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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에 무슨 일이?
입력 2016.03.09 (08:59) 취재K
수족관에 가득한 생선들은 튀어오를 듯 싱싱하고 물속의 새우와 낙지는 언제나 탈출을 꿈꾸는 듯 신선하다. 누워있는 조기나 오징어조차 노량진 수산시장 불빛 아래에서는 유난히 반짝인다. 정해진 금액만 쓰리라 다짐하지만, 동네 시장보다 푸짐하고 착한 가격에 주부들의 지갑은 선선히 열리고 만다.

벌써 그 자리에서 40여 년째. 어느덧 그 비릿함조차 친숙해졌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27년 서울역 근처 의주로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수산물 도매시장 '경성수산 주식회사'가 모태다. 1971년에는 한국냉장이 현재 자리에 도매시장을 건설한 뒤 지난 2002년부터 수협중앙회가 관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노량진 수산시장도 현대화의 요구를 비껴갈 수 없었다. 여름철이 되면 생선 폐기물과 각종 오수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상습적인 주차난에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갔다.

지난 2014년 8월 10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노량진 수산시장 내 냉동창고 건물의 발파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007년부터 총 사업비 2,241억 원을 들여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옆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신축했다.

새 집은 완성됐는데...

지난해 10월 완공된 현대식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 (사진 연합)지난해 10월 완공된 현대식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 (사진 연합)


공사는 지난 2015년 10월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작 새 집에 들어가야 할 상인들이 못 들어가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항의의 표시로 빨간 조끼에 붉은 띠를 두르고 생선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토로하곤 한다.

수족관 크기가 터무니없이 줄어 몸을 돌릴 수도 없을뿐더러 주차 시설도 부족해 손님들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새 건물의 임대료가 너무 비싸 그냥 현재 자리에서 장사하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노량진 시장 상인들은 신축 건물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시장 활어판매장에서 상인들이 새로 만들어진 활어판매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다수의 노량진 시장 상인들은 신축 건물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시장 활어판매장에서 상인들이 새로 만들어진 활어판매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


애초 계획대로라면 상인들은 지난해까지 입주를 마치고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입주 면적 등을 둘러싸고 상인들과 갈등이 커지면서 입주가 늦어졌다.

상인들의 반발 핵심은 좁은 공간 문제다. 신축 건물의 각 매장 공간이 기존 건물보다 좁아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작업용 대형도마를 지금처럼 수족관 뒤에 두고 일하는 게 아니라 수족관 위에 놓고 써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불거지면서 두 차례에 걸쳐 입점 추첨이 이뤄졌지만, 실제 참석한 상인들은 4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협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기존건물과 현대화 건물 모두 매장 전용면적은 1.5평(4.96㎡)으로 같다는 것.

문제는 0.5평 통로 공간

기존에 상인들이 무단으로 점유했던 통로 공간 0.5평을 놓고 수협과 상인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의 매장풍경은 이렇다. 매장마다 자리한 대형 수족관 아래 적게는 대형 스티로폼 박스 한 개 넓이, 많게는 플라스틱 대형 용기에 생선들이 통로에 늘어서 있다.

상인 측은 “2009년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소매점의 수평 이동을 전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협 측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공간을 1.5평으로 하기로 투표를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통로 공간은 합법적으로 이용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은 현대화시장으로 입주하지 않고 15일 이후에 기존 시장에서 계속 영업을 하는 상인이 있을 경우 무단 점유자로 간주해 무단 점유 사용료를 매기고 명도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인들의 반발도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입주 추첨 참여율이 40%이지만, 비대위 중심으로 상인들이 뭉치고 있어 실제로 이전하는 상인은 더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협이 무단 점유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수협측은 이른바 나쁜 자리를 뽑은 상인들에게 재추첨의 기회를 주거나 영업공간을 넓혀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상인들의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엔 국고와 어업인 출자금 등 5천 2백여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새 건물 완공 뒤에 이전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후속 공사가 늦춰져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 등 매달 10억여 원씩의 부담금이 생긴다고 수협 측은 주장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책 찾아야...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수협 측의 공식 기자회견 이후 양측은 물밑 대화조차 끊긴 채 맞서고 있다.
몇 년에 걸쳐 새 집을, 그것도 내로라할 정도의 현대식 건물을 지어놓고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한번 해볼 테면 해보자며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지켜보는 시민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수천억 원의 건설자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인가? 상인들이 외면하는 텅 빈 매장을 찾을 손님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이라도 관리책임을 진 서울시와 운영을 맡고 있는 수협 그리고 상인대표들이 함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돼 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할 경우 피해는 노량진 상인들과 수협의 매출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수많은 소매상인과 자영업자, 어민들, 노점상과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공동의 번영을 추구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책임을 지고 있는 수협 노량진 수산주식회사의 임직원 행동강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협상의 돌파구를 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 노량진 수산시장에 무슨 일이?
    • 입력 2016-03-09 08:59:25
    취재K
수족관에 가득한 생선들은 튀어오를 듯 싱싱하고 물속의 새우와 낙지는 언제나 탈출을 꿈꾸는 듯 신선하다. 누워있는 조기나 오징어조차 노량진 수산시장 불빛 아래에서는 유난히 반짝인다. 정해진 금액만 쓰리라 다짐하지만, 동네 시장보다 푸짐하고 착한 가격에 주부들의 지갑은 선선히 열리고 만다.

벌써 그 자리에서 40여 년째. 어느덧 그 비릿함조차 친숙해졌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8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27년 서울역 근처 의주로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수산물 도매시장 '경성수산 주식회사'가 모태다. 1971년에는 한국냉장이 현재 자리에 도매시장을 건설한 뒤 지난 2002년부터 수협중앙회가 관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노량진 수산시장도 현대화의 요구를 비껴갈 수 없었다. 여름철이 되면 생선 폐기물과 각종 오수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상습적인 주차난에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갔다.

지난 2014년 8월 10일,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노량진 수산시장 내 냉동창고 건물의 발파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007년부터 총 사업비 2,241억 원을 들여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옆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신축했다.

새 집은 완성됐는데...

지난해 10월 완공된 현대식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 (사진 연합)지난해 10월 완공된 현대식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 (사진 연합)


공사는 지난 2015년 10월 마무리됐다. 그러나 정작 새 집에 들어가야 할 상인들이 못 들어가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항의의 표시로 빨간 조끼에 붉은 띠를 두르고 생선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토로하곤 한다.

수족관 크기가 터무니없이 줄어 몸을 돌릴 수도 없을뿐더러 주차 시설도 부족해 손님들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새 건물의 임대료가 너무 비싸 그냥 현재 자리에서 장사하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노량진 시장 상인들은 신축 건물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시장 활어판매장에서 상인들이 새로 만들어진 활어판매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다수의 노량진 시장 상인들은 신축 건물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시장 활어판매장에서 상인들이 새로 만들어진 활어판매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


애초 계획대로라면 상인들은 지난해까지 입주를 마치고 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러나 입주 면적 등을 둘러싸고 상인들과 갈등이 커지면서 입주가 늦어졌다.

상인들의 반발 핵심은 좁은 공간 문제다. 신축 건물의 각 매장 공간이 기존 건물보다 좁아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작업용 대형도마를 지금처럼 수족관 뒤에 두고 일하는 게 아니라 수족관 위에 놓고 써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불거지면서 두 차례에 걸쳐 입점 추첨이 이뤄졌지만, 실제 참석한 상인들은 4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협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기존건물과 현대화 건물 모두 매장 전용면적은 1.5평(4.96㎡)으로 같다는 것.

문제는 0.5평 통로 공간

기존에 상인들이 무단으로 점유했던 통로 공간 0.5평을 놓고 수협과 상인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의 매장풍경은 이렇다. 매장마다 자리한 대형 수족관 아래 적게는 대형 스티로폼 박스 한 개 넓이, 많게는 플라스틱 대형 용기에 생선들이 통로에 늘어서 있다.

상인 측은 “2009년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소매점의 수평 이동을 전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협 측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 공간을 1.5평으로 하기로 투표를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통로 공간은 합법적으로 이용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은 현대화시장으로 입주하지 않고 15일 이후에 기존 시장에서 계속 영업을 하는 상인이 있을 경우 무단 점유자로 간주해 무단 점유 사용료를 매기고 명도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인들의 반발도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입주 추첨 참여율이 40%이지만, 비대위 중심으로 상인들이 뭉치고 있어 실제로 이전하는 상인은 더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협이 무단 점유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수협측은 이른바 나쁜 자리를 뽑은 상인들에게 재추첨의 기회를 주거나 영업공간을 넓혀주는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상인들의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엔 국고와 어업인 출자금 등 5천 2백여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새 건물 완공 뒤에 이전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후속 공사가 늦춰져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 등 매달 10억여 원씩의 부담금이 생긴다고 수협 측은 주장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책 찾아야...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수협 측의 공식 기자회견 이후 양측은 물밑 대화조차 끊긴 채 맞서고 있다.
몇 년에 걸쳐 새 집을, 그것도 내로라할 정도의 현대식 건물을 지어놓고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한번 해볼 테면 해보자며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지켜보는 시민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수천억 원의 건설자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인가? 상인들이 외면하는 텅 빈 매장을 찾을 손님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지금이라도 관리책임을 진 서울시와 운영을 맡고 있는 수협 그리고 상인대표들이 함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갈등이 장기화돼 도매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할 경우 피해는 노량진 상인들과 수협의 매출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수많은 소매상인과 자영업자, 어민들, 노점상과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공동의 번영을 추구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책임을 지고 있는 수협 노량진 수산주식회사의 임직원 행동강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협상의 돌파구를 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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