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안보리에서 설전이 벌어진 까닭은?

입력 2016.03.03 (19:00) 수정 2016.03.0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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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UN,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북한에 대한 UN의 강력한 제재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2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는 결의안에 대해 모두가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설전이 벌어졌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당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오전 10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유엔 193개 회원국 전부가 북한을 강도 높게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결의안은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고,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가 상정된 안보리의 7,638번째 회의는 예정 시각을 10여 분 넘긴 오전 10시 10분 시작됐다. 회의는 공개회의였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이 생중계됐다.

회의에선 안보리 3월 의장국이 된 앙골라의 아스마엘 가스파르 마틴스 유엔 주재 대사의 제안설명에 이어 곧바로 표결이 시작됐다.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결의안 2270호에 전원 찬성을 표하자 마틴스 의장은 만장일치로 제재안이 결의됐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어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과 일본 대사의 발언에서는 제재안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히 드러났다.

회의가 시작되자 제재를 주도한 미국과 일본과 이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한번 날카로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제재 결의까지 전개됐던 지난 56일 동안의 '물밑 외교전'이 재현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국과 중국 대표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국과 중국 대표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사만다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제재가 지난 20년 동안 채택된 안보리 결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면서, 북한의 핵과 다른 금지된 무기 프로그램에 흘러들어 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파워 대사는 "주민의 기본적인 삶보다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는 북한의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성토하고 "이번의 포괄적이고 강력한 결의를 이행하는데 국제사회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보이던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당초 강력히 비난했음을 상기시키면서도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안보리 결의안이 북한의 핵무기 이슈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대화를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기구인 6자회담 체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류 대사는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단호한 어조로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중국과 러시아 대표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중국과 러시아 대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오늘 채택한 결의는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는 데 이용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하고, 한반도 비핵화에는 정치·외교적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추르킨 대사는 "강력한 제재들이 담겼지만, 이 문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기회 또한 남기고 있다"며 북핵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의 회의 분위기는 각국의 대표들이 고함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할 말은 하는 외교적 수사가 오고 갔다.



그러나 추르킨 대사는 북한 도발 억지를 명분으로 동북아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허용돼선 안 된다면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 전체 상황의 부정적 전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행동을 사드 배치 등과 같은 해당 지역에서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직후 한국과 미국, 일본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유엔 안보리 직후 한국과 미국, 일본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결의를 환영하면서 "북한은 이 메시지가 단지 안보리가 아닌, 전체 국제사회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시카와 대사는 광물거래 금지와 항공유 공급제한 등 주요 내용을 열거하면서 "제재는 이행돼야 효과를 낸다. 우리는 제재를 온전히 이행해야 하며, 일본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국어로 북한이 추가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 시선을 끌었다.

오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발언권을 얻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 주민만 힘들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돌아오기 어려운 곳을 지나버릴 것"이라면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비핵화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얘기하고 싶다"면서 한국말로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영어로 "Please, stop it now"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핵무기가 필요없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한국은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한국을 겨냥한다면 북한도 핵무기가 필요치 않으며, 한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가, 미국도 태평양 건너에 있는 작은 나라를 노리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미사일조차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나의 민족이자 우리의 민족인 북한 주민만 고통받을 것"이라면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라고 권유했다.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해서는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해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점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이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핵실험에 대한 응징과 사드 배치 반대를 연계시키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한 조치이며 사드는 북한의 위협이 커진 데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지역 안정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논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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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3 19:00:44
    • 수정2016-03-03 19:48:07
    취재K
UN, ‘대북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북한에 대한 UN의 강력한 제재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2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응징하는 결의안에 대해 모두가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설전이 벌어졌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당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오전 10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유엔 193개 회원국 전부가 북한을 강도 높게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결의안은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고,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안보리 제재 결의 2270호가 상정된 안보리의 7,638번째 회의는 예정 시각을 10여 분 넘긴 오전 10시 10분 시작됐다. 회의는 공개회의였고, 인터넷을 통해 영상이 생중계됐다.

회의에선 안보리 3월 의장국이 된 앙골라의 아스마엘 가스파르 마틴스 유엔 주재 대사의 제안설명에 이어 곧바로 표결이 시작됐다. 15개 이사국 대표들이 결의안 2270호에 전원 찬성을 표하자 마틴스 의장은 만장일치로 제재안이 결의됐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어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과 일본 대사의 발언에서는 제재안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히 드러났다.

회의가 시작되자 제재를 주도한 미국과 일본과 이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한번 날카로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제재 결의까지 전개됐던 지난 56일 동안의 '물밑 외교전'이 재현된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국과 중국 대표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사만다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제재가 지난 20년 동안 채택된 안보리 결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면서, 북한의 핵과 다른 금지된 무기 프로그램에 흘러들어 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파워 대사는 "주민의 기본적인 삶보다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는 북한의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성토하고 "이번의 포괄적이고 강력한 결의를 이행하는데 국제사회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보이던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당초 강력히 비난했음을 상기시키면서도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안보리 결의안이 북한의 핵무기 이슈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대화를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기구인 6자회담 체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류 대사는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단호한 어조로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중국과 러시아 대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오늘 채택한 결의는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는 데 이용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하고, 한반도 비핵화에는 정치·외교적 해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추르킨 대사는 "강력한 제재들이 담겼지만, 이 문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기회 또한 남기고 있다"며 북핵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의 회의 분위기는 각국의 대표들이 고함을 지르지는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할 말은 하는 외교적 수사가 오고 갔다.



그러나 추르킨 대사는 북한 도발 억지를 명분으로 동북아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허용돼선 안 된다면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 전체 상황의 부정적 전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행동을 사드 배치 등과 같은 해당 지역에서의 군사력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직후 한국과 미국, 일본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결의를 환영하면서 "북한은 이 메시지가 단지 안보리가 아닌, 전체 국제사회에서 나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시카와 대사는 광물거래 금지와 항공유 공급제한 등 주요 내용을 열거하면서 "제재는 이행돼야 효과를 낸다. 우리는 제재를 온전히 이행해야 하며, 일본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한국어로 북한이 추가도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 시선을 끌었다.

오 대사는 안보리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발언권을 얻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 주민만 힘들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돌아오기 어려운 곳을 지나버릴 것"이라면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비핵화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얘기하고 싶다"면서 한국말로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영어로 "Please, stop it now"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핵무기가 필요없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한국은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한국을 겨냥한다면 북한도 핵무기가 필요치 않으며, 한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가, 미국도 태평양 건너에 있는 작은 나라를 노리지 않기 때문에 장거리미사일조차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나의 민족이자 우리의 민족인 북한 주민만 고통받을 것"이라면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라고 권유했다.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해서는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해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점에 대해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한다는 것이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핵실험에 대한 응징과 사드 배치 반대를 연계시키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한 조치이며 사드는 북한의 위협이 커진 데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지역 안정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논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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