하지 않고 민간 활동으로만 진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가 북한인권을 증진시킨다는 논리는 법률적 관점으로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적 오류"라며 북한인권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도 북한인권법이 남북 간의 평화통일과 화해협력을 어둡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인권개선 방안이 지나치게 무뎌졌다는 또다른 비판도 제기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북한 인권침해는 남북 대화를 주 역할로 하는 통일부가 아닌 법무부에서 처음부터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안이 '반신불수법'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결렬됐던 남북간 차관급 회담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불만을 표했던 북한은 매체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3일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에서 그 무슨 인권문제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뢰패당이 어리석은 북한 인권 소동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고 있는 데는 저들의 동족대결책동을 합리화하고 4월에 있게 될 총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보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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